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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수출 덕에 GDP '깜짝 성장세'
물가·유가·환율에 낙관 어려워

올 들어 한국 경제는 반도체와 조선업 수출 호조세로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고물가와 고금리, 지정학적 영향으로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모습이다. 물가 상승으로 내수 경기가 부진한 가운데 중동발 정세 불안이 정상 궤도 진입을 앞둔 수출에도 악재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을 낳는다. 고물가 원인으로 지목됐던 농수산물 가격은 정부의 납품단가 지원 등 가격 안정 대책 추진 이후 대체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양배추, 양파, 김 등 다른 농산물 가격 불안으로 전이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커피, 카카오, 설탕 등 국제 원재료도 생산량이 급감한 탓에 가공식품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제유가는 잠재적 뇌관이다.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확전되면 국제 유가는 더욱 치솟아 수입물가 상승과 원화 가치 하락 등 우리 경제에 더 큰 충격을 줄 수 있다. ◆금(金) 사과는 하향 안정세…양배추·양파 등 채소류 급등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수산물 유통정보 서비스에 따르면 사과(후지 10개) 소매가격은 지난 5일 기준 2만6128원으로 전년 대비 13.31% 올랐다. 지난달 중순까지 3만원이 넘는 가격에 거래된 것과 비교할 때 소폭 내림세다. 정부가 지난달 긴급 가격안정 자금 1500억원을 투입하면서 사과에 대한 납품단가 지원을 늘리고 각종 할인지원 등 가격 안정 대책을 본격화하자 가격이 하락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사과 가격이 잡히는 모습을 보였지만 최근엔 일조량 감소로 양배추, 양파, 당근 등 채소류 가격이 급등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양배추의 경우 전년 대비 55% 넘게 올라 1포기에 6089원까지 치솟았다. 양파 1㎏ 가격은 2834원으로 전년 대비 21.27% 올랐고, 평년 기준가격인 2148원과 비교하면 31.94% 뛰었다. 당근 1㎏ 가격도 5547원으로 전년 대비 13.9%, 평년 대비 41.69%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커피·카카오·올리브유 등 원재료 가격 올라 먹거리도 위험 고환율, 고유가 여파로 인해 원재료의 수입 가격도 상승세다. 커피, 카카오, 올리브유, 설탕 등 원재료 가격 인상은 이를 활용해 만드는 빵, 과자 등 먹거리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서민 불가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CE(Intercontinental Exchange) 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7월물 커피 가격은 전일대비 2.20센트(0.97%) 오른 228.1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올 초 1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됐던 것과 비교할 때 25% 이상 오른 셈이다. 코코아 선물 가격은 1t당 1만804달러로 500달러 미만에서 거래됐던 연초 가격 대비 2배 넘게 폭등했다. 3월초 528.40 달러로 저점을 찍었던 밀가루 원료인 소맥은 두 달만에 620.50달러로 17.42%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식품기업들은 원재료 재고를 3~4개월 가량 비축해두는데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비용 부담에 따른 가격 인상 시기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본다. 빵, 과자 등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임박했다고 볼 여지가 많은 셈이다. ◆중동발 오일쇼크 발생시 고물가 등 韓경제 타격 불가피 중동발(發) 오일쇼크 공포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은 한국 경제에 불안 요소다. 이스라엘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만류에도 이란에 재반격을 가한 이후 중동 정세는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안해졌다. 아직은 국제 유가가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는 않지만 금투업계에선 중동 전쟁이 발생할 경우 유가가 140달러 이상으로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수입물가 상승 등으로 국내 물가도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수입액이 증가하면 수입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 경제 타격은 더욱 클 수 밖에 없다. 일부에선 '수입액 증가→경상수지 악화→외환 감소→환율 불안' 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물가 불안이 심화되면 중앙은행이 나서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내수 부진과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을 고려하면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데 국제유가와 물가를 생각하면 금리를 내리기 쉽지 않다는 진단이다. ◆1Q GDP 상승은 위안 거리…내수 회복에 긍정적 시그널 대외 악재가 산재한 가운데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대비 1.3% 증가한 것은 불행 중 다행인 부분으로 꼽힌다. 2021년 4분기(1.4%)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분기 성장률을 기록했고 순수출 기여도가 4개 분기 연속 플러스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5일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1분기 GDP 상승과 관련해 "재정에 의존한 성장이 아니라 민간 주도의 성장을 달성했고 수출 호조와 내수 반등이 기여한 균형잡힌 회복세를 보였다"고 총평했다. 기재부는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소득(GDI) 증가율이 GDP 1.3%보다 2.1% 포인트(p) 높은 2.5%를 기록한 것에 주목했다. 실질 GDI 증가율은 8년 3개월 만에 분기 기준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실질 GDI는 GDP에 더해 교역 조건 변화에 따른 무역 손익을 반영한 수치로 1분기엔 반도체 가격이 오른데 반해 에너지 가격이 떨어져서 우리나라가 이득을 많이 남긴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향후 내수 회복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는 2분기 GDP 성장이 일시적 조정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3~4분기에 성장 흐름을 보일 경우 올초 예상했던 연간 2.1%에서 2% 초·중반대 GDP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윤인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분기별로 변동성은 발생할 수 있지만 수출 개선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가 회복되는 상황이 확대되면서 올 연간 성장률 전망치가 당초 전망했던 연간 2.1%에서 2% 초·중반대로 올라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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