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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웅 연출 "또 셰익스피어스?...할 수 있다면 전작 하고 싶어요"

등록 2021.06.29 15:2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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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의 연극 '코리올라누스' 맡아

7월 3~15일…LG아트센터서 공연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지난 5년 동안 처음으로 연극과 멀어졌어요. 공연도 보지 못했고요. 오랜만에 연습실에서 '연극이란 이런 것이지'라는 생각으로 즐겁게 임하고 있습니다. 연극은 '플레이(PLAY)', 말 그대로 잘 노는 거잖아요."

'셰익스피어 스페셜리스트'로 통하는 양정웅 연출(극단 여행자 예술감독)이 5년만에 연극무대로 복귀한다.

오는 7월3일부터 LG아트센터 여는 연극 '코리올라누스' 연출을 맡았다. 그간 양 연출이 다루지 않았던 로마 정치극으로, 사회문화적·역사적 맥락과 함께 '문학적 비극'이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코리올라누스'는 셰익스피어의 후기 비극이다. 자부심과 거만함으로 자멸하는 로마 장군 '코리올라누스'가 주인공으로 기원전 5세기 로마의 전설적인 장군으로 알려진 가이우스 마르키우스가 모델이다.

지난 2014년 배우 톰 히들스턴이 주연으로 런던 소극장 돈마 웨어하우스 무대에 올랐고 영국 국립극장 NT 라이브에서 상영되며 국내에서도 주목 받았다.

오랜만에 연습실에서 배우·스태프와 함께 하며 '연극의 맛'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양 연출을 최근 LG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코리올라누스'는 '페리클레스'(2015), '로미오와 줄리엣'(2016), '환'(맥베스 원작), '햄릿', '십이야' 등에 이은 양정웅의 8번째 셰익스피어 연출작이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자타공인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통합니다.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으로 영국 바비칸 센터와 셰익스피어 글로브에서 초청 받아 공연한 국내 유일의 연출가이기도 하죠. '햄릿' '십이야' '페리클레스' '로미오와 줄리엣' 등에 이어 9번째 셰익스피어 연출작인데, 한편에선 '또 셰익스피어냐'는 반응도 있습니다.

"몇 작품까지 할 수 있을 지 모르겠지만, 할 수 있다면 셰익스피어 전작을 하고 싶어요. 그런데 '코리올라누스'는 조심스러웠어요. 제가 정치나 현실적인 이야기를 '잘할 수 있을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다 보니까,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사람들 얽힌 이야기에 천착을 하게 되더라고요. 또 나라끼리의 혐오, 같은 민족끼리 갈등, 좌우로 나눠지는 이념 등 지금 우리의 모습과 '코리올라누스' 속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은 거예요. 영화 '기생충'이 잘 짚어준 계층간 경제 갈등, 최근 양상이 심해진 젠더 갈등까지. 2500년이 지났음에도 현실과 인간이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감히 '정치극'에 도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캐릭터의 비극적인 요소에도 매력을 느끼셨다고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코리올라누스'는 현대인의 불멸의 테마인 고립과 외로움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의 본질적 문제의 원형을 깊이 있게 잘 보여주고 있죠. 각색하고 연구하면서, 아서 밀러 '시련'에 등장하는 존 프락터가 떠올랐어요. 신념을 꺾지 않는 인물인데, 코리올라누스와 닮아 있습니다. 참 매력적인 인물이에요. 셰익스피어의 다른 작품 캐릭터와 다른 지점도 많고요. 또 그레고르 잠자(프란츠 카프카가 1915년에 발표한 단편소설 '변신'에서 어느날 잠에서 깨어나 커다란 해충으로 변신한 자신을 발견하고 불안에 떠는 인물)도 떠올렸죠."

-연출님과 '페리클레스' 등에서 호흡을 맞추셨던 배우 남윤호 씨도 출연합니다. 영국왕립연극학교에 공부하며 잠시 국내 무대를 떠났던 윤호 씨의 4년 만의 국내 무대 복귀작이라는 점도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주인공 코리올라누스를 연기하죠.

