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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쿠르 수상 카멜 다우드 "죽음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져"

등록 2025.12.04 12: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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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후리'로 수상…알제리서 금서로 지정

알제리 내전 여성 생존자 삶의 여정 이야기

한강 '소년이 온다'와 닮아…"문학통해 저항"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망자는 산 사람에게 자신을 닮으라고 하지 않아요. 사람이 죽으면 그 상실로 인해 산 사람들은 웃지 못하고, 차갑게 변하며 죽은 사람처럼 되기도 하지만, 망자들은 오히려 '네 인생을 살아라, 내가 살지 못했던 인생을 살라'고 말하지 않을까요."

지난해 프랑스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은 알제리 출신 소설가 카멜 다우드는 3일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장편소설 '후리' 출판 간담회에서 죽음의 고통을 끌어안고도 계속 살아가야하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후리'는 '뫼르소, 살인 사건'으로 2015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은 그의 세 번째 장편소설이다. 작품은 알제리 내전(1991~2002)의 상처와 그 이후 강요된 침묵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그가 이 내전을 다시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단순히 '기억'이 아니라 '생존'이다. 다우드는 알제리 정부의 탄압을 피해 2년 전 고국을 떠나 파리에 머물고 있다.

그는 "프랑스에 도착하면서 곧바로 이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살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내전과 식민 전쟁을 뒤로 하고  춤도 추고, 낮잠도 자고, 먹고 마시며 삶을 즐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것을 뒤로하고 떠나온 뒤에야 이 소설이 가능했다"며 "내 작품 중 마지막에 '끝'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유일한 소설이 '후리'"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email protected]


알제리 내전은 정부와 이슬람주의 세력이 충돌하며 약 10년간 이어진 현대사의 참극으로,, '검은 10년'이라 불린다. 현재 알제리 정부는 헌법으로 내전에 대한 언급 자체를 금지하고 있다.

지난해 프랑스에서 이 작품이 출간된 뒤, 알제리 정부는 '역사 왜곡'을 이유로 금서로 정했다. 이 조치는 국내외에서 작가의 용기, 기억의 정치, 문학의 윤리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금서 지정은 그에게 오히려 유명세와 첫 알제리 출신 공쿠르상 수상자라는 영예를 안겼다.

그는 "출간 후 매우 강렬하고 폭력적인 반응들이 있었고, 사람들이 감정적으로 크게 흔들렸다"며 "이 책이 알제리의 상처를 건드린 것이 아닌가, 정부가 숨기려 했던 무언가를 건드렸기 때문에 더 겁났던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어 "알제리 정부가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려 노력했다면 이 책이 출간됐어도 조용히 팔렸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반응이 거세게 나온 것"이라며 "금서 지정 덕분에 이 책이 더 많이 읽히게 됐고, 현재 60만 부가 판매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기자인 작가가 소설을 쓰는 또 다른 이유는 "문제에 대한 답이 없을 때"다. 그는 "문제에 대한 정답을 가지고 있다면 논문, 에세이, 기사, 연설문을 쓰지만, 질문에 대해 마음에 드는 명확한 대답을 찾지 못할 때는 소설을 쓰게 된다"며 "소설에서는 인물들이 그 모순을 어떻게 이겨내는지 그 과정을 그리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그 예로, 소설 속 여주인공 '오브'가 뱃속의 딸을 낳아야 할지 고민하며 "이 끔찍한 세상에서 살게 하겠지. 하지만 너를 사랑하기 때문에 낙태를 하는 거야"라고 말하는 모순적 상황을 들었다.

1999년 12월부터 2000년 1월 사이 벌어진 하드 셰칼라 대학살 생존자인 오브는 후두와 성대가 손상된 채 가족 중 홀로 살아남은 인물이다. 그는 뱃속 딸 아이에게 '후리'라는 이름을 붙이고, 이 아이가 여성의 삶이 고통이고 역사가 지워진 나라에서 태어나게 해도 되는지 답을 찾기 위해 학살 현장으로 순례를 떠난다. 오브의 순례는 국가가 지운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말할 권리를 되찾는 여정이며, 개인에게는 죽음에서 생명으로 건너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내란과 학살의 역사를 다룬다는 점에서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와 닮았다. 그는 "둘 다 기억을 다루고 개인의 자유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며 "정치적 자유가 제한된 나라에서 표현을 통해 자유를 찾으려고 했고, 문학이라는 수단으로 개인적으로 저항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여성의 삶을 소재로 다룬 이유는 자신이 페미니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는 "여성의 지위에 지대한 관심이 있는 이유는 이기적이기 때문"이라며 "여성이 행복해야 내가 행복할 수 있음을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내 주변 여성들이 행복한지가 가장 큰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이 자유로운 삶을 누릴 수 있는 국가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것이고, 여성들이 자유를 누리지 못하면 그 국가는 나빠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작가는 이 작품이 한국처럼 내란과 학살의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도 통할 보편적 이야기임을 강조했다.

그는 "이 소설은 생존자가 이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지,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를 이야기한다"며 "죽음에서 삶으로 넘어가는 과정을 담은 만큼 매우 보편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한국 독자들이 이 책을 읽고 '고통 후에도, 사람들의 죽음 이후에도 삶은 존재하고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받아들였으면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카멜 다우드(Kamel Daoud) 작가가 3일 서울 서대문구 주한 프랑스대사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으로 향하고 있다.

알제리 출신 프랑스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카멜 다우드는 작품 'Houris(후리)'를 통해 알제리 내전 시기인 '검은 10년'(1992~2002년)의 상흔을 여성 생존자의 시선으로 그려내 2024년 공쿠르상 수상했다. 작가는 내일 연세대에서 열리는 ‘2025 연세노벨위크(Yonsei Nobel Week)’ 국제심포지엄에 참석한다. 2025.12.0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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