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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새로운 길'은 '선군 경제' 아닐까

등록 2019.12.31 08:15:23수정 2019.12.31 08: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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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 동원한 건설사업을 자신의 업적으로 선전

핵협상 실패로 제재 못풀어 자력갱생 불가피

군을 경제건설 주력으로 삼는 새 경제전략으로

권력, 재원 군에 집중한 김정일 선군정치와 차별

경제 총괄 박봉주 해임…군 출신 기용 여부 주목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3일차 사업보고를 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2019.12.31.

[서울=뉴시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3일차 사업보고를 하고 있다. (출처=노동신문) 2019.12.31.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연초 신년사에서 언급한 '새로운 길'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시절 군대에 권력과 자원을 집중시켰던 선군정치를 경제중심으로 변형시킨 새로운 방식의 노선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선군정치와 비교해 '선군경제'라고 이름붙일만한 노선이다.

이와관련 김위원장은 지난주 열린 당중앙군사위원회 회의에서 '선군'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사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는 모든 권력과 재원을 군대에 집중시키면서 당보다 군대를 우위에 둘 정도로 일방통행식이었다. 김정일 시대의 선군정치는 일종의 친위 군사쿠데타를 거쳐 확립된 것으로 '고난의 행군'으로 불리는 1990년대 후반의 극심한 경제난 속에서 김정일의 독재 권력을 지키기 위한 방편적 성격이 강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군부의 권력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김정은의 세습권력을 위협할 위험성마저 커지는 부작용이 있었다.

이에 따라 김위원장은 자신이 집권한 이래 군의 권력을 실질적으로 약화시키고 노동당의 관리 아래에 두는 조치를 거듭 취해왔다. 이는 선군정치 노선을 실질적으로 폐기하는 것으로 해석돼 왔다.

 김위원장은 동시에 군대를 동원해 삼지연시, 양덕온천지구, 원산 갈마 지구, 증평 남새공장과 평양의 주요 신시가지 건설 사업 등 주요 건설 사업에 군대를 적극 활용해 왔으며 이를 자신의 대표적인 경제 업적으로 선전해왔다. 

이같은 방식은 제재해제와 해외의 지원 및 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건설 노선과 비교할 때 임시방편적 성격이 강해 지속가능성이 작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난 2월말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됨에 따라 제재해제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김위원장은 앞으로도 군대를 적극 활용하는 자력갱생 노선 이외에 다른 선택을 할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김위원장은 연초 신년사에서 "미국이 (중략) 우리 공화국에 대한 제재와 압박에로 나간다면 우리로서도 어쩔 수 없이 부득불 나라의 자주권과 국가의 최고 이익을 수호하고 조선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이룩하기 위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밝혔으며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연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를 기다릴 것이라고 시한을 제시했었다.

이어 지난 달 스웨덴 북미 핵실무협상을 최종 결렬시킨 북한은 지난 28일부터 이례적으로 4일 연속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회의는 당간부들 외에도 군과 정부의 간부들도 대거 참여하는 확대회의 방식으로 진행됐다.   

 28일부터 30일까지 3일동안 계속한 전원회의 사업보고에서 김위원장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사회, 과학, 교육 등 모든 부문에 대한 자신의 평가와 대책을 제시하면서 다시 한번 자력갱생 노선을 강조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따라 김위원장은 새해 신년사에서 '새로운 길'의 내용을 언급할 것으로 예상되며 군대의 자위력 강화와 기존의 자력갱생에 의한 경제건설 노선을 인민군대가 뒷받침하는 방식을 '새로운 길'의 내용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또 김정은 시대 들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크게 강조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김정은의 '선군경제'는 자력갱생과 과학기술에 의한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 군대가 경영하는 생산 단위들을 민수경제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이와 관련 북한의 대표적 선전매체인 노동신문은 올 여름부터 군이 앞에 서고 인민이 뒤를 따르는 군민단결 노선을 지속적으로 강조해왔다.

 김위원장은 군대를 경제건설의 전면에 내세우는 자신의 노선이 '새로운 길'임을 과시하기 위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등 도발 행위를 감행할 위험성도 있어 보인다.

한편 전원회의에서 주석단에 북한 경제를 책임져온 박봉주 노동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사라졌으며 최부일 전 인민보안상이 군복을 벗고 주석단에 자리한 것이 주목된다. 이는 일부 인민경제 관련 사안을 군 출신 인사가 직접 관장하는 조직개편이 이뤄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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