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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국민 재난지원금' 반대에는…'곳간지기' 기재부 특유의 보수적 기질

등록 2020.04.24 15:2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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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조' 적자 국채 발행도 반대…대규모 3차 추경 의식한 듯

"韓, 국채 대량 발행 경험 없어…가보지 않은 길 경계심"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04.24.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020.04.24.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위용성 기자 =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급'을 두고 당정이 극적으로 합의했지만 이 과정에서 남긴 잡음도 상당하다.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이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었음에도 홍남기호(虎) 기획재정부가 쉽게 물러서지 않았던 건 재정건전성을 금과옥조로 여겨온 재정당국의 보수적 기질이 그대로 반영된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 23일 오후 기재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고 고소득자 등에게서 자발적 기부를 받아 세액공제를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당정 합의가 이뤄졌다는 취지의 발표를 한 뒤 하루 만이다.

애초 재난지원금을 최초 설계할 당시부터 기재부는 여당과 불협화음을 냈다. 재정 부담을 이유로 내걸고 중위소득 100%(소득 하위 50%) 이내로만 지원하자고 했다. 하지만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여당의 주장을 결국 수용, 소득 하위 70%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그런데 총선 과정에서 갑자기 여당이 '전 국민'으로 대상을 넓히겠다고 공약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하지만 기재부는 총선이 끝나고도 원안을 그대로 국회에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홍 부총리는 기재부 간부들에게 "국회를 최대한 설득하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강 대 강 대치도 불사했다.

총리 발표 이후에도 "우리 입장은 변함없다"는 취지의 기재부 내부 발언들이 언론 보도를 통해 나가자 정 총리는 "큰 틀에서 정부 입장이 정리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민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발언이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고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과거 외환위기 등 굵직한 사건을 거치며 형성된 기재부의 재정건전성 '집착'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라곳간을 든든히 채워두지 않으면 필요할 때 가져다 쓸 돈이 없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역사적으로 보면 세계 1·2차 대전 등을 거치며 대규모 국채를 발행했던 서구 선진국들과 달리 우리는 그렇게 해본 경험이 없다"며 "때문에 나랏빚이 갑자기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경계심이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홍 부총리 역시 경제기획원, 기획예산처에서 공직을 지내온 예산통이다. 홍 부총리는 앞서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를 대폭 증액하자는 여당의 요구에 반대하자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로부터 "해임 건의를 검토할 수 있다"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 수준에 대해선 다양한 의견이 제기된다. 당장 현재 수준으로만 본다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09.2%의 절반도 되지 않는 등 양호한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증가 속도다. 최근 확장적 재정 기조에 따라 지출 증가폭과 덩달아 국가 채무도 가파르게 늘어왔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중장기적으로 저출산·고령화, 통일 대비 등에 따라 필연적으로 나랏빚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초 제출된 2차 추경(정부안)을 기준으로 GDP 대비 통합재정수지(총수입-총지출) 비율은 -2.3%,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각종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 비율은 -4.3%로 확대된다. 국가채무비율은 41.2%다. 관리재정적자 비율은 외환위기 시절 1998년(4.7%) 이후 처음으로 다시 4%를 넘겼다. 그간 이른바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국가채무비율 40%선도 빠르게 무너졌다.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국제기구들의 경고대로 실제 경상성장률이 큰 폭으로 낮아질 경우 건전성 지표는 이보다 더 악화된다.

전 국민으로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을 넓히면서 3조원 가량의 적자 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시국에 나랏빚 3조원을 더 내는 게 큰 문제냐는 반론도 있겠지만, 기재부 구상에는 곧 다가올 3차 추경에 대한 고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선 벌써 3차 추경을 위해 발행할 국채 규모로 20조원 안팎을 예상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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