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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템포러리 발레'만이 가능한 현대인의 삶·정열의 탱고… '유회웅x마넨' [객석에서]

등록 2025.08.25 15:4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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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회웅 '노 모어'와 한스 판 마넨 '5 탱고즈' 한 무대

'스테파' 강경호, 네덜란드발레단 수석 최영규 참여

젊은 세대에 '공감'하고, 새로운 멋'의 발레 선보여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서 공연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 최희정 기자 = 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와 세계적 거장 한스 판 마넨의 '5 탱고즈(5 Tango's)' 두 개의 작품이 연이어 한 무대에 올랐다.
 
지난 2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더블 빌'(두 작품을 하나의 공연으로 엮음)로 공연된 이 두 작품은 클래식 발레에는 없는 '컨템포러리(contemporary·동시대) 발레만의 매력을 선보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먼데이 먼데이 먼데이…". '먼데이(월요일)'만 계속 들리는 무대 위. 남녀 무용수들은 일렬로 서 있다 한명씩 바닥에 나자빠진다. 이들은 도미노처럼 차례대로 쓰러지기도 한다.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러다 힘들어하는 청년만 홀로 무대 위에 덩그러니 남겨진다. 엠넷 서바이벌 프로그램 '스테이지 파이터'로 대중적 인기를 얻은 발레리노 강경호다.

다시 이 청년은 침대 위에서 "굿모닝" "굿나잇" "해피 뉴이어"라는 인사말을 들으며 매일 그리고 매년 같은 일상을 보낸다. 반복되는 일상에 찌들어있는 현대인들의 삶을 연상시키는 장면이다.

'김건재 록밴드'의 강렬한 드럼 비트와 기타 소리에 맞춰  젊은 남녀 무용수들은 빠르고 격렬하게 춤을 추며 서로 의지하는 장면 역시 같은 바로 오늘 우리의 모습과 겹쳐진다.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유회웅 안무가의 '노 모어(No More)'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남녀 커플들의 아름다운 파드되(2인무)에서는 생의 에너지와 희망이 느껴진다.

유회웅 안무가는 지난 18일 공연에 앞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주변에서 항상 '너무 힘들다'고 얘기하고, 젊은 친구들은 매일 술을 마시며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며 "예술가로서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에너지를 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작품 의도를 설명했다.

그는 "N포 세대라고 불리는 젊은이들이 결혼도 일도 포기하는 현상에 집중해 알아보다가 '이제 더 이상 물러설 곳 없는 우리의 진짜 현실을 한번 이겨나가 보자' 하고 작품을 만들게 됐다"며 좌절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을 움직임 자체의 에너지로 극복하고, 내일을 향한 힘찬 움직임을 라이브 드럼 연주와 함께 표현하려 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NB) 수석무용수 최영규가 독무를 추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NB) 수석무용수 최영규가 독무를 추고 있다.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노 모어'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 충분히 '공감할 만한 메시지'를 줬다면, '5 탱고즈'는 정열적이면서도 절제된 '새로운 멋'의 발레를 느끼게 해준다. 클래식 발레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컨템포러리 발레'만의 매력이다.

네덜란드 출신의 거장 안무가 마넨이 만든 '5 탱고즈'는 아르헨티나의 전설적인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탱고 누에보' 음악 전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마넨은 우연히 피아졸라의 음악을 듣고 강한 영감을 받아 단 2주 만에 '5 탱고's'의 안무를 완성했다. 1977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NB)이 초연했고 지금도 DNB를 비롯해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 스위스 취리히 발레단, 미국 샌프란시스코 발레단 등 세계 유수 발레단의 대표 레퍼토리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아시아에서는 한국이 첫 무대다.

이날 DNB 수석무용수 최영규는 마넨의 '5 탱고즈'에서 강렬한 눈빛과 춤 동작으로 무대를 장악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보였다.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특히 3장 남성 솔로 '악마에게로 가자'에서 정열적이고 화려한 독무를 선보인 그는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갈채를 받았다.

최영규는 "세 번째 악장의 남성 솔로는 굉장히 열정적이고 우아하면서도, 어쩌면 섹시하다고 할 수 있는 매력이 있다. 그 솔로를 출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판 마넨의 작품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이 좋다. 발레 세계에서는 흔치 않은 자유인데, 그의 작품은 그런 자유를 준다"고 말하기도 했다.

'5 탱고즈'는 발레의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열정적이고 에너지로 가득찬 춤을 추며 '탱고를 만난 발레'가 어떤 것인지 보여줬다.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뉴시스]한스 판 마넨의 '파이브 탱고스(5 Tango's)' 공연 장면.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국내 유일 공공 컨템포러리 발레단인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1주년을 기념해 선보인 '유회웅×한스 판 마넨'은 오는 2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펼쳐진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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