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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文대통령 "들으러 왔다" 한마디에···취준생·편의점주 "힘들다" 아우성

등록 2018.07.26 21:5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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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길 광화문 호프집 깜짝방문···경제문제 격없는 대화

자영업자 "생계형 자영업자, 최저임금자보다 못한 실적"

취준생 "자격증 공부에 매월 80만원 이상···준비하려니 힘들어"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태규 장윤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광화문의 한 호프집을 찾아 일반 시민들과 어려운 경제 현실에 대한 고민을 나눴다. 퇴근 길 시민과 함께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던 대선 공약을 취임 1년을 넘겨 지키게 됐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7시 종로구청 인근의 한 호프집을 깜짝 방문했다. 정부가 추진하는 경제 정책과 달리 시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어려운 경제 상황과의 괴리감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지난 5일 구로구 행복주택에서 신혼부부 및 청년 주거대책 발표 행사를 마친 후 입주민들과 인사 차원으로 가볍게 맥주 한잔을 나눈 적은 있지만, 격없는 대화를 나누기 위해 호프집을 찾은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호프 미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대표, 아파트 경비원, 청년 구직자 등 다양한 계층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마련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 경제현안과 관련해 구직자와 자영업자·소상공인·중소기업 등 경제주체의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는 취지"라며 "대통령이 경제·시장 상황에 대한 목소리를 듣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퇴근 길 국민과의 대화'라는 컨셉으로 종로구청 인근 쌍쌍호프집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자리에는 남녀 청년 구직자, 편의점 업주, 음식점 업주, 중소기업 대표, 일반 직장인 등 약 20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임종석 비서실장, 김의겸 대변인 등이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이 호프집에 도착하기 전부터 호프집 주변에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퇴근길 직장인들은 발걸음을 멈추고 모여있는 사람들이 신기한 듯 호프집 내부 모습을 구경했다.

 호프집에 문 대통령이 들어서자 참석자들은 박수로 맞이했다. 일일이 악수를 나눈 문 대통령은 "다들 조금 놀라셨죠. 다 고용노동부 장관을 만나는 것으로 생각하셨을텐데···"라며 참석자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그러면서 "제가 지난 대선 때 국민과 소통, 퇴근길 시민들 만나겠다고 약속했었다.  요즘 최저임금, 고용문제가 심각하게 이야기가 되는 상황"이라며 "저는 오늘 아무런 메시지 준비 않고 오로지 근로자 분들의 이야기 들으러 왔다. 편하게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유리로 된 호프집 내부로 문 대통령의 모습이 비치자 퇴근 길 시민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인증샷을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 시민은 눈 앞에 문 대통령이 있는 게 신기한 듯 "대통령 왔어"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않았다.

 본격적인 자리는 음식점을 운영 중인 이종환씨의 건배사로 시작됐다. "대한민국 사람들 다 대통령께서 아끼고 사랑해주십시오. (건배사는) '아싸'로 하겠다. 아끼고 사랑 합시다, 아싸"라고 외쳤다.
 
 이후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종환씨는 생계형 자영업자들이 겪고 있는 애로사항을 건의했고, 편의점을 운영 중인 이태희 씨는 아르바이트생들의 4대보험료 공제 문제 등을 지적했다.
 
 건배사를 했던 이종환 씨가 음식점주를 대표해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가장 먼저 토로했다. 이 씨는 "정부에서 정책을 세울 때 생업(生業)과 사업(事業)을 구분해줬으면 한다"면서 "대부분 생계형 자영업자인데 근로시간 (단축), 시간 외 수당, 주휴수당이라 해서 정책에 대한 불만이 굉장히 많다"고 토로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그러면서 "최저임금 근로자만도 못한 실적이라서 될 수 있으면 종업원 안 쓰고 가족끼리 하려고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사실 국민들이 봤을 때는 일자리 창출도 안 되는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이라고 최저임금 인상에 불만을 털어놨다.

 이에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경우에 상당 부분을 우리가 자금으로 지원을 해주고 있는데 그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는 건가"라고 물었고, 이 씨는 "대부분 식당일 하시는 분들이 (4대보험을) 사업자들한테만 강요해서 그냥 쓸 수 밖에 없는 입장"이라고 하소연 했다.

