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김미조 감독 "영화란 카타르시스에 중독됐어요"
등록 2026.08.25 00:00:00
가족복수극 '경주기행' 상업영화 데뷔해
막내 위해 복수하는 네모녀 이야기 담아
"실제 네 자매의 막내…가족 모티브 돼"
"사건 이후 궁금…그들은 어떻게 살까"
"끝까지 가고 싶었다…그걸 보고 싶어"
"하고픈 말 너무 많아…다작하고 싶다"
![[인터뷰]김미조 감독 "영화란 카타르시스에 중독됐어요"](https://img1.newsis.com/2026/08/24/NISI20260824_0002220059_web.jpg?rnd=20260824213032)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영화 '경주기행'(8월26일 공개)을 떠받치는 건 생동감이다. 네 모녀가 복수를 위한 여행을 떠난다는 게 이 작품의 핵심이긴 하나 어떤 면에서 그건 껍데기이기도 하다. 만약 그 복수가 관객을 설득하지 못하면 그 복수는 그저 또 하나의 지어낸 얘기에 불과하니까 말이다. '경주기행'의 복수를 믿게 하는 건 복수 그 자체가 아니라 복수를 하려는 바로 그 가족이다. 이 영화의 가족은 살아 있는 것만 같다. 진짜 이런 가족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는 그 생동이 어쩌면 이 작품의 알맹이다. 복수의 주체가 약동하자 복수도 같이 살아 움직인다고나 할까.
8년 전 경북 경주로 수학여행 갔던 막내가 죽었다. 사이코패스 살인마에게 살해당했다. 부모는 그 극악무도한 인간이 합당한 벌을 받길 바랐지만 법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았고, 울화를 이기지 못한 아버지마저 세상을 떠났다. 이제 엄마는 복수를 결심한다. 8년을 기다린 끝에 엄마는 살인마를 잡는 데 성공한다. 남은 세 자매와 함께. 이제 어떡해야 하나. 살인마를 처리하기 위해 경주에 도착한 이들은 계획을 실행하려 하나 그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고, 이 과정에서 남은 네 모녀는 숨겨놨던 마음들을 하나 씩 드러내기 시작한다.
이 가족복수극은 김미조(37) 감독 가족이 출발점이다. 앞서 김 감독이 밝힌 바 있듯이 김 감독이 실제 네 자매 중 막내라는 얘기만은 아니다. 그가 이 이야기를 처음 구상한 건 2014년에 가족과 함께 경주 여행을 다녀온 후였다. 그때 경주라는 도시에서 느낀 묘한 기분이 시나리오의 시작이었다. "경주 대릉원에 갔을 때였던 것 같아요. 비가 오는 겁니다. 저희 가족은 2000원짜리 파란 우의를 사입었죠. 영화에서처럼 우의를 입고 한 줄로 걸어가는 모습을 봤는데, 어디 사람 한 명 죽이고 온 듯한 비주얼이었어요."
김 감독은 어린 시절부터 이런 사건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누군가 아무 이유 없이 죽임을 당하는 그런 일. 그래서 '그것이 알고싶다' 같은 프로그램을 영화만큼이나 열심히 봤다. 다만 그가 정말 관심을 가진 건 사건 이후였다. 피해자의 가족은 어떻게 살아가는가, 혹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그들은 어떻게 이 참혹한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갈까, 혹은 극복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살아갈까. "전 캠핑 유튜브를 좋아하는데, 제가 궁금한 건 오히려 영상에 담기지 않은 것들 같아요. 저 유튜버는 영상을 저렇게 찍어놓고 뭘 할까, 혼자 캠핑하는 게 무섭진 않을까, 같은 거요. 그게 제 시각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김 감독의 가족과 김 감독의 시선이 합쳐져 '경주기행'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2021년 장편 데뷔작 '갈매기'를 끝낸 그는 7년 간 묵힌 그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꺼내기 시작했다. 처음엔 엄마 '옥실'(이정은)의 단독 주연작에 가까운 이야기였다가 시나리오를 발전시켜가는 과정에서 자매들이 들어오게 됐다. 그렇게 김 감독의 실제 경험이 영화 안으로 더 들어오기 시작했다.
