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인도네시아와 함께 뛰는 韓기업들...車산업 동반성장·정유 자립화 파트너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전기차 생산라인
현대엔지니어링 '정유 자립화' 목표 앞장
원희룡 "인적자원 발전시켜 형제국가로"
[자카르타=뉴시스] 고가혜 기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지역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인니 현지에서 생산된 전기자동차 앞에서 현장 관계자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다.
[자카르타=뉴시스] 고가혜 기자 = "인도네시아 자동차 산업은 40~50년 동안 일본 업체들이 장악해 왔지만 (현지에서) 현지 업체 육성은 거의 안 해놓았습니다. 이에 저희가 (기술 이전 및 인력 양성 등) 협력사 R&D 동반성장의 역할도 해주다 보니 인니 정부에서도 굉장히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인도네시아 현대자동차 공장 관계자)
지난 16일 오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함께 자카르타 시내에서 한시간 반 떨어진 인도네시아 브카시 지역 소재 현대자동차 인도네시아 공장을 찾았다.
공장 내에는 머리에 히잡을 두른 채 현대차 작업복을 입고 있는 인니 현지 직원들이 첨단로봇 생산시스템 사이사이에서 차량을 직접 조립하고 있었다. 실제 공장에서 근무하는 총 3720명의 직원 중 대부분은 인니 현지 직원들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2019년 11월 조코위도도 인니 대통령이 현대차 울산 공장에 방한하면서 맺은 투자협약 MOU에 따라 지어진 곳으로, 지난해 3월 준공식을 열고 현지에서 아이오닉5·크레타·산타페·스타게이저 등 차량 생산에 돌입했다.
특히나 이곳에서 자체 생산되고 있는 아이오닉5는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된 최초의 전기자동차로, 현대차는 전기차 충전소가 없는 인니 시장을 고려해 전기차 충전 시스템을 차량과 함께 판매하는 등 인니 전기자동차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고 있었다.
[자카르타=뉴시스] 국토부 인도네시아 동행취재단=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6일 인도네시아 브카시 지역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공장을 방문해 직접 검수라인에서 완성된 차량을 검수한 뒤 엄지를 치켜들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인도네시아 현대자동차 공장 관계자는 "현대차의 인니 자동차 로드맵 발표 후 인니 정부 측에 관련 법 개정을 요청했었는데 20개월 만에 법을 바로 바꿔줬다"며 "인니 정부가 이처럼 미래 자동차 산업의 동반자로 한국을 생각하고 있다보니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이 최근 현대를 굉장히 견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니는 니켈 매장량이 전세계 약 25% 수준으로 보유량이 가장 많은데 점점 이러한 원자재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LG와 함께 현지에 배터리 셀 공장을 투자, 내년 하반기쯤부터 이를 이용해 전기차 생산 현지화율을 60%로 맞추려는 전략"이라며 "현재 인니 내 차량 90만대 중 99%는 일본 차지만 현대차도 지난 2021년 0.4% 점유율에서 지난해 3.3%까지 올라왔다. 현대차는 전기차로 시장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원 장관은 이에 "우리는 인력도, 자원도, 시간도 부족한 반면 인니는 이것을 보완해줄 수 있는 중요한 나라"라며 "단순히 자원의 획득 또는 상품 수출 시장으로서만 보는 게 아니라 전체 인구 절반이 젊은 세대인 인니의 인적 자원을 진심으로 발전시켜주고 그들에게 기술과 일자리와 세상을 보는 눈을 가르쳐 주며 우리의 진정한 파트너이자 형제 국가로 만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또 이날 공장에서 프레스·차체·도장·의장 등의 생산과정을 확인하고 최종 검수 라인에서 직접 차체를 점검한 뒤 현지에 파견된 우리나라 근로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자카르타=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문한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남동쪽 해변가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IKAN 프로젝트' 정유공장 공사 현장(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지난 18일 자카르타에서 1000㎞ 거리를 다시 비행기로 날아와 방문한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남동쪽 해변가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IKAN 프로젝트' 정유공장 현장 역시 인니 현지에서 인력 양성 및 기술 공유에 일조하고 있었다.
해당 프로젝트는 40년이 넘은 낡은 정유 공장을 업그레이드하고, 정유 공정 중 가장 핵심 고도화설비인 중질유분해시설(RFCC) 등 신규시설을 추가해 인니의 정유 자립화 달성을 목표로 하는 인니 최대 국가전략산업이다.
이는 한-인니 플랜트분야 최대 협력사업으로, 약 20~30여년간 일본 업체가 사업을 점유하던 인니 국영 정유회사(Pertamina) 발주공사에 한국이 최초로 참여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평시 1만9447명(최대 2만2000명)의 직원 중 1만8919명의 인력을 현지인으로 채워 넣고 있었다. 실제 공사 현장에는 남녀 가리지 않고 안전모를 쓴 인니 현지 직원들이 뜨거운 햇빛 아래서 공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자카르타=뉴시스] 고가혜 기자=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남동쪽 해변가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IKAN 프로젝트' 정유공장 현장을 찾아 한국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현대엔지니어링 현장 관계자는 "인니는 인구 2억7000여명 이상에 석유도 매장량이 37억배럴에 달하는 세계 20위의 원유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정유시설 부족으로 전체 소유의 60%밖에 커버를 못하고 있다"고 이번 사업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또 인니 정부는 2030년까지 기존 5개 정유공장 개선에 300억달러, 신규 정유공장 2개 건설에 240억달러 등을 투입할 예정으로 향후 우리 기업의 관련 사업 추가 수주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또 30여분에 걸친 현장 투어에서 원 장관에게 RFCC 시설과 관련해 "참기름을 짜고 짜고 또 짜내듯 증류로 한 번 걸러낸 원유를 촉매를 이용해 수 차례 처리하는 난이도 높은 공정설비"라고 설명하며 "이처럼 플랜트 기획 및 설계를 동시에 진행하는 작업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은 잘 하지 못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이에 원 장관은 "서울을 가리키며 꿈에도 그립다고 말하는 직원들이 고국에서 멀리 떠나와 일하는 모습에 미안한 생각도 든다. 현대엔지니어링이 잘하고 있는 것은 익히 들었지만 현장에 와 보니 실감도 나고 자랑스럽다"면서 "우리는 국토도 좁고 자원도 없지만 수준은 높아 이제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과거처럼 일품만 팔러 가는 게 아니라 기술을 갖고, 부가가치 상당의 패키지를 가지고 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카르타=뉴시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8일 방문한 보르네오섬 동부 칼리만탄주 발릭파판 남동쪽 해변가 소재 현대엔지니어링 'IKAN 프로젝트' 정유공장 공사 현장(사진 제공=현대엔지니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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