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슐 안에 담긴 소확행”…MZ 사이에 부는 ‘가챠 열풍’ [출동!인턴]
등록 2026.09.23 07:00:00수정 2026.09.23 07:05:09
홍대·잠실 등 가챠샵 확산…2030 발길
4000~8000원대 상품에 ‘한 번 더’ 반복
"작은 사치·도파민 소비"…불황형 소비로 주목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입구역 인근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 매장에서 방문객이 랜덤으로 나온 가챠 상품 캡슐을 꺼내고 있다.2026.09.22.](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341_web.gif?rnd=20260922114214)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입구역 인근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 매장에서 방문객이 랜덤으로 나온 가챠 상품 캡슐을 꺼내고 있다.2026.09.22.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김하은 인턴기자, 박지우 인턴기자 = “제발…제발 짱구 나와라!”
21일 서울 홍대입구역 인근 한 가챠샵. '짱구는 못말려' 기계 앞에 선 한 방문객이 시작 버튼을 누르고 결제를 마쳤다. '찰칵' 소리와 함께 파란 캡슐 하나가 ‘툭’ 떨어졌다. 짱구를 기대하며 뚜껑을 열었지만 나온 것은 짱구의 친구 '철수' 피규어였다.
국내에서 흔히 ‘뽑기’라고 부르는 캡슐 장난감은 일본의 ‘가챠’에서 유래했다. 일본어 ‘가챠가챠(がちゃがちゃ)’는 기계를 돌릴 때 나는 ‘찰캉찰캉’ 소리를 나타내는 의성어다. 기계에 돈을 넣고 손잡이를 돌리면 캡슐 하나가 무작위로 나온다. 캡슐 안에는 캐릭터 키링과 피규어, 소형 장난감, 문구용품 등 다양한 종류의 물건이 들어있다. 어떤 물건을 손에 넣게 될지는 열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가챠의 성지로 유명한 홍대 거리에는 이날 오전부터 가챠샵을 찾는 손님들의 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어린 시절 좋아했던 캐릭터를 다시 소장하려는 이부터 부담 없는 가격에 소소한 즐거움을 얻으려는 이까지, 가챠샵을 찾은 이유도 제각각이었다.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 AK플라자 4층의 '가샤폰 스트리트' 매장.2026.09.21.](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336_web.jpg?rnd=20260922113749)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 AK플라자 4층의 '가샤폰 스트리트' 매장.2026.09.21.
홍대입구역 인근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을 찾아, 가챠를 즐기는 2030세대의 모습과 이들이 가챠에 빠져드는 이유를 살펴봤다.
매장 문을 열자 빼곡하게 늘어선 가챠 기계가 시야를 가득 채웠다. 벽면을 따라 기계가 줄지어 들어섰고, 매장 한가운데에도 수백 대가 미로처럼 놓여 있었다. 좁은 통로를 따라 몇 걸음 옮길 때마다 새로운 캐릭터 상품이 담긴 기계가 눈에 들어왔다.
캡슐 안에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부터 키링, 동전지갑, 파우치, 미니 무드등까지 여러 상품이 담겼다. 인기 캐릭터인 짱구와 도라에몽, 산리오캐릭터즈를 활용한 희귀템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가챠의 가격대는 최소 4000원부터 최대 8000원까지 다양했다.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입구역 인근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 매장의 내부 모습.2026.09.21.](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337_web.jpg?rnd=20260922113841)
[서울=뉴시스]김하은·박지우 인턴기자 = 21일 홍대입구역 인근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 매장의 내부 모습.2026.09.21.
기계 앞에 선 이들의 시선은 상품 목록과 배출구를 번갈아 오갔다. 어떤 기계를 돌릴지 한참 고민하거나, 레버를 힘껏 돌린 뒤 캡슐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도 있었다. 시작 버튼을 누른 채 몸을 앞으로 기울여 배출구를 바라보는 모습도 곳곳에서 보였다.
원하는 캐릭터가 나오지 않으면 다시 동전을 넣는 이들도 있었다. 친구와 방금 나온 상품을 맞바꾸며 웃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번만 더 해보자”,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말이 오갈 때마다 기계 앞에서 보내는 시간도 길어졌다.
인근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다가 가챠샵을 찾았다는 조모(20)씨는 "랜덤으로 상품이 나온다는 게 굉장히 재미있다"며 "적은 확률을 뚫고 원하는 상품을 얻게 되면 운명처럼 느껴져 더 특별하다"고 말했다.
친구와 함께 리락쿠마 가챠를 뽑던 30대 김모씨는 "원하는 상품을 한번에 얻을 수 없다는 불확실성에 끌린다"며 "캐릭터 상품을 종류별로 모으고 싶은 마음에 가챠를 20번까지 돌려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만화 '은혼'의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20대 김모씨는 "랜덤으로 원하는 상품이 나올 것 같을 때 도파민이 터지는 느낌"이라며 "원하지 않는 캐릭터가 나오더라도 상품을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다"고 했다.
가챠를 찾는 사람들이 늘면서 관련 유통 매장도 증가하고 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TASIS)의 ‘100대 생활업종 사업자 현황’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전국 ‘장난감가게’ 사업자는 4035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19.56%(660곳) 늘어난 수치다. 피규어 매장과 가차숍 확산에 따른 결과로 해석된다.
가챠샵은 주요 대학가를 비롯해 유동 인구가 많은 홍대입구역, 잠실역, 용산 아이파크몰 등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특히 서초구 남부터미널 인근 국제전자센터와 홍대 AK플라자 등은 가챠 매장이 밀집한 이른바 ‘가챠 성지’로 꼽힌다.
홍대 인근에서 부동산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김모(60)씨는 "최근 몇년간 홍대에 가챠샵 매장이 약 5배는 늘어난 것 같다"며 "홍대를 찾는 2030세대의 수요가 늘면서 가챠샵 입점 문의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라고 말했다.
가챠 열풍의 배경에는 2030세대의 '경험 중심 소비'와 경기 침체 속 확산한 '불황형 소비'가 자리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21일 서울 마포구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에서 방문객들이 가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09.21.](https://img1.newsis.com/2026/09/22/NISI20260922_0002246339_web.jpg?rnd=20260922114016)
[서울=뉴시스] 박지우·이수진 인턴기자 = 21일 서울 마포구 ‘쿄우마가챠샵 LC타워점’에서 방문객들이 가챠 상품을 살펴보고 있다. 2026.09.21.
완성된 상품을 소유하는 데 그치지 않고, 무엇이 나올지 기대하며 레버를 돌리고 결과를 확인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놀이 문화’로 자리잡았다. 고물가 속에서 큰돈을 쓰지 않고도 확실한 만족감을 얻으려는 소비 심리 역시 가챠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
숙명여자대학교 미래교육원 노은정 교수(전 신세계 유통산업연구소 소장)는 "젊은 층이 큰돈을 들여 소비나 여가를 즐기기 어려운 상황에서, 가챠는 적은 비용으로 심리적 만족을 얻는 일종의 ‘작은 사치’이자 불황형 소비의 대체재가 됐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 교수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는 걸 넘어 구매 과정에서 맺는 상호작용이 중요해진 시대"라며 "‘랜덤 뽑기’ 특유의 불확실성이 주는 긴장감과 원하는 캐릭터를 직접 뽑는 과정이 MZ세대의 ‘도파민 소비’ 욕구와 맞물려 열풍을 이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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