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김건희 주가조작 '방조' 뺀 특검-판단 회피한 재판부 "뼈아픈 대목"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지금 증인은 다 들은 이야기입니다. 들은 얘기는 증거능력이 없습니다."
최근 김건희 여사에게 실형을 선고한 우인성 재판장이 증인 강혜경씨에게 던진 말이다. 명태균씨 관련 의혹을 처음 폭로한 강씨의 진술 중 '전문(傳聞·전해 들은 말)'을 철저히 배제하겠다는 뜻이다. 법관으로서 엄격한 증거재판주의를 고수하겠다는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심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재판장은 막바지에 달한 재판에서까지 재판부는 특검에 '객관적 데이터'를 요구했다. 특검이 김 여사의 시세조종성 매매 정황에 대해 설명하자, 재판장은 "객관적인 상황만 봐야 한다. 오르나보다 해서 산 건 아닐까 하는 여지가 있다"며 당시 주식시장 상황과 호재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코스닥 지수 흐름과 도이치모터스 공시 내용 등을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적법한 증거에 의해서만 유무죄를 판단해야 한다. 특검이 가져온 '조각난 퍼즐'만으로는 유죄의 확신을 갖기 어려웠을 재판부의 고충은 충분히 짐작된다. 수사기관이 입증 책임을 완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재판부가 무리하게 결론을 내리기에는 무리가 따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엄격한 '현미경 잣대'가 결론을 미루는 방패로 쓰였다는 지적은 피하기 어렵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주가조작 범행을 인지했을 정황을 상당 부분 인정하면서도, 정작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끝내 명확한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특검의 입증 부족이 일차적인 원인이라 하더라도, 법원의 판결이 '증거가 없으니 판단하지 않겠다'는 식의 회피로 비치는 것은 사법부로서도 뼈아픈 대목이다. 사법 절차를 통해 진실이 온전히 밝혀지길 기대했던 국민에게는 판단의 유예로 인한 아쉬움만 남았다.
김건희 특검도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재판부의 방조 혐의 판단 회피에 빌미를 제공해서다. 애초에 특검이 김 여사가 주가 조작을 주도했다는 공동정범 혐의로만 기소했을 뿐 방조 혐의는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유죄 입증을 자부한 특검은 법원이 직권으로 방조 혐의를 심리할 수 있다며 예비적 공소사실조차 추가하지 않았는데 이는 법원의 선의에 기댄 것이나 다름없다. 결국 특검의 허술한 기소는 김 여사 주가조작 무죄의 단초가 된 셈이다.
이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특검은 항소심에서 방조죄를 적용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은 2020년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된 이래 벌써 6년째 한국 사회를 소모적인 논란 속에 가둬두고 있다. 긴 시간 동안 수사기관의 입증은 겉돌았고, 그 사이 사법적 판단은 유예돼 왔다.
김 여사와 유사한 위치에 있던 전주(錢主) 손모씨는 1심에서 주가조작 가담 혐의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검찰이 공조장을 변경하면서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한 뒤에야 비로소 유죄를 받아냈다. 이제라도 특검은 입증 책임을 다해 공소장 변경을 검토하고, 항소심 재판부가 이에 대해 명확한 법리적 판단을 내리는 것만이 소모적인 논란을 끝낼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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