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노위 국감서 '민주노총 간첩' 논쟁…여 "명예 훼손" 야 "확인 필요"(종합)

국힘, 간첩 판결 민주노총 간부 등 증인 채택 신청

민주·진보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사과하라" 반발

중대재해법 두고 시각차…아리셀 대표 형량에 이견

[서울=뉴시스] 김명년 기자 =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노동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이 간첩혐의 민주노총 간부들에 대한 증인 채택 관련해 언쟁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재 남정현 기자 = 여야는 15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가보안법 위반(간첩) 혐의로 징역형을 받은 민주노총 간부를 증인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두고 충돌했다.

안호영 환노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 등에 대한 환노위 국감이 시작된 지 약 30분 만에 정회를 선언했다.

국감 시작과 함께 국민의힘 측에서 추가 증인 채택을 요구했고, 이 문제를 두고 여야 의원 간의 설전이 길어진 탓이다. 이 과정에서 양측의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민주노총 주요 간부들이 간첩 활동을 했고, 지지난주에 확정 판결이 났다"며 해당 민주노총 간부에 대한 추가 증인 채택을 신청했다.

우 의원은 "이와 관련된 분들은 국감에 불러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민주노총은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라든지, 노동조합을 관리하는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런 점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당 김위상 의원은 "이번 사건은 민주노총의 간첩 활동 사건"이라며 "지도부 내에서 조직적으로 움직인 부분이 있고, 민주노총 위원장이 이 자리에 증인으로 나와야 된다"고 말했다.

이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은 "김 의원의 발언은 용납할 수 없고, 민주노총의 명예를 훼손시킨 것"이라며 "김 의원은 발언을 취소하고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안 위원장에게 요청한다"고 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김 의원 발언에 대해 강력한 항의와 함께 후속 조치를 요구하겠다"며 "(간첩 판결을 받은) 조직쟁의국장이 지도부인가. 발언을 취소해야 하고 분명한 사과를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자 김 의원은 "직원에 대한 부분들도 지도부에 책임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고, 정 의원 등은 목소리를 높여 이에 대한 사과를 계속해서 요구했다.

안 위원장은 중재에 나섰지만 소란이 잦아들지 않았고, 약 20분 간 감사가 중지됐다.

김 의원은 이후 재개된 국감에서 "큰 소리가 오간 데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며 "순수한 노동 운동을 해야 할 노동단체가 간첩 활동에 휘말리면 국민들이 보기 얼마나 안 좋은 시각으로 보겠나. 그래서 문제 제기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도부라고 (언급)한 부분에 있어서는 사과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도부도 그 책임에서 실제로 벗어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소속 환노위원들은 증인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성명을 내고 "여당은 이 사건보다 중요하게 다뤄야 할 문제들이 많다며 증인 신청조차 받아들이고 있지 않다"며 "심지어 오늘 의사진행발언 중에는 민주노총 간첩 사건을 개인의 일탈로 축소하기까지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가 전복과 관련된 간첩 사건보다 더욱 중요한 사건이 도대체 무엇인가"라며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당시의 지시 체계가 민주노총 활동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또 민주노총이 내부적으로 어떤 대응을 했으며, 앞으로 재발을 막기 위한 구체적 대책은 무엇인지 확인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앞서 여야 의원들이 산업재해사망 노동자들을 추모하며 묵념을 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여야는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에 대한 극명한 시각차를 보이기도 했다.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재해와 관련해 이재명 정부에서 계속해서 기업 책임에 대해 강조하는 것 같다"며 "대통령께서 '반복되는 산업재해는 미필적 고의다'라는 얘기까지 하시고, 너무 강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여러 사고 안전 예방 주체들이 있는데, 그중에 매우 중요한 주체가 근로자들이라고 생각한다"며 "중처법상 사업주는 거의 '준 폐업'에 가깝고 근로자는 당연히 의무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박순관 아리셀 대표가) 배터리 공장 (화재 관련해) 1심에서 징역 15년을 받았는데 패가망신이 아닌가"라며 "너무나도 안타까운 사고이지만 과실치사이지 않은가. 간첩 혐의보다 높게 (형량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심하게 상해를 입으신 분들까지 합치면 32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전대미문의 노동 현장 참사"라며 "그것을 간첩 사건과 비교해 가면서 말하는 건 납득이 안 된다"고 했다.

같은 당 강득구 의원은 "진보와 보수를 넘어 최소한 우리 사회의 통념상 지켜야 될 원칙이 있다"며 "유명을 달리한 스물세 분과 유가족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가 선행돼야 된다"고 항의했다.

이에 우 의원은 "유가족의 아픔을 폄훼하려는 것은 전혀 아니었다"면서도 "아무리 참혹할지라도 과실치사는 말 그대로 고의로 사람을 죽인 건 아니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에 대한 처벌은 너무 과도한 수준에 와 있고 그게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고 답했다. 

이후 박홍배 민주당 의원은 "23명이나 죽여 놓고 반성하지 않는 박 대표에 대해 유가족들이 형이 너무 가볍다고 얘기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 의원은 정회 시간에 생각해 보고 입장이 조금이라도 바뀐다면 답변할 시간을 부여해 달라"고 안 위원장에게 요청했다.

환노위는 참고인 신문을 실시하기 위한 장내 정리를 위해 15분간 정회했고, 우 의원은 속개 후 별다른 발언을 하지 않았다.

박 대표는 근로자 23명이 숨진 공장 화재 사고에 따라 중처법(산업재해치사)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인 수원지법은 지난달 23일 박 대표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이는 2022년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 기소된 사건에서 내려진 최고 형량이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의 고용노동부 등 국정감사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산업용 안전장비 관련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15.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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