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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원들도 `집값 폭등' 설전...금리인상 명분 쌓는 한은

등록 2021.08.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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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금통위, 집값 상승·가계부채 증가 대응 놓고 의견 엇갈려

비둘기파 "가계부채, 금리인상 아닌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매파 "코로나19 이후 지속한 저금리 기조로 금융불균형 초래"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부동산 추진 관련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8.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오후 부동산 추진 관련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7.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대응을  놓고 금통위원들이 치열한 설전을 벌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성향의 위원은 주택 가격 상승, 가계부채 문제는 금리인상이 아니라 재정정책으로 해결해야 하는 만큼 기준금리 금리 인상에 대한 논의는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다음에 해도 된다는 논리를 폈다. 반대로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의 다수 위원들은 저금리 기조가 집값 상승 기대를 자극하고,  가계부채 문제를 심화 시킬수 있다며 금융안정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한다고 맞섰다.
 
한은이 3일 공개한 금통위 의사록(7월10일 개최)을 보면 비둘기파로 분류되는 주상영 위원으로 추정되는 한 위원은 "현재 진행되는 주택가격 상승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다주택자의 투자 행위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아니어서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가계부채 누증과 같은 금융불안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대출규제책 등을 반영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상태이고, 차주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등 저금리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정책도 가동되고 있다"며 "가계부채의 안정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금리로 인한 가계부채 누증과 집값 폭등 등으로 인한 금융불균형 문제를 금리인상으로 해결하려 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다른 위원은 "최근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의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시장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우려된다"며 "지난해 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속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급격한 실물경제의 위축을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자산시장 가격 상승도 동시에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급증한 가계부채와 집값 폭등이 저금리 기조에 있는 만큼 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달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 소수 의견을 낸 고승범 위원으로 추정된다.

그는 또 "자산시장의 과도한 가격상승 기대를 소폭의 금리인상으로 대처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통화정책의 시그널링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과도한 부채 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상승이 전례 없다고 지적한 위원도 있었다. 한 위원은 "주택가격의 오름세가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진다고 전제한다면 큰 흐름에서 2014∼2015년 이후의 가격상승 사이클이 7∼8년에 걸쳐 지속되는 셈"이라며 "과거 40년 동안의 주택가격 움직임을 돌이켜 볼 때 이번 상승기는 사상 유례가 없이 긴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990년을 전후한 시기에 주택가격 상승기가 4년 정도 이어진 바 있고 그 외엔 대체로 상승 지속기간이 2∼3년 정도에 그쳤다"며 관련 부서에 이번 가격상승 사이클이 이처럼 장기간 이어지는 배경이 무엇이라고 보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한은 관련부서는 "주택시장의 수요, 공급, 기대 등 다양한 요인들이 복합돼 있겠지만 공급요인이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며 "정부의 부동산대책이 공급을 늘리는 쪽에 초점을 두고 있으나 단기적으로 공급부족에 대한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답했다.

금리 상승시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등 가계 부문별로 미치는 영향을 놓고도 설전이 이어졌다.

일부 위원은 금리상승 시 고소득층이 더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일부 위원은 "저소득 가계의 경우 금융자산이 금융부채보다 많은 순금융자산 보유 가구의 비중이 높아 금리상승 시 장기적으로는 이자수지가 개선될 수 있다"며 "반면 고소득 가계의 경우 주택 등 실물자산의 보유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금리상승 시 상대적으로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다른 일부 위원은 "저소득 가계에서 순금융자산 보유 가구의 비중이 높게 나타나는 것은 낮은 신용도 등으로 이들 계층의 금융접근성이 제약돼 있기 때문"이라며 "금리상승 시 이들 계층의 이자수지는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차입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분석 결과를 해석할 때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다른 일부 위원은 "금리상승 시 단기적으로 차주의 이자상환 부담이 증대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부채증가 억제를 통해 원금상환 부담이 축소될 수 있다"며 "채무부담에 미치는 영향을 단기와 장기로 나누어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자 부담 증가에 따른 차주의 소비감소 효과를 지적한 위원도 있었다. 일부 위원은 "금리상승 시 차입자의 이자부담 증대에 따른 소비감소 효과가 대부자의 이자수익 증대에 따른 소비증가 효과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상승에 따른 거시경제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차입자의 소득여건이 충분히 개선되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통화정책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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