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BDC 인가 확대해야"…증권업계 건의

금투협·자본연 세미나

윤병운 NH證 사장 "성장기 기업 자금공백…특수금융 활성화해야"

서정학 IBK證 "중기특화증권사 제도 보완 필요"

[서울=뉴시스]우연수 김진아 기자 = 증권업계가 생산적 금융 역할 확대를 위해 발행어음 신규 인가를 확대하고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참여를 조기 허용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간 증권사의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부족했다는 자성과 함께, 증권업이 보다 적극적으로 모험자본 공급의 핵심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용린 자본시장연구원 부원장은 15일 열린 '생산적 금융 확대를 위한 증권업계의 역할과 정책 과제' 세미나에서 "증권업은 혁신기업의 성장 단계별 자금조달을 지원하고 모험자본을 중개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플랫폼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생산적 금융은 정책금융·금융회사·자본시장이 함께 자금을 생산적 부문으로 유도해 국민 자산형성과 경제 선순환을 복원하려는 거시적 금융 전환 전략으로, 이재명 정부의 금융 정책 키워드이기도 하다.

박 부원장은 "증권사는 지분투자, 메자닌, 채권, 파생 등 다양한 자본 수단을 조합해 기업 성장 단계별로 맞춤형 기업금융 제공이 가능하다"며 "첨단·벤처기업의 자금 조달을 증권화해 시장 참여자와 연결하는 등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의 생산적 금융 역할 확대를 위한 정책 과제로는 ▲발행어음·종합투자계좌(IMA) 인가 및 지정 확대 ▲BDC 참여 기반 마련 ▲신기술사업금융업(신기사) 허용 재개 ▲중기특화증권사 제도 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그는 "150조원 국민성장펀드는 상당 부분이 증권업계에서 나오는 것으로 가정하고 설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가급적 많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신규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규 인가에만 한정해도 20조원 이상의 자금이 벤처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지난 8월 통과한 BDC 가 1차 인가시에는 증권사 참여를 보류하기로 여야 합의가 됐다"며 "증권사들이 기업 발굴, 인큐베이팅, 기업공개(IPO) 등 중소벤처 혁신에 전문성을 축적해온 만큼 BDC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이후 중단된 증권사의 신기사 인가 신규 취득을 전향적으로 열어주고 중기 특화 증권사 제도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도 제언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증권사 현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주제 발표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현재 당국 IMA 인가 심사가 진행 중인 NH투자증권의 윤병운 사장과 중기특화 증권사 중 하나인 IBK투자증권의 서정학 사장이 발표를 맡았다.

윤병운 사장은 "종투사의 모험자본 공급은 총자산의 2%밖에 안된다. 금융투자업자가 단기 수익만 올리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하는 사업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성장단계 혁신기업에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결합한 메자닌 사모대출(Private Debt·PD)·성장형(그로쓰) 사모펀드 등 새로운 투자 방식을 제안했다.

그는 "미국과 영국 등은 기업공개(IPO) 전 자본 공백(missing middle) 채우기 위해 메자닌 PD와 그로쓰PE가 활성화돼있다"며 "한국은 벤처캐피탈(VC) 투자가 선진국과 비교해 위축돼있지 않지만 두가지가 미미해, 이걸 채우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증권사가 나서서 메자닌 증권 발행을 주선하고 적극적으로 총액인수해 시장에 투자 수단으로 제공하고 세컨더리 마켓을 제공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부실채권(NPL), 회생기업 자금 대여(DIP) 등 특수금융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서정학 사장은 '중기특화 증권사 운영 현황과 개선과제' 주제로 발표를 맡았다.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는 중소·벤처 기업금융에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 육성을 위해 도입된 제도로 증권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 등 인센티브가 있다.

서 사장은 "약 800만개의 중소기업과 4만개의 벤처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은 종투사만으로 한계가 있다"며 "중소형 증권사가 함께해야만 세밀한 지원이 가능하다"고 제언했다.

이어 "모헙자본 투자 순자본비율(NCR) 적용기준 완화, 전용펀드 참여 기회 확대 등 실효적 인센티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 과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앞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거대 기업의 성장 배경에는 금융투자사의 단계별 대규모 투자가 지속됐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 회장은 "모험자본 공급이 혁신기업의 위대한 성장을 이끈 사례는 역사 속에 무수히 많다"며 "전세계가 인공지능(AI) 혁명 한가운데에 있는 가운데 첨단 분야 우리 기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생산적 금융은 높은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는 대규모 투자가 핵심이라는 점에서 증권업계의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내년부터 IMA와 발행어음, BDC를 활용한 혁신·첨단기업에 대한 투자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되며, 이 같은 노력이 시너지를 내면 코스피 5000 시대를 여는 든든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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