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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생각]대규모 R&D 사업, 미래지향적으로 기획해야

등록 2019.09.29 13:00:00수정 2019.10.11 09:4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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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뉴시스】 작년 2018년 4월 기획재정부는 국가재정시행령 및 예비타당성조사(이하 예타조사) 운용지침을 개정함으로써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연구·개발(R&D) 예비타당성 대상사업 선정 및 조사, 수행 전문기관 지정, R&D 지침마련 등 R&D 예타조사 업무를 포괄적으로 수행하도록 조정하였다.

이와 함께 국가연구개발사업 예타조사 제도 혁신방안을 마련하여 R&D 예타조사의 과학기술 전문성을 강화와 효율화 및 운영의 유연성과 투명성에 대한 책임성을 강화하고 도전적이고 혁신적인 R&D 투자의 적재적소 투입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이는 과기부가 과학기술의 주관 부처로서 과학기술의 이해를 바탕으로 정부 주도의 혁신 생태계 구축과 새로운 기술개발요소를 발견하고 신성장동력 확보에 집중하는 모습으로는 큰 의미가 있다.

대규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경우 예타조사를 통해 부처에서 제안하는 기획사업을 평가하여 실행 여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예산 투입이 일어나는 구조이다. R&D 사업의 기획에서 실행까지, 많은 절차와 비용 및 시간이 소요되는 위와 같은 구조는 급변하는 연구개발 환경 및 변혁으로 표현되는 기술개발의 변화 대응에는 비효율적이라는 점은 꾸준히 지적되어왔다.

이에 따라 과기부는 예타조사 기간을 축소하고 사업기획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R&D 예비타당성조사 사전컨설팅을 지원하는 등 구체적 변화를 시도하였다. 과기부는 2018년 2차 때부터 예타조사를 본격적으로 수행하여 총 34개 사업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고 2019년 9월 현재, 14개 사업에 대한 조사가 진행하고 있다.

특히 오랜 시간 지속되는 예타조사 기간에 대한 문제는 수행 기간의 단축을 통해 신속한 결과를 도출하는 등 절반의 성공을 이루고 있으나 이와는 반대로 상세 분석을 위한 시간 부족은 예타조사 결과의 완결성에 대한 논란거리를 야기하고 있다.

과기부로 예타조사 권한이 이양된 이후 1년 반이 지난 시점에서 과연 과기부가 강조하던 새로운 시도(예타조사 기간 축소, 사전컨설팅을 통한 사업기획의 질 향상)는 예전의 기획재정부 주도의 예타조사와의 차별성을 갖고 있는 것일까?

2000년 3.8조원에서 2019년 20.4조원으로 20여년 만에 5배이상 증가한 R&D 예산을 운영하는 정부의 입장에서 예산의 규모가 커진 만큼 대규모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급변하는 기술의 변화에 대응하고 융복합적 사고를 접목하는 등 연구개발 활동의 지속성 유지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여년 동안의 국가연구개발사업을 분석해보면 기초연구 투자 비중 상승과 주도적 과학기술 혁신의 축이 민간으로 이동한 것에 따른 경제발전 목적형 투자가 감소한 것을 제외하면 겉모습의 변화는 그리 크지 않다.

2000년대 이후 패스트팔로어(Fast Follower)에서 탈피하기 위한 정책을 강화하였으며 2010년대에 들어서서는 지속적으로 기초연구 비중을 늘려 퍼스트 무버(first mover)형 창의연구에 집중하자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러한 국가연구개발의 방향성 변화가 예타조사 제도 혁신방안에 기반을 둔 과기부 주도가 이러한 역동적 변혁을 따라가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예비타당성 조사를 이야기하기 전에 연구개발 활동을 의미하는 R&D에 대해 우선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R&D는 혁신을 가져오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은 물론이고 연구개발 활동의 혁신의 주체인 대학, 출연연구기관 등은 미래의 수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핵심 요소로서 R&D에 집중하고 있다.

과학기술 변화의 속도를 고려하면 현재 연구되고 있는 기술개발의 목표는 철저한 경쟁체제인 글로벌 기술개발의 현장에서는 언제든지 진부화될 수 있는 등 성과의 진입 시간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러한 환경에서 글로벌 리더(first mover)로 지향은 새로운 방식의 R&D 기획과 수행에 대한 파격적인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R&D 추진을 위해 다년간의 기획과정을 거치고 기술성평가, 예타조사 후, 시행 결과를 확보하더라도 적시에 완료되지 못할 경우 예산 투입이 1년 미뤄지는 이러한 R&D 추진 구조가 과연 적절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일반적으로 기획, 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현재보다 바람직한 미래를 추구하기 위해 특정 주제에 대한 목표를 설정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지침을 마련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그 목표가 비교적 명확하거나 이미 주어진 목표라면 기획은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에 필요한 준비 작업을 철저히 수립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그 목표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설정될 수 있다면 기획은 예측 가능한 상황하에서 이에 적합한 목표를 도출하는데 많은 비중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때 합리적인 목표를 수립하기 위해서는 예측된 환경내에서 외부의 환경변화를 잘 예측하고 인력, 자금 등 자원의 가용성과 및 수행능력의 판단을 근거로 달성 가능한 최종적으로 도달하여야 할 목표를 잘 설정하여야 한다.

