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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보는 K아트&책]'나를 죽이는 건 언제나 나였다' vs '아이스 캡슐'

등록 2022.03.30 05:00:00수정 2022.03.30 09:2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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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그림 화가' 박성민, 대표작 '아이스 캡슐'

기타노 유이의 베스트셀러...13만 부 판매 기록

【서울=뉴시스】박성민, Ice capsule Folding Surface1, oil on canvas, 100x100cm, 2015

【서울=뉴시스】박성민, Ice capsule Folding Surface1, oil on canvas, 100x100cm, 2015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얼려버린 재능을 꺼내라.'

누구나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갖고 태어난다. 글을 잘 쓰는 사람,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 노래를 잘하는 사람, 춤을 잘 추는 사람, 비판을 잘하는 사람, 사람을 설득하는 능력이 뛰어난 사람, 남을 잘 도와주는 사람 등등. 그런데 왜 어떤 사람은 타고난 자신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면서 살아가고 또 다른 어떤 사람은 뛰어난 재능이 있음에도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인생을 마감할까?

그 차이는 바로 ‘인간관계’에 있다. 나의 재능을 알아봐주는 결정적 인물을 만나느냐 만나지 못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승패가 크게 갈리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누군가 나의 재능을 알아봐주기를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한번 생각해보자. A는 자신의 재능이 뭔지 잘 알고 있고, 그것을 알아달라고 누군가에게 꾸준히 어필하는 중이다. 그 반면에 B는 자신이 뭘 잘하는지 잘 모르고 누구에게 어떤 조언을 구해야 할지도 잘 모르고 있다. 만약 A와 B가 똑같은 재능을 갖고 있다면 누가 더 성공할 확률이 높을까? 당연히 A다. B는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갖고 있다 해도 그것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기회조차 얻지 못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성공이란 내가 나의 재능을 이해하는 데에서 출발한다.

[서울=뉴시스]박성민, Ice Capsule,49x21.5cm,2010,oil on canvas

[서울=뉴시스]박성민, Ice Capsule,49x21.5cm,2010,oil on canvas



화가 박성민(54)은 자신을 알아봤다. 영남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미술학원 강사로 살았다. '향토 작가'로 살려고 했는데 마음을 뚫고 나오는 '한계 없는 재능'을 스스로가 이해했다. 대학을 졸업한 지 10년 만인 2000년 홍익대 회화과에 입학했다. 늦바람 난 학창시절 상을 휩쓸었다. 동아미술제, 신사임당미술전에 이어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대상(2004)을 수상하며 뒤늦게 찾은 재능을 빛냈다.

얼음속에 갇힌 초록의 '청미래' 그림은 치명적이었다. 얼음 그림은 딸기 블루베리를 얼려 싱싱함을 과시했다.  작품 제목은 '아이스 캡슐(Ice Capsule)'. 2006년부터 도자기에 담아낸 얼음 그림은 미술시장을 홀렸다. 그냥 보고 그리는 건 손재주를 뽐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넘어섰다. 얼음을 뚫고 나오는 싱싱함은 극사실주의에 숨결을 불어넣으며 넘어 시각적 쾌락을 선사한다. 덕분에 감상자들은 절로 몸을 숙인다. 사진인가 아닌가, 어깨를 숙여 바짝 다가가 눈을 비비며 서로 '살아있네'를 확인한다.

"얼음의 이미지는 일정한 틀 속에 갇혀 정체성을 잃어버린 현대인의 삶에 대한 은유다." 과일의 ‘생명의 시간’과 백자(도자기)의 ‘소멸의 시간’을 담은 '아이스 캡슐'은 박성민의 자화상이다. 화가로서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얼음은 영원의 순간을 더 연장시킬 수 있다는 희망이다. 시간마저 정지시키는건 회화의 힘이다. 생명의 절정을 포착한 '아이스 캡슐'은 말한다. "얼음같이 차가운 현실이지만 자유를 염원하고 원초적 희망을 갈구하라"고.
[서울=뉴시스]박성민, 아이스 캡슐, 2007, 캔버스에 유채, 91x116.8cm

[서울=뉴시스]박성민, 아이스 캡슐, 2007, 캔버스에 유채, 91x116.8cm




"명심해. 타인의 말을 버리고, 나만의 말이라는 최강의 무기를 가져야 해. 그래야 너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어.".(176~177쪽)

책 '나를 죽이는 건 언제나 나였다'(동양북스)는 사람의 종류를 천재, 수재, 범인이라는 세 가지 범주로 나누어 설명한다. 저자는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고유한 재능인 ‘창의력’을 갖고 태어나는데, 재능이 있음에도 그것을 사회에서 실행해보기도 전에 자기 스스로 죽여버린다는 것이다. 흔한 자기계발서로 치부할 수 있는 책이지만 일본에서 13만 부가 팔렸다. 조직 생활을 해본 사람들이 공감하며 서평을 남겼다. '인간관계의 구조에 대한 과학서'라고.

[아침에 보는 K아트&책]'나를 죽이는 건 언제나 나였다' vs '아이스 캡슐'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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