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의 심장·노이즈의 외피…스위머스, 10년간 벼려온 소리
데뷔 10년 만에 정규 음반 발매 기념 인터뷰
프로듀서 송재경, 멤버로 합류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오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2.0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0/15/NISI20251015_0001966855_web.jpg?rnd=20251015202030)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오름 엔터테인먼트 제공) 2026.02.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드림팝 밴드 '스위머스(Swiimers)'의 음악이 우리에게 건네는 위안은 정확히 그 지점에 있다. 보컬 조민경(조미치)이 고백하듯, 현실은 '못생긴(ugly)' 얼굴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추함이 삶의 피부를 할퀴어 대는 동안 우리는 자주 무너진다.
하여 그녀가 선택한 미학적 결단은 단호하다. 음악 안에서만큼은 결코 '못생긴 것'들에게 자리를 내어주지 않는다. 이것은 현실 도피가 아니라, 아름다움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키려는 창작자의 고결한 저항이다.
국내에서는 다소 낯선 슈게이징, 노이즈 록, 드림팝 장르를 해온 스위머스가 데뷔한 지 10년 만에 당도한 첫 정규 음반 '스위머스 하이(Swiimers High)'는 그 끈질긴 저항이 빚어낸 결정체다. 7년이라는 긴 휴지기 동안 소멸하지 않고 안으로 굽이치던 파동은, 이제 '에리카'라는 꽃의 고독을 빌려 우리 앞에 만개한다.
이번 정규 앨범에는 '약속 3부작'으로 발표된 '영원을 믿지 않아도', '나이트 버스(Knight Verse)', '원터 레졸우션(Winter Resolution)'을 포함해 총 12곡이 수록됐다.
흥미로운 지점은 이 정제된 미학의 세계를 완성하기 위해, 정반대의 기질을 가진 밴드 '9와 숫자들' 송재경이 '기술자'를 자처하며 합류했다는 사실이다. 현실의 비루함을 있는 그대로 삼켜내는 포크적 서사가, 인공적인 노이즈의 겹 사이로 침투할 때, 스위머스의 음악은 비로소 한국적인 서정의 뼈대를 갖춘 'K-팝의 심장을 가진 노이즈 록'으로 격상된다. 거기에 드러머 장선웅의 묵묵함과 듬직함은 이 팀의 단단한 골격이다.
슈게이징은 자신의 신발 끝을 응시하는 행위지만, 스위머스는 그 시선을 통해 발 밑의 심연을 넘어 보이지 않는 영원의 무늬를 읽어내려 한다. 닥터마틴의 단단한 굽처럼 궂은 시간을 견뎌온 이들이 그려내는 이 사운드는 우리가 잊고 지냈던 슬픔의 우아함을 복원해낸다.
조민경·장선웅이 결성한 스위머스는 2015년 싱글 '폴라리스(Polaris)'로 데뷔했다. 꿈결 같은 사운드와 팝 멜로디를 결합해 주목 받았다. 2016년 첫 EP '스위머스'로 국내외 음악 평단의 호평을 들었다. 스위머스는 7년 간의 휴지기를 마치고 재작년 5월 서울 라이브 클럽 빵 무대를 시작으로 활동을 재개했다.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31/NISI20260131_0002053040_web.jpg?rnd=20260131173807)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첫 정규 음반을 발매하고 오랜만에 투어를 돈 만큼, 소감이 남다를 거 같습니다.
"이전에 정규 대신 EP를 냈던 이유가 정규 음반을 정말 잘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거든요. 완성도를 높이고 싶었어요. 정규 1집은 돌이킬 수 없는 앨범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걸 최대한 잘해내고 싶었어요. 우리의 뿌리가 될 수 있는 앨범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스위머스라는 이름으로 해보고 싶은 장르나 색깔을 더 밀어붙이고 싶은 소망, 목표도 있었지만 극단적인 것에게 자리를 내어주기보다는 여기서부터 시작해서 가지를 뻗어나갈 수 있을 앨범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곡이 더 많았는데 선별을 했어요. 전체적인 색깔과 비교해 특이한 곡을 빼고 겹치는 곡도 살짝 빼면서 완성도를 높였죠."(조민경)
-정규 앨범을 발매하기까지의 구체적인 과정과 계기가 궁금합니다.
