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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리걸테크 진흥법 '드라이브' vs 변협은 징계로 '브레이크'

등록 2025.10.24 13:21:06수정 2025.10.24 13:2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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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 AI 시장의 주도권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게 넘어갈 수 있어"

[부산=뉴시스] 미국의 리걸테크 회사 하비(HARVEY)는 2022년 설립 후 기업가치 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사진은 하비 홈페이지 캡춰) 2025.10.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 미국의 리걸테크 회사 하비(HARVEY)는 2022년 설립 후 기업가치 7조원 규모로 성장했다. (사진은 하비 홈페이지 캡춰) 2025.10.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부산=뉴시스]백재현 기자 = 세계 리걸테크(Legaltech)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국내 시장은 각종 규제와 관련 단체의 반대에 부딪혀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리걸테크란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결합으로 새롭게 탄생하는 산업서비스를 지칭하는 용어로, 금융과 기술이 결합된 핀테크(fintech)의 법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에서 진흥을 위한 관련 법안이 발의 되는 등 변화가 일고 있으나 대한변호사협회(변협)는 인공지능(AI) 서비스에 대한 규제 기조를 유지하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리걸테크 시장 규모는 올해 약 340억 달러(47조원)에서 2032년 635억 달러(88조원)에 달하며 연평균 10% 안팎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2022년 설립된 법률 업계를 위한 AI 솔루션 제공 스타트업 '하비AI(Harvey AI)'의 경우 단일 기업가치가 50억 달러(7조원)에 육박한다.

하지만 '로톡', '슈퍼로이어' 등을 통해 국내 리걸테크 대표 주자로 꼽히는 회사들은 올해에만 5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기업 가치는 2000억원 수준에 머무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변협의 규제를 리걸테크 및 AI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요인 중 하나로 꼽고 있다. 변협은 지난 2021년 로톡에 가입한 변호사 123명을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 위반으로 징계하는 등 관련 기업들과 오랜 갈등을 빚어왔다.

변협은 지난해 11월에는 'AI 대륙아주'를 개발한 법무법인 대륙아주 대표변호사 등 총 6명에게 과태료 1000만원 등 징계를 결정했다. '변호사가 아닌 자는 변호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업무를 통해 보수나 그 밖의 이익을 분배받아선 안 된다'는 변호사법 제34조 제5항과 '무료 또는 부당한 염가를 표방하는 광고를 금지한다'는 변협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정을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무법인 대륜의 경우, 지난 1월 AI기반 법률 상담 프로그램 'AI 대륜'을 출시한 후 징계 검토가 시작되자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다.

변협은 '협회가 인증한 AI 프로그램 외에는 광고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변호사 광고에 관한 규칙'을 지난해 10월 신설했으나, 업계의 반발에 부딪히자 올해 7월 관련 규정을 삭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륜은 지난 22일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법조계의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변협이 새로운 기술에 대해 열린 자세로 포용해 정당한 경쟁을 보장해야 하지만, 오로지 규제 일변도로만 나서는 것이 안타깝다"며 "결국 그 피해는 법률 서비스의 높은 문턱에 좌절하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법률 선진국들은 이미 AI 등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영국 변호사 규제 당국(RSA)은 AI가 직접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필드AI' 로펌을 공식 인가했다. 일본의 경우 일찍이 리걸테크 기업 '벤고시닷컴'이 2014년 증권 시장에 상장했고, 4대 로펌의 하나인 '모리하마다·마츠모토'의 경우 법률 플랫폼 하비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싱가포르는 사법부 차원에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액재판소에 일반 시민을 위한 AI를 도입하기로 한 건데, 해당 AI서비스는 하비AI와 협력해 개발됐으며 나홀로 소송에 나서는 이들의 변론 준비에 사용될 전망이다.

이러한 국내외 상황을 배경으로, 국회에서는 지난 7월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 주도로 '리걸테크진흥법'이 발의된 상태다. AI를 활용한 소송 결과 예측 서비스 근거 마련, 법령·판례 등 법률공공데이터의 개방 확대, 법률서식 작성 및 법률 문서 분석 자동화를 골자로 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국내의 소모적인 갈등이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다. 한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는 "법률 선진국이 리걸테크를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은 결국 자국의 법률 시장 경쟁력을 키우려는 전략"이라며 "우리만 내부 규제에 발이 묶여 '갈라파고스'가 되는 사이, 결국 법률 AI 시장의 주도권은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는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게 완전히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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