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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극의 제2부" 김여정 담화…지뢰 책임 부인하고 韓 내부 균열 노렸다

등록 2026.10.09 00:00:00수정 2026.10.09 00:15:37

대북 의료장비 지원 "정치적 도발" 규정하며 전면 거부 의사 밝혀

DMZ 지뢰 책임론 차단하고 '두 국가' 노선에 부합한 '다층적 계산'

[하노이=AP/뉴시스]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소에서 열린 헌화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참석한 모습. 2019.03.02.

[하노이=AP/뉴시스] 2019년 3월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 묘소에서 열린 헌화식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참석한 모습. 2019.03.02.

[서울=뉴시스] 김종민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8일 한국 정부의 대북 의료장비 지원 구상을 "정치적 도발"로 규정한 것은 지원 거부를 넘어, 서부전선 DMZ 지뢰 폭발 사고의 책임론을 방어하고 한국 정부의 '인도주의 접근'을 무력화하려는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원 계획을 지뢰 사건과 한 묶음으로 엮어 '자작극'의 연장선으로 몰아가면서,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국감 발언을 끌어다 쓰며 남남 갈등까지 겨냥했다는 해석이다.

김 부장의 담화는 의료장비 지원 문제를 독립된 현안이 아닌 '지뢰폭발 사건'의 연장선에서 다뤘다. 그는 지원 계획을 한국이 연출한 "자작극"의 "제2부"라 칭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앞서 한국 군 당국이 DMZ 폭발 사고의 원인으로 북한군 지뢰 가능성을 제기했을 때 이를 전면 부인했던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재활용한 셈이다. 한국의 지원을 수용하는 순간 지뢰 사고에 대한 한국 측의 주장을 인정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조치다.

한국 내부의 시각차를 이용하려는 정황도 포착됐다. 김 부장은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지뢰공격'으로 특정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내용을 "스스로 고백"이라 지칭하며 인용했다. 정 장관의 발언은 북측의 의도적 매설을 단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으나, 북한은 이를 일부만 발췌해 군과 정부, 여야 간의 의견 대립을 부각하려 시도했다. 실제로 해당 사고는 여야 간 정치적 공방의 중심에 서 있는 상태다.

발표 시점 역시 치밀하게 계산됐다. 보수 야권을 중심으로 지원 중단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요구가 나오는 상황에서 북한의 거부 의사는 정부의 입지를 좁히는 결과로 이어진다. 정부가 지원을 강행하면 '굴욕'이라는 비판을 받고, 철회하면 '대북 정책 후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외교부의 유엔 안보리 서한 발송 등 국제적 절차에 앞서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주요 지도간부들과 군사지휘관들을 만나 신형저격수보총을 선물한 뒤 지도간부들과 사격장에서 저격무기사격도 실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이날 북한은 김여정이 노동당 총무부장이 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6.02.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27일 당중앙위원회 본부에서 주요 지도간부들과 군사지휘관들을 만나 신형저격수보총을 선물한 뒤 지도간부들과 사격장에서 저격무기사격도 실시했다고 북한 조선중앙TV가 28일 보도했다. 이날 북한은 김여정이 노동당 총무부장이  소총을 조준 사격하는 모습도 공개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 2026.02.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북한이 추진하는 '두 국가' 노선과의 일치 여부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지원 대상인 평양 강동군병원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을 들인 '지방발전 20×10 정책'의 결실로 세워진 시설이다. 한국이 필수의료 개선을 명목으로 지원을 언급한 것 자체가 자력으로 지방 현대화를 이뤘다는 북한의 체제 선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 김 부장이 "모독"과 "주권침해"를 언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편 김 부장은 관계 개선의 조건으로 "최대한의 존중과 배려, 진심부터 보여야 한다"고 밝히면서도 "마주볼 필요조차 없다"고 단언하는 등 모순된 언사를 남겼다. 이는 대화의 의지라기보다는 한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높이려는 수사적 표현에 가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해당 담화가 북한 주민이 보는 대내 매체가 아닌 대외 매체를 통해 발표됐다는 점도 대남 메시지에 무게가 실려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조치는 지뢰 사건 책임을 회피하고 남남 갈등을 유도하는 복합적 전략으로 풀이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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