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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진짜로 시장 개방할까…시진핑 약속에도 의심 여전

등록 2018.04.10 16:5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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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국수주의자 시진핑, 개혁개방에 양면적 태도"

전문가들 "이전에도 같은 약속 반복...실제 정책 이행이 관건"


【보아오=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0일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8.4.10.

【보아오=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10일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2018.4.10.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10일(현지시간) 보아오포럼에서 대대적인 시장 개방과 경제 개혁을 천명했지만 과연 중국이 진짜로 약속을 지킬 것인가에 관해선 의심의 눈초리가 여전히 많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 남부 하이난섬에서 열린 보아오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을 통해 해외 업체들의 중국 시장 접근권을 확대하는 것은 물론, 수입품 관세를 낮추고 외국인들의 투자 여건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난해온 수입 자동차 관세도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시 주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들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본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이 선언했다. 중국은 미국이 어떤 방향을 추구하든 자유 무역과 세계화를 지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과 불공정 무역 관행, 지적 재산권 침탈 행위를 바로잡겠다며 대중 강경 무역책을 쏟아 내고 있다. 중국은 같은 방식의 제재로 맞대응하면서도 한편으론 시장 개방과 개혁 의사를 거듭 밝혔다.

 일각에서는 미중 무역 갈등이 첨예한 시점에 시 주석이 보아오포럼에서 한 약속을 통해 트럼프에 한수 양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그동안 중국의 행태를 고려할 때 이번에도 말 뿐인 개방개혁에 머물 거란 회의적 시선도 많다.

 리서치업체 IHS 마르키트의 라지브 비스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시 주석의 연설은 세계무역기구(WTO)에서 미중 대화를 개시해 지적 재산권 같은 미국의 우려를 다룰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는 국제 무역 체계의 승리"라며 "국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보호주의의 수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군 장성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8.4.10.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군 장성들과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18.4.10.

미 코넬대학의 에스와르 프라사드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핵심은 그가 광범위한 경제 금융 개혁 또는 적어도 괜찮은 수준의 성장 유지에 긴요하다고 보는 개혁을 실제로 추진할 것이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시장연구그룹(CMRG)의 샤운 레인 국장은 시 주석의 이번 약속은 미중 무역 전쟁 가능성이 제기된 시점에 나온 터라 특히 중대하다면서도 "중국이 과연 해외 기업들에 문을 열 것인가에 대해선 우려가 많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말했다.

 레인 국장은 중국이 중국판 다포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을 통해 여러 국가들에게 감미로운 회유책을 제시하는 동시에 중국은 미국의 정책에도 동요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베이징대학 크리스토퍼 발딩 교수는 과거에도 보아오포럼에서 많은 게 논의됐지만 구체적인 변화로 이어진 건 얼마 없다며 "중국이 벌이는 일은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데 올해는 무역 긴장으로 더 많은 관심을 끌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발딩 교수는 "시 주석은 중국이 매우 개방돼 있고 투자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고 싶어 한다"면서도 "그동안 이런 종류의 연설을 살펴보면 상당수 내용이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 입장에선 이런 수준의 겉치레 약속만으로도 지지를 확보할 수 있다며 "누군가 연설을 듣고 중국이 더욱 개방됐다고 말한 데도 놀랄 일이 아니다. 선전 효과가 분명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지시했다.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안지혜 기자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1000억 달러(약 106조원) 규모의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할 것을 미 무역대표부에 지시했다.  [email protected]

중국 정부 지도부는 지난달 제13기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비롯해 주요 20개국(G20) 회의, 다보스포럼 등 국내외 주요 무대에서 보호주의를 경계하며 추가적인 시장 개방과 외국인 투자 여건 개선을 수차례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세계화의 수혜를 입은 건 맞지만 시 주석과 중국 정부는 나머지 세계와 제한없는 상호작용을 하는 일에 관해 여러 모로 양면적인 태도를 보여 왔다고 꼬집었다.

 WSJ은 중국 관료들과 전문가들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통치의 정당성과 서구의 민주주의 훈계에 분개하는 노골적 국수주의자라며, 그가 계속 국영 기업을 키우고 중국 내 인터넷망을 통제하길 원한다고 지적했다.

 마이런 브릴리언트 미 상공회의소 부소장은 "시 주석은 중국 자체적으로 시장 개혁과 자유화가 필요하다는 관점에서 얘기하면서 미국 정부에 갈등과 무역 전쟁이 아닌 협력과 대화를 하고 싶다는 신호도 보냈다"며 "이 메시지가 상호 무역 긴장 완화로 이어질 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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