 청년구직자는 취업 시장에서 요구하는 스펙을 갖추기 위한 과도한 경쟁 문제를 언급했다.
 
 대학 4학년 2학기에 재학 중이라는 취업준비생 이찬희 씨는 "이공계지만 언어가 필요하다. 토익스피킹, 오픽을 공부하고 있는데 돈이 많이 든다"며 "시험 비용이 많이 들고, 부모님께 손 벌리기 싫어서 제가 스스로 벌어서하는데 그게 많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이 "스펙, 자격증 따는 데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드는가"라고 묻자, 이 씨는 "저는 한 달에 80만원 이상이 든다. 현재 자격증 3개를 준비하고, 학원만 4곳을 다닌다"며 "교통비, 식비를 포함하면 87만원 정도가 든다"고 답했다.

 스스로 공무원 시험준비만 3년 했다는 또다른 취업준비생 배준 씨는 "처음에는 좋은 기업을 생각했었다가 현실적으로 제일 안정적이라 생각해 2년 전에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가 참패를 맛보고 있다"면서 "더 하면 시간만 많이 잡아 먹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음 학기에 복학한다. 더 이상 하는 것은 시간만 잡아먹는 것 같다. 학비와 용돈을 벌어야 해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한지 일주일 됐다"며 나이가 든 만큼 부모님께 손 벌리기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도시락 업체 사장인 변양희 씨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아르바이트생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변 씨는 "대통령님이 최저임금을 인상해서 오늘 경우에도 알바가 오전, 오후 필요한데 공고를 내도 안 온다"면서 "젊은 친구들이 커피숍 아르바이트 서빙 이런 데로 가지 도시락을 싸는 건 힘들다고 안 온다. 오는 아르바이트생은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제를 발표한 이후로는 저녁에 배달이 없다. 퇴근을 빨리하고 야근을 안 하니 도시락 배달이 줄어들었다"며 "돈 모으는 건 상관이 없는데 마음 고생이 너무 심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오후 서울 광화문 인근 호프집을 방문해 '퇴근길 국민과의 대화 일환'으로 참석자들과 맥주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다.  이 자리에는 박용만 대한상의회장과 청년 구직자, 경력단절 여성구직자, 최저임금 적용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중소기업 대표, 편의점 점주, 서점, 음식점, 도시락업체 대표, 인근 직장인 등이 참석했다. 2018.07.26. [email protected]


 결혼과 출산으로 경력단절 여성이 됐다는 안현주 씨는 "석사 공부하고 일을 했는데 결혼하고 쌍둥이를 낳으면서 여러가지로 일을 그만두게 됐다"며 "조부모님이 도움을 주시지 않으면 여성은 일을 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저희 직업 특성상 파트타임이 활성화 돼 있는 편이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이기는 하지만 저는 아이 둘을 길러야 한다"며 "제가 일을 하면 보모에게 최저임금에 맞춰서 돈을 드려야 하니, 아이 참 기르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IT 관련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정광천 사장은 근로시간 단축제에 대해 업계에서 느끼는 어려움을 얘기했다.

 그는 "주간 52시간은 계절적 상황이 크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물량을 받아야지 바삐 움직일 수 있다"며 "그리고 시장을 개척하려고 하면 먼저 연구개발이 지원돼야 하고, R&D가 잘 성사되면 국내 판매 쪽과 생산 쪽이 바쁘게 된다"고 주 52시간 시행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편의점 업주 이태희 씨는 "심야영업만 안하게 해 주면 점주들의 (불만은) 많은 부분 해소된다"며 "제 점포가 심야에 30만~40만원 정도로 별로 버는 게 없다. 그런데 심야 알바비가 70만~80만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자율이 됐지만 계약할 때 (가맹본사로부터) 전기료 지원을 받는다. 이게 심야영업 장려금"이라며 "이런 식으로 메리트가 사라진다"고 덧붙였다.

 자리가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예정했던 1시간을 훌쩍 넘긴 1시간35분 가량 이어졌다. 처음부터 함께했던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이 마지막 건배를 제안해 간신히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박 회장은 "자, 우리 건배하자. 대통령의 건강을 기원하면서 '건강하십시오, 대통령님'을 외치겠다"며 선창했고, 참석자들과 건배했다. 문 대통령은 참석자들과 함께 단체사진을 찍는 것으로 호프타임을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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