"커가면서 엄마의 다른 얼굴을 알게 됐어요. 제가 아는 엄마와 언니들이 아는 엄마가 달랐던 거죠. 언니들한테 엄마에 관한 에피소드를 들을 때마다 '우리 엄마가 그랬다고?'라고 놀란 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저희 엄마만 그런 게 아니고 대부분 엄마들이 그럴 거예요. 옥실은 자매들에게 모두 다른 엄마입니다. 네 딸과 맺은 관계가 다 달라요. 당연하겠죠. 딸들 역시 다 같은 딸이 아니니까요."
![[인터뷰]김미조 감독 "영화란 카타르시스에 중독됐어요"](https://img1.newsis.com/2026/08/24/NISI20260824_0002220060_web.jpg?rnd=20260824213053)
첫째 '장주'(공효진)는 엄마를 유독 잘이해해주는 큰언니에게서 따온 캐릭터였다. 법을 공부한 똑똑한 둘째 '영주'(박소담) 역시 둘째 언니의 특징을 일부 가져왔다. "저희 둘째 언니가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거든요." 프로레슬러 '동주'(이연) 또한 셋째 언니가 모티브가 됐다. 김 감독의 셋째 언니는 실제로 프로레슬러 활동했고, 스턴트 배우로 일했다. "동주의 역동적인 면을 셋째 언니에게서 가져온 겁니다." 다정하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자매의 아버지 역시 김 감독의 아버지를 닮았다. "이들 가족의 유머러스함은 저희 아버지가 저희 집에 뿌려놓은 바로 그 유머러스함과 비슷하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이어지는 공효진·이정은·박소담·이연의 케미스트리는 '경주기행' 가장 큰 재미 중 하나다. 이 앙상블은 그들이 워낙에 뺴어난 연기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동시에 귀에 꽂히는 대사 덕분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평생 보고 자란 게 그거였다. 자매와 모녀 간 대화만큼은 자신 있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감독은 '겅주기행'을 결코 자신의 사적인 가족의 틀 안에 가둬두지 않는다. 처음엔 복수를 소재로 한 코믹한 소동극처럼 보였던 이 영화는 이들의 사연과 숨겨둔 마음이 하나 둘 드러나면서 눈물을 쏙 빼는 가족극이 됐다가 모녀와 살인마 간 대결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스릴러 장르물로 변화한다. 그리고 옥실의 마지막 선택까지 다 보고난 뒤엔 저 한스러운 마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김 감독은 "끝까지 가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에게 복수를 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고 합니다. 그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과정 중에 복수라는 건 뇌에 설계가 돼 있지 않다고 해요. 하지만 저는 저는 옥실이 복수를 통해, 그것이 사적제재일지라도 딸과 온전히 작별하고 자기 안의 불덩이를 끄기를 바랐어요. 그 모습을 담고 싶었습니다. 복수의 완성이 곧 회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회복의 가능성은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요."
김 감독은 2021년에 '경주기행'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고, 2024년 8월에 촬영을 마쳤다. 크랭크업을 한 뒤 2년만에, 시나리오가 출발한지 대략 5년만에 개봉한 작품이다. 처음 이 영화를 떠올린 건 2014년이니까 어떻게 보면 12년에 걸친 프로젝트가 마무리 된 셈이다. 영화 한 편을 하는 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데 영화가 좋으냐고, 영화를 왜 하느냐고 그에게 물었다. 김 감독은 "말하는 걸 좋아하고 하고 싶은 말이 많아서 미치겠다"고 답하며 웃었다.
"전 정말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 공장처럼 쏟아내고 싶어요. 제 롤모델이 그래서 연상호 감독님입니다. 그리고 전 제 영화를 큰 스크린에서 보는 게 정말 좋습니다. 당연히 영화 만드는 과정은 정말 힘들죠. 하지만 제 작품이 큰 스크린을 통해 나올 때 그 카타르시스가 너무 커요. 전 그 카타르시르에 중독됐어요." 김 감독에게 차기작으로 구성하고 있는 작품을 말해달라고 했다. "여자교도소 이야기, 복부인 이야기, 좀비물, SF물 너무 많아요."
"여자가 너무 많은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에 일단은 여자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현재까진 그게 제가 제일 잘 다룰 수 있는 캐릭터라고 봐요. 하지만 전 계속 확장하고 싶습니다. 하나 씩 한 단계 씩 넓혀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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