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사랑받고 싶은 우리 자화상…김원근의 조각 [박현주 아트에세이 ㉘]

등록 2026.07.11 00:01:00

【서울=뉴시스】갤러리 진선/김원근_순정맨_Epoxy, resin, acrylic paint_53x30x75(h)cm_2017

【서울=뉴시스】갤러리 진선/김원근_순정맨_Epoxy, resin, acrylic paint_53x30x75(h)cm_2017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험상궂은 얼굴이다.

굵은 눈썹.
날카로운 눈빛.
꽃무늬 셔츠에 굵은 금목걸이.

처음엔 조폭 같다고 했다.
흉물스럽다는 말도 들었다.

그런데 오래 바라보면
표정이 달라진다.

위협하는 얼굴이 아니다.

어딘가 쓸쓸하고,
조금은 무심하고,
오래 기다린 사람 같다.

김원근의 조각은
첫인상과 끝인상이 다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거칠음은 사라지고,
사람만 남는다.

그의 조각은
성자가 아니라
우리다.

김원근 조각 '순정남' *재판매 및 DB 금지

김원근 조각 '순정남' *재판매 및 DB 금지



조각가 김원근도 그랬다.

돌공장에서 일했고,
가구를 배달했고,
치킨집을 운영했다.

먹고사는 일이
예술보다 먼저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생각했다.

"죽기 전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자."

그는 다시
흙을 만졌고,
나무를 깎았다.

하지만 처음부터
작품이 나온 것은 아니었다.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몰라
한동안
흙덩이만 바라봤다.

김원근 조각 복서 *재판매 및 DB 금지

김원근 조각 복서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러던 어느 날,

종합격투기에 도전한
씨름선수를 보았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링에 오르는 사람.

그 순간
그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그래서 복서가 태어났다.

질 줄 알면서도
다시 일어나는 사람.

그 사람이
김원근의 조각이다.

사랑받고 싶은 우리 자화상…김원근의 조각 [박현주 아트에세이 ㉘]



예술이 무엇일까.
"그냥 편안하고 사랑스러운 거."

김원근은 짧게 말했다.
"난 사랑받고 싶어."

그 한마디가
그의 모든 조각을 설명했다.

조각은 원래 무겁다.

받침대 위에서 침묵하고,
기념비처럼 권위를 말한다.

하지만 김원근의 조각은
받침대에서 내려온다.

사람들 곁에서
함께 웃고,
함께 사진을 찍고,
함께 쉰다.

아이들은 손을 내밀고,
어른들은 미소를 짓는다.

사람들은
작품을 찍는 것이 아니다.

작품과 함께
자기 자신을 찍는다.

김원근 조각 '연인' *재판매 및 DB 금지

김원근 조각 '연인' *재판매 및 DB 금지



좋은 공공조각은
도시를 장식하는 구조물이 아니다.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을 조금 더 부드럽게 만드는 예술이다.

광장과 공원,
거리와 건물 앞에서
조각은
말없이 사람을 위로한다.

김원근의 작품 앞에서는
누구나 잠시 걸음을 늦춘다.

사진을 찍기 위해 다가갔다가,

어느새
자신을 닮은 얼굴과
눈을 마주한다.

그 순간
비로소 알게 된다.

꽃무늬 셔츠도,
복서도,
꽃을 든 남자도,

결국은 모두
사랑받고 싶었던
한 인간의 자화상이었다.

예술은
아름다운 얼굴을 만드는 일이 아니다.

낯선 얼굴 속에서
자기 자신을 발견하게 하는 일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