"사실 정규 앨범 시도를 안 했던 건 아닌데, 계속 바쁘고 흐지부지되면서 동력이 생기지 않았어요. 제가 음악적으로 너무 시들어가는 것처럼 보였는지, 남편인 송재경 씨가 '집에서 기타만 치지 말고 합주를 해야 네가 살 것 같다'며 먼저 제안을 했어요. 아무리 바빠도 2~3주에 한 번은 무조건 합주를 하자고요. 그렇게 목표를 작게라도 잡고, 예전에 공연을 많이 했던 클럽 '빵'에서 공연하는 걸 1차 목표로 삼았죠. 솔직히 저희가 활동 기간도 짧고 앨범이 많은 팀도 아니라서, 텅 빈 클럽에서 동료 밴드들 몇 명 앉혀놓고 하겠거니 생각하고 갔어요. 그런데 막상 가보니 '빵'이 꽉 차 있는 거예요. 정말 뭉클했죠. 다들 기다려주셨구나 싶어서. 그 기쁨 덕분에 '공연을 꾸준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고, 공연하다 보니 매번 똑같은 곡만 할 수 없어서 신곡을 쓰기 시작한 게 자연스럽게 앨범 작업으로 이어졌습니다."(조민경)
-스위머스의 음악은 현실의 지난함을 잊게 하고, 음악 속 세계관에만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음악에 소위 말하는 '생활감'을 붙이고 싶지 않아요. 가사에 현실적인 생활감이 묻어나는 포크 뮤지션들의 음악도 훌륭하지만, 제 생각에 현실은 못생긴(ugly) 경우가 많거든요. 저는 적어도 음악으로만큼은 '안 못생긴 것'을 하고 싶었어요. 음악을 들을 때만큼은 아름다움에 대해서만 생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주의예요."(조민경)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31/NISI20260131_0002053039_web.jpg?rnd=20260131173751)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아까 민경 씨가 현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는데, 저는 정반대로 포크 뮤지션의 DNA를 가진 사람이에요. 저는 현실의 어글리함을 그대로 삼켜서 보여주는 것이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는, 비유하자면 홍상수 영화 같은 스타일이죠. 반면 스위머스는 박찬욱 영화처럼 정제된 미학이 있는 팀이에요. 그래서 저는 철저하게 이 팀의 '기술자'로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위머스의 세계관은 이미 조민경을 통해 완성도가 높으니, 저는 음악적·엔지니어링적 기술로만 접근하자는 거였죠. 공연 때도 저한테 마이크 주지 말라고 했어요. 저는 기타 기술자일 뿐, 이 팀은 조민경의 정서로 끌고 가야 하니까요. 개인적으로는 창작의 한계를 느끼던 시기에 스위머스를 통해 음악적 에너지를 회복했습니다. 민경 씨는 제가 자신을 '일으켜 세워줬다'고 했지만, 저 역시 이 팀의 하수인으로서 일하며 많이 배웠습니다."(송재경)
-작업 방식이 혼자 할 때와 많이 달랐을 텐데, 구체적인 충돌이나 에피소드가 있었나요?
"예전엔 드럼을 제외한 기타, 건반 등 모든 악기 트랙을 제가 혼자 머리 싸매고 만들었어요. 그런데 송재경 씨가 들어오고 나서는 제가 데모를 던지면 그걸 자꾸 변신시켜서 다시 보내는 거예요. 좋을 때도 있지만, 별로일 땐 '빨리 원상복구 시켜줘'라며 싸우기도 했죠. 하하. 하지만 혼자 할 때보다 훨씬 생산적이고 든든했습니다."(조민경)
"제가 데모를 들으면 항상 화를 냈어요. '왜 이렇게 반복이 심해? 후렴이 없잖아!' 하고요. 하하. 민경 씨는 그 자체로 완성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대중음악으로서 기승전결과 멜로디가 분명해야 한다고 보는 편이라 계속 수정을 요구했죠. 결과적으로는 민경 씨가 불평하면서도 멜로디를 붙여왔고, 그 덕분에 곡들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합니다."(송재경)
"재경 형이 오면서 추진력이 생겨서 좋았어요. 예전 같으면 느슨해졌을 상황에서도 체계적으로 진행됐죠. 드러머로서도 재경 형이 리듬을 심플하게 잡아주길 원해서 처음엔 의아했지만, 결과적으로 다른 악기들이 들어갈 자리가 생기면서 '이게 스위머스의 색깔이구나' 하고 납득하게 됐습니다."(장선웅)
-송재경 씨가 쓴 스위머스 소개글 중 'K-팝의 심장을 가진 노이즈 록'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1/31/NISI20260131_0002053038_web.jpg?rnd=20260131173731)
[서울=뉴시스] 스위머스. (사진 = 인스타그램 캡처) 2026.02.01. photo@newsis. *재판매 및 DB 금지
- 최근 밴드 붐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요?
"밴드 붐이라고는 하지만, 관객보다 뮤지션이 더 많아진 느낌도 듭니다. 하하. 창작자가 많아진 건 긍정적이지만, 지속 가능하려면 팬덤이 더 활성화돼야 해요. 해외 투어의 경우, 예전(2017년)에는 '시장을 개척해보자'는 마음이 컸다면, 이번 투어는 우리 밴드에게 '자양분'이 될 거라는 믿음으로 다녀왔습니다. 실제로 낯선 환경에서 공연하며 멤버 간 관계도 단단해졌고 연주력도 늘었고요. 이제는 해외 인정도 중요하지만, 척박한 환경일지라도 우리 곁에 있는 '동네 팬'들을 설득할 수 있는 완성도 높은 음악을 만드는 게 먼저라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송재경)
-마지막 질문입니다. 슈게이징은 밴드가 라이브 무대에서 꼼짝않고 악기만 연주하는 모습이 '마치 신발(shoe)을 쳐다보는 것(gazing)'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졌잖아요. 슈게이징 음악을 할 때 딱 하나의 신발을 신는다면요?
"저는 구두요. 슈게이징 밴드라고 해서 다 떨어진 컨버스만 신으면 너무 뻔하잖아요. 예술에서는 '의외성'과 '아이러니'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무대에서도 갖춰 입고 올라갑니다."(송재경)
"드러머로서는 사실 연주하기 편한 슬리퍼나 맨발이 최고죠. 실제로 이번 투어 때 검은 슬리퍼를 신기도 했고요. 하하."(장선웅)
"실용적으로는 컨버스가 맞겠지만, 저는 닥터마틴을 꼽겠습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어떤 궂은 환경에서도 신을 수 있는 만능 신발이거든요. 슈게이징 밴드가 비싼 닥터마틴을 신는 것 또한 하나의 의외성이 될 수 있고요."(조민경)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