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의 섬, 제주] 꽃밭을 넘어 도시전략으로…제주형 정원의 길
등록 2026.07.16 08:00:00
정원 자산…돌과 바람·곶자왈·오름·초지 등
제주형 정원도시, 생활권 녹지와 정원·숲·마을을 잇는 전략
도민참여정원·정원아카데미로 생활 속 정원문화 확산
정원, 기후위기 대응과 도시 회복의 녹색 인프라로 진화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자연주의 정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베케' 정원의 12일 풍경이다. 건물의 외형과 그늘이 정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원을 조성한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흙속 미생물, 작은 풀 한 포기, 빛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생명들 사이의 수많은 관계가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이며,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다. 자연주의 정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고 설명한다. 2026.07.16.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15/NISI20260715_0002187943_web.jpg?rnd=20260715212925)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자연주의 정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베케' 정원의 12일 풍경이다. 건물의 외형과 그늘이 정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원을 조성한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흙속 미생물, 작은 풀 한 포기, 빛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생명들 사이의 수많은 관계가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이며,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다. 자연주의 정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고 설명한다. 2026.07.16. [email protected]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도시환경 회복, 체류형 관광과 웰니스 수요가 커지면서 정원은 꽃과 나무를 가꾸는 공간을 넘어 도시와 지역의 미래 전략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제주 정원문화의 가능성을 살펴본 데 이어 올해는 정원의 섬, 제주가 나아갈 방향을 보다 구체적으로 짚어본다. 제주형 정원도시 계획, 정원관광과 지역경제, 시민참여형 정원교육, 정원박람회와 정원산업의 미래를 차례로 다룬다.
제주의 돌과 바람, 곶자왈과 오름, 마을숲과 밭담은 이미 정원문화의 자산이다. 이번 기획은 정원을 단순한 조경이나 관광자원을 넘어 제주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묻고 답하는 공간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지난 12일 오후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베케' 정원에 들어서자 걸음이 자연스레 느려졌다. 제주의 돌과 이끼, 양치식물과 나무, 바람을 따라 낮게 이어진 동선을 걷다 보면 정원이 단순히 꽃과 나무를 심어 꾸민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곳에서 정원은 자연을 감상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제주 자연을 어떻게 이해하고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묻는 공간이다.
베케는 제주 정원문화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자연주의' 민간정원 가운데 하나다. 고사리의 집인 퍼너리정원, 이끼·빗물정원, 폐허정원, 숙근초정원 등 다양한 주제의 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베케를 조성한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자연주의 정원은 최소한의 관리만으로도 스스로 유지되는 식물 공동체를 만드는 일이다"며 "자연의 숲처럼 서로 다른 생명들이 균형을 이루며 살아가는 자립적인 생태계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제주형 정원의 출발점은 제주다움
제주의 돌과 바람, 곶자왈과 오름, 마을숲과 밭담, 중산간 초지와 해안 경관을 함께 읽어야 한다. 제주형 정원은 조경의 영역에 머물기보다 지역의 자연, 생활문화, 공동체의 기억을 함께 담아내는 방식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제주도에서 마련하고 있는 '제주형 정원도시 기본계획'은 이 같은 기조를 담을 것으로 보인다. 기본계획 용역 중간보고에서 도시지역의 생활권 유휴공간과 소규모 녹지를 활용한 생활형 녹색공간 확충, 탄소중립 모델정원, '한뼘정원' 조성 등을 제시했다. 공동목장과 중산간 초지, 오름, 곶자왈 등 제주의 고유 경관을 정원도시의 핵심 공간 자산으로 재해석하는 방안도 담았다.
핵심은 정원을 개별 시설로 보지 않는 데 있다. 제주형 정원도시는 정원과 숲, 마을, 관광자원을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거점정원을 만들고, 이를 생활권 녹지와 자연공간으로 확장하며, 생산·교육·체험·관광 기능을 결합하는 단계적 추진 모델도 제안됐다. 이는 정원을 기후위기 대응과 지역균형발전, 생활문화 확산을 아우르는 장기 도시전략으로 보겠다는 의미다.
정원은 행정이 조성해 놓고 끝나는 시설이 아니라 도민이 배우고 가꾸고 이용하면서 지속되는 문화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도시의 작은 빈터, 마을의 유휴공간, 학교와 공공청사 주변, 민간정원, 곶자왈과 오름 주변의 완충 공간까지 정원문화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자연주의 정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베케' 정원의 12일 풍경이다. 건물의 외형과 그늘이 정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원을 조성한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흙속 미생물, 작은 풀 한 포기, 빛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생명들 사이의 수많은 관계가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이며,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다. 자연주의 정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고 설명한다. 2026.07.16. ijy788@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6/07/15/NISI20260715_0002187944_web.jpg?rnd=20260715213023)
[제주=뉴시스] 임재영 기자 = 자연주의 정원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한 제주 서귀포시 효돈동 '베케' 정원의 12일 풍경이다. 건물의 외형과 그늘이 정원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정원을 조성한 김봉찬 더가든 대표는 "흙속 미생물, 작은 풀 한 포기, 빛의 변화, 계절의 흐름, 그리고 생명들 사이의 수많은 관계가 모여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이며, 고립이 아니라 연결이다. 자연주의 정원은 바로 그 보이지 않는 연결의 힘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공간이다"고 설명한다. 2026.07.16. [email protected]
정원문화의 뿌리, 사람
이 공모전에서 서류심사를 거쳐 총 10개 작품을 선정한다. 선정 작품은 제주혁신도시 바람모루공원 일원에 작품별 10㎡ 내외 규모로 조성하고, 작품당 300만원의 조성비와 전문 코디네이터의 1대1 컨설팅을 지원한다. 박람회 기간에 완성된 정원을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정원문화의 지속성은 결국 사람에게 달려 있다. 제주도는 올해도 '제주 정원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교육생 40명이 참여해 11월까지 13회에 걸쳐 이론과 현장실습을 진행한다. 교육과정은 정원 및 식물 관리, 정원 설계·조성·유지관리, 수목 전정 등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무 중심으로 구성했다. 2016년부터 정원아카데미를 운영해 지난해까지 462명의 수료생을 배출했다.
