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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본, 경영권 매각 결국 무산…소액주주 피해 어쩌나

등록 2022.12.09 11:2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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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매각 계약 한달여만에 불발

주가 하락 지속…소액주주 신음

대주주는 계약금 20억원 챙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화장품 전문기업 글로본의 경영권 매각 작업이 표류 끝에 결국 무산됐다.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새로운 최대주주로 등극할 예정이었던 양수인 측이 주식매매 잔금을 납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소액주주들은 주가 하락에 직격탄을 맞으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본은 전날 경영권 변경 등에 관한 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양수인 측인 퀀텀리사이클솔루션 등이 계약금 20억원을 제외한 중도금 및 잔금 180억원을 미납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퀀텀투자1호조합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6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와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발행 역시 모두 철회했다. 권텀투자1호조합의 최대주주는 퀀텀리사이클솔루션이다.

당초 글로본 최대주주인 한상호 대표는 지난 10월31일 보유 중인 글로본 주식 437만6706주 가운데 400만주와 경영권 일체를 200억원에 퀀텀리사이클솔루션(150만주), 크루즈홀딩스(150만주), 시타델홀딩스(100만주) 등에 양도하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하지만 일찌감치 매각 성사 불발 가능성이 대두됐다. 주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계약과 연계해 진행했던 유상증자의 발행가액이 상향 조정됐고, 이에 대한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10억원 규모의 유증에 참여하기로 했던 시타델홀딩스는 주당 단가가 높다는 이유로 글로본 측에 증자 참여를 철회를 요구해 왔다.

애초에 인수가격이 현 주가 대비 너무 높아 인수자 측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표와 퀀텀리사이클솔루션 등이 계약한 글로본의 주당 양수도 가격은 5000원이다. 계약 당시 주가인 2710원 대비 두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통상적인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경영권 프리미엄이 20~30%인 점을 감안할 때 상당히 높은 프리미엄이 적용된 셈이다.

문제는 그 이후다. 계약이 표류하는 동안 주가 하락세가 이어졌고 주주들의 피해는 계속해서 커져가고 있다. 글로본의 전일 종가는 2185원으로 계약 체결일 당시보다 20% 가까이 떨어진 상태다. 경영권 매각 이후 체질 개선을 기대하며 매수에 나섰던 소액주주들이 현재 적지 않은 손실을 입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반면 한 대표는 현 주가 기준으로도 쏠쏠한 평가 차익을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지난 2015년 2월 글로본(당시 베리타스)의 주식 427만6706주를 주당 1650원에 사들였고 같은해 11월 50만주를 주당 2270원에 추가 인수해 경영권을 넘겨받았다.

인수 총액은 81억9200만원으로 현재 지분평가액인 104억3700만원보다 22억4600만원 가량 낮다. 여기에 한 대표는 이번 경영권 매각 계약 해지에 앞서 계약금 20억원을 챙겼고, 이미 양도한 40만주에 대해서도 다시 돌려받을 예정이다. 소액주주들이 주가 하락에 신음한 사이 가만히 앉아서 20억원을 벌어들인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 상대방이 대금을 미납해 계약을 해지했으며 현재로서는 매각을 재추진할 계획은 없다"면서 "계약금 20억원 반환 여부는 소송 등 법률 검토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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