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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과 진짜 전쟁?…전문가들 "가능성 낮아"

등록 2018.07.24 17:3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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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이란과 진짜 전쟁?…전문가들 "가능성 낮아"


【서울=뉴시스】 오애리 기자 = 미국과 이란 간의 위협적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오가는 말폭탄을 보면 당장이라도 전쟁이 일어날 것만 같은 분위기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2일 트위터를 통해 이란을 향해 "절대로 미국을 다시는 위협하지 말라.역사상 그 누구도 이전에는 겪지 못했던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같은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캘리포니아주 시미 밸리에 있는 로널드 레이건 도서관에서 "이란 이데올로그들이 모든 이란 사회를 이슬람 혁명의 소작인으로  만들고 있다"며 " 이란은 정부라기 보다는 마피아와 비슷한 뭔가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폭언을 했다. 이란 최고 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에 대해선 '위선적 사기꾼'으로 비난했고, 하산 로하니 대통령에 대해선 "온건파가 아니라 양의 탈을 쓴 늑대"로 공격했다.

로하니 대통령은 22일  "이란과의 전쟁은 모든 전쟁의 어머니라는 점을 미국인들은 알아야 한다"며 "호랑이 콧털을 건드리고 이란을 위협하는 일을 중단하지 않으면 후회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자 23일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성명을 통해 "지난 며칠간 대통령과 얘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어떤 부정적인 일을 저지를 경우 과거 몇몇 나라들처럼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내게 말했다"고 트럼프의 위협을 재확인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같은 날 "우리는 미국에 대한 위협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시사주간지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북미 정상회담을 열고 비핵화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1979년 테헤란 미국 대사관 점거 사태를 겪었던 두 나라 관계의 역사로 볼 때 북한 경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틀랜틱은 미국과 이란과의 전쟁은 현실화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이란 입장에선 미국과 전쟁을 벌일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시리아와 이란 전쟁에 개입하고 있는데다가, 예멘 후티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도 지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핵협정에서 탈퇴한 데 이어 오는 8월 6일부터 대이란 제재를 재개할 예정이어서, 경제는 더욱 곤두박질 칠 것이 분명한 상황이다.

트럼프 정부의 목적 역시 이란과의 전면전이라기 보다는 미국에 유리한 핵협정을 맺는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애틀랜틱은 이란이 미국과 전쟁을 벌이지는 못해도 중동 및 아프가니스탄 안정에 중요한 변수라는 점을 트럼프 정부도 인식하고 있다면서, 일부 매파들은 이란과의 정면 충돌을 선호하지만 정부 쪽에서 나오는 공식적인 발언들을 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지적했다.

미국 싱크탱크 유라시아그룹의 클리프 쿱찬 회장도 23일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양쪽(미국과 이란)이 전쟁을 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관계가 악화하는데 대해선 우려를 제기했다. 그는 " 이란 사람들은 다른 방식으로 놀며, (미국을) 문다. 그리고 이것은 잠재적으로 (양국 갈등이) 확대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말로 위험하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이 전면전은 아니어도, 국소적으로 무력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이 충돌장소로 가장 유력하다. 이란 정부는 이미 수차례 미국의 위협이 계속된다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수도 있다고 위협한 바있다.

이란-이라크 전이 한창이던 1988년 4월 미 해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이란 전함 3척과 원유 시설 2곳을 파괴한 적이 있다. 이는 앞서 미국 호위함이 이란이 설치해놓은 기뢰와 충돌해 침몰 직전까지 갔던 데 대한 보복이었다. 그로부터 3달 뒤 미국 전함 빈센스호가 미사일로 이란 여객기를 격추해 탑승객 290명을 죽인 경우도 있었다. 당시 미국은 전투기로 오판했다고 변명했었다.

지난해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핵협정 위반을 비난하면서 협정 탈퇴를 위협했을 당시 이란 외무부는 성명을 통해 "미국은 오랫동안 세계 곳곳에서 무고한 이를 죽이고 학살하는 비인간적인 범죄를 저질러 왔다"며 "그중 한 사례인 IR-655기의 희생자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모하마드 자바드 자리프 외무장관은 개인 트위터에 "29년전 미 군함이 이란항공 IR-655 여객기를 격추해 민간인 290명이 죽었다.그런데도 그 군함의 함장은 훈장을 받았다. 이란은 잊지 않겠다"고 비판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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