임홍철 제주도 기후환경국장은 "정원아카데미 수료생들이 시민정원사와 공동체정원, 제주정원문화박람회 등 다양한 정원정책의 주체로 활동할 수 있도록 참여 기회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 프로그램은 단순한 행사개최나 일회성 조성사업에 머물지 않겠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정원아카데미는 시민정원사를 키우고, 도민참여정원은 주민이 직접 정원을 설계하고 조성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여기에 정원문화박람회가 더해지면 교육과 참여, 축제가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정원이 행정 사업을 넘어 생활 속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기반이다.
![[제주=뉴시스] 제주 도민 참여 마을정원 만들기 사업 모습. (사진=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5/25/NISI20260525_0002144293_web.jpg?rnd=20260525134453)
[제주=뉴시스] 제주 도민 참여 마을정원 만들기 사업 모습. (사진=제주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개발보다 회복의 정원으로
정원문화가 지역경제와 관광으로 확장할 가능성도 크다. 정원은 빠르게 보고 지나가는 관광지가 아니라 천천히 머물고 걷고 배우는 체류형 공간이다. 민간정원과 마을정원, 정원교육, 정원관광, 웰니스 프로그램, 지역 상권이 맞물리면 새로운 문화경제 기반이 될 수 있다.
다만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개발 압력을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제주형 정원은 훼손된 공간을 회복하고 생활권 녹지를 늘리며 지역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되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정원은 자연을 대체하는 시설이 아니라 자연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다시 좁히는 매개여야 한다.
![[제주=뉴시스] 제주정원문화박람회 포스터. (사진=제주도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15/NISI20260715_0002187945_web.jpg?rnd=20260715213754)
[제주=뉴시스] 제주정원문화박람회 포스터. (사진=제주도 제공)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세계 도시가 정원에 주목하는 이유
해외 도시들은 이미 정원을 도시정책의 언어로 확장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자연 속의 도시(City in Nature)'를 국가적 도시전략으로 추진하며, 2030년까지 300㎞의 네이처 웨이와 500㎞의 공원 연결망을 조성해 모든 가구가 공원에서 도보 10분 이내에 있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는 '오아시스 학교운동장 프로그램'을 통해 아스팔트 중심의 학교 공간을 녹지와 그늘, 물순환 기능을 갖춘 기후적응 공간으로 바꾸고 있다. 폭염에 취약한 어린이와 주민에게 시원한 생활권 녹색공간을 제공하려는 시도다. 정원이 감상용 공간을 넘어 기후위기 대응 인프라로 확장되는 흐름을 보여준다.
영국 런던은 2019년 세계 최초로 '내셔널파크 시티(National Park City)'를 선언했다. 이는 법정 국립공원 지정이 아니라 도시 전체를 더 푸르고 건강하며 야생성이 살아 있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시민참여형 도시운동이다. 런던은 공원과 하천, 운하, 개인 정원, 가로수, 녹색 지붕 등을 도시의 녹색 인프라로 연결하고 이를 환경전략과 도시계획, 보행·자전거 중심 교통정책과 결합하고 있다. 정원이 개별 공간을 넘어 도시 전체의 생활방식과 정책 방향을 바꾸는 사례다.
이들 사례가 제주에 주는 시사점은 분명하다. 정원은 예쁜 공간을 만드는 사업이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생활방식을 바꾸는 전략이라는 점이다. 싱가포르가 녹지 연결망을 생활권 안으로 끌어들였다면, 파리는 학교를 기후쉼터로 바꾸고 있다. 런던은 시민참여를 통해 도시 전체를 녹색 생활권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제주는 이 흐름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정원을 도시·환경·문화·관광을 통합하는 정책으로 바라보는 관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베케의 식물 사이를 걷다 보면 정원은 완성된 풍경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정원은 계절에 따라 변하고, 사람의 손길에 따라 달라지며, 시간이 쌓일수록 깊어진다. 기후위기 시대 제주가 정원을 말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원은 도시를 푸르게 꾸미는 장식이 아니라 제주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자연과 함께 살아갈 것인지를 묻고 답하는 현장이다.
*이 기사는 제주특별자치도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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