"영국에 있는 동안 펜데믹을 거치면서 남윤호 씨 역시 코리올라누스처럼 홀로 고립돼 있었어요. 그 고립무원 속에서 내공을 키워왔고 쌓아왔더라고요. 음악과 인문학에 대한 소양도 대단해 '남다른 미학'을 가지고 있어요. 작품 해석부터 합의까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죠."

-계속 호흡을 맞춰오셨던 장영규 음악감독님이 이번에도 참여하십니다. 그런데 알만한 분들은 알고 있지만, 장 감독님이 이끄는 이날치의 산파 같은 역할을 하셨잖아요. 지난 2018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연출님의 의뢰로 '수궁가'를 작업한 것을 계기로 결성된 팀이죠.

[서울=뉴시스] 연극 '코리올라누스'. 2021.06.1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연극 '코리올라누스'. 2021.06.12. (사진 = 국립극단 제공) [email protected]

"저는 한 것이 없어요. 그래서 관련 발언을 극도로 자제하고 있습니다. 장영규 감독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세요. 항상 새로운 영감을 주세요. 이번엔 '전자음 어떠냐'고 물으시더라고요. 작품에 잘 어울리면서도 새로운 사운드가 나올 거 같아요. 뛰어난 아티스트들분들과 계속 협업할 수 있는 이유는 제가 '졸라서'예요. 하하."

-'코리올라누스'는 2022년 마곡으로 이전하는 LG아트센터가 강남지역에서 선보이는 마지막 기획공연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됩니다. 2009년 LG아트센터에서 초연한 연출님의 연극 '페르귄트'는 세계적으로 호평을 받는 등 이 극장과 인연이 남다르시죠?

"이번에 LG아트센터에서 연습을 하면서 극장에 걸려있는 이전 사진들을 보니 뭉클하더라고요. 역삼동 시대의 마무리를 함께 해서 영광이고, 행복하게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LG아트센터는 젊은 시절 제가 맥베스를 각색한 이미지적이고 실험적인 '환(幻)' 같은 작품을 올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어요. 비공식적인 후원도 많이 해주셨고, 상주단체처럼 연습실도 이용하게 해주셨습니다. '페르귄트'는 두말 할 것 없이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작이고요."

-올해 초엔 엑소 찬열이 주연한 영화 '더 박스'를 통해 영화감독으로도 데뷔를 하셨습니다. 예술감독으로 계신 극단 여행자라는 이름이 떠올리는, 잘 만들어진 로드무비였습니다. 사실 연극보다 영화배우로 데뷔를 먼저 하셨잖아요.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연극 '코리올라누스' 양정웅 연출가가 지난 25일 서울 강남구 LG아트센터에서 뉴시스 인터뷰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1986년 영화 '젊은밤 후회없다' 단역이요. 하하. 10여년 전부터 영화 감독 기회가 오긴 했는데 닿지 않았어요. 올림픽이 잘 끝나고 나서 개인적으로 행복한 작업을 했죠. 실제 자연 속에서, 현장 속에서 로케이션을 진행하다보니 흥분되더라고요. 프레임의 시간을 편집하는 과정도 신났어요."

-연극, 영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 플랫폼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을 다 챙기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새로운 플랫폼에 관심이 많아요. 서울예대 교수를 했었던 이유도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아서였어요. 아포칼립스적인 것에 관심이 많지만, SF마니아이기도 합니다. 다가올 메타버스의 세상도 궁금해요. 솔직히 잠을 자는 시간이 아까워요. 시간을 쪼개서 OTT를 보고 숏폼 콘텐츠도 계속 보죠. 물론 아날로그적인 것이 소중하지만, 지금 젊은 세대가 익숙한 IT적인 변화에도 대비를 해야겠죠."

-그럼에도 무대 위 펼쳐지는 연극에 대한 애정은 여전하시죠. 이번엔 어떤 연극성을 보여주실까요.

"부모님(부친은 소설가 양문길, 모친은 극작가 김청조)덕에 제 연극의 출발은 문학성이었어요. 남들이 하지 않는 걸 여행자처럼 좇다보니 이미지극, 신체극 같은 새로운 실험을 하게 됐죠. 이번 '코리올라누스'는 언어가 베이스, 텍스트가 베이스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것 같아요. 연극의 문학성, 희곡의 문학성 등 오랜만에 언어적인 것들에 천착을 하고 있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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