목표를 설정할 때 다수의 이해당사자로부터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며 이해 당사자 혹은 의사결정자가 소수인 경우에는 목표의 도출과정에서 사용된 분석자료를 검토하거나 여러 방식을 통해 자문을 구하여 최종적으로 그 목표를 결정하게 된다.

해럴드 커즈너(Harold Kerzner)는 기획을 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의사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의 제거 혹은 감소, 사업 혹은 조직의 운영에 대한 효율성의 향상, 목표에 대한 확실한 이해 및 작업 혹은 활동을 모니터링 하고 통제하기 위한 기반제공 등 4가지로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기획의 이해를 바탕으로 하면 R&D 기획은 연구개발을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합리적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을 마련하는 일련의 과정을 의미한다. 다양한 연구개발 분야와의 융복합을 통해 대규모의 연구개발사업이 수행되는 상황에서 다양한 변수의 복잡성으로 인해 연구개발에 대한 연구기획의 역할과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현재 대규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과정에서는 프로세스 상에서의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 대규모의 기획인력을 구축하고 관련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와 이해당사자의 의견 수렴 및 관련 기술개발 요소에 대한 상세 분석 등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예타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끊임없는 내용의 보완이 이루어지는 현실을 볼 때 기획보고서에 담아야 할 내용을 완전하게 담지 못했던지, 아니면 같은 기술개발요소를 보는 시각이 다른 것이다. 이러한 소모적인 기획과 예타조사라는 평가의 단계를 거치지 않고 함께 사업을 만들어가는 것을 제안해 본다.

기존의 대규모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에서도 많은 관련 주체들의 참여는 이루어지고 있으나 기존방식을 확대하여 아이디어 공장(IDEAS Factory)을 통해 기획 주체와 평가 주체,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등 최대한 많은 주체(연구자, 기업가, 연구 관리 전문가, 정책 전문가, 특허 전문가 등)가 참여하고 특정 주제에 대한 집중적인 워크숍(closed, 1주일 장기)을 통한 새로운 아이디어 및 연구 방향을 설정하는 시스템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치매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이라면 R&D 측면(R&D 연구자) 뿐만 아니라 국가의 돌봄 지원 등 치매지원 측면정책(사회과학자)의 상호 연관 관계 분석을 필수적으로 하는 단계를 거침 후 종합적인 토론을 통해 지원 프로그램을 고려한 R&D 기획을 추진함으로써 정부 예산 지원의 효율성을 제고하여야 한다.

또한 다양한 전문가의 참여로 기술개발 요소의 상세 내용을 공유하고 전문가들의 가감 없는 논의/논쟁을 통해 의견을 모음으로써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확보하는 등 기존의 관련 분야 전문가의 기술 중심의 논의가 아닌 다양한 접근 방식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소수의 폐쇄적이고 세세한 기획을 탈피하여 다양한 연구자가 참여할 수 있는 개방적 집단 기획 체제로 전환함으로써 R&D 프로세스 전반에 대해 신뢰하는 문화의 정착과 실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도전적인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긴 호흡으로 먼 미래를 바라보는 시야가 확보될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체질의 근본적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실시간 다양한 동료와의 논의/논쟁을 통해 함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를 생성하는 연결 고리를 확보하고 정상적인 상황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매우 혁신적이고 위험을 수용하는 연구 활동을 자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연구개발사업의 기획, 실행 측면에서 예타는 제시된 기획보고서에 대한 다양한 이해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반영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소수의 연구진에 의해 이루어진 내부 의견에 매몰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이 저해되거나 평가 결과의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이러한 지속적인 문제 제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년간 준비한 기획보고서에 투입되는 예산과 시간과 더불어 예타조사 시 소요되는 시간과 예산을 고려한다면 정부가 정책적으로 집중해야 할 것과 연구자가 필요로 하는 특정 주제에 대해 IDEAS Factory를 오픈하여 관련 전문가들과 함께 방향을 설정하고 함께 정부 예산 지원의 효율성에 입각한 심층 토론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함께 구성하는 방식을 시도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거기에 다년간 예타조사를 통해 R&D 기획의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 중심으로 기획 주체와 평가 주체가 함께 정부주도의 기획을 실시한다면 급변하는 기술변화에 대응하고 기획과 평가가 분리되어서 초래되는 소모적인 시간과 예산의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국가연구개발사업에 대한 예타를 어느 부처가 리딩하면 예산의 효율적 집행이 될 것인가에 대한 진부한 논쟁이 아니라 국가연구개발사업에 있어서 예타를 수행해야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홍범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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