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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 화재참사 12년 만에 재발…"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해야"

등록 2020.05.01 10:5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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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7일 40명 사망, 12월5일 8명 사망→2020년 4월29일 38명 사망

경찰, 출국금지, 압수수색, 정밀감식, 관련자·목격자 조사 등 전방위적 수사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진입을 하고 있다. 2020.04.30.semail3778@naver.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진입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천=뉴시스】김경호 박다예 기자 = 4월29일 발생한 경기 이천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사고에서 38명이 숨졌다.대규모 인명피해를 낸 이천 냉동창고, 서이천물류화재센터 화재 이후 12년 만의 참사다.

안타까운 생명을 앗아간 이천 화재참사가 12년 만에 다시 벌어졌다. 세월호 이후 안전 불감증에 대한 여론이 높아졌지만 임기가 5월29일까지인 20대 국회에서는 여전히 관련 법 제정이나 정비 등은 묘연한 상태다.
 
최창우 안전사회시민연대 대표는 "해마다 안전사고로 2000여 명이 죽어간다. 2008년에 이어 이천 화재참사가 다시 빚어졌다"며 "20대 국회에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징벌적 손해배상법, 생명안전법, 국민안전부 신설법 등이 처리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박근혜 정부 때 국민안전처 군대 출신 차관 임명하고 엉망이었다. 이번 정부에서 국민안전부 만들어 부총리급으로 격상해야 한다"며 "입법부에서부터 첫 단추가 잘못 꿰어지니까 경찰 수사도 솜방망이 처벌로, 사법부도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 '사망자 가장 많은 1월 화재'로 기록된 이천시 냉동창고 사고

40명의 희생자를 낸 2008년 1월7일 이천시 호법면 유산리 '코리아2000' 냉동창고 화재는 1월 화재 중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화재로 기록돼 있다.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오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2020.04.30.semail3778@naver.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오후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유가족들이 오열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이 불로 냉동창고 지하에서 작업하던 근로자 57명 중 40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현장에선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인화성 물질인 우레탄폼 작업과 용접이 동시에 진행됐다.

당시 많은 인부들이 동시에 작업했지만, 공사 현장에는 관리감독관 배치 등 별다른 안전조처가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참사를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방화셔터와 스프링클러, 비상벨 등 소방시설을 수동 조작한 창고 관리업체 코리아냉동 현장 총괄소장 정모(당시 40세)씨와 현장 방화관리자 김모(당시 40세)씨 등 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했다.

이와 함께 코리아냉동 대표 공모(당시 47세·여)씨와 전기감리업체 대표 박모(당시 42세)씨 등 공사관계자 12명을 업무상과실치사상과 배임수재, 뇌물공여, 소방시설공사업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했다.

뇌물수수와 직무유기 등 혐의로 이천소방서 소방관 정모(당시 39세)씨 등 4명도 입건됐다.

창고 관리업체인 코리아냉장 대표 공모(당시 52세·여)씨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 등으로 기소돼 벌금 2000만원을 확정받았다.

같은 혐의로 현장소장 정씨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방화관리자 김씨는 금고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또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코리아2000 냉장공무팀 김모(당시 47세)팀장과 김모(당시 37세)차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소방관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기소된 소방감리원 박모(당시 39세)씨와 코리아2000 법인은 각각 벌금 1000만원, 2000만원을 선고받았다.

◇ 11개월 만에 닮은 꼴 사고...'서이천물류센터 화재'

1년도 채 되지 않은 11개월 만에 유사한 참변이 일어났다.

같은해 12월5일 이천시 마장면 장암리 서이천물류센터 냉동창고에선 용접작업으로 불티가 샌드위치패널에 옮겨붙으며 큰 불이 났다.

이 사고로 인부 등 8명이 숨지고 4명이 다쳤다.

당시 경찰은 업무상 부주의로 화재를 낸 용접공 강모씨(61)를 과실치사상 혐의로 긴급체포했다.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04.30.semail3778@naver.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강씨는 서이천물류센터의 관리업체인 샘스사가 발주한 창고 스윙도어 설치공사를 재하청받아 출입문 보수를 위해 용접하던 중 사고를 냈다.

발화성 위험물질 주변에서 용접작업이 있었는데도 아무런 감시·감독이 없었다.

또 비상벨이 울리지 않았고,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곳곳에서 관리 부실이 드러났다.

이로 인해 샘스사 소속 창고 위탁관리 책임자 김모(54)씨와 김모(43)씨가 안전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은 과실이 인정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용접공 강모씨와 남모(33)씨는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로지올인터내셔널 소속 방화관리자 오모(42)·장모(48)씨는 각각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 12년 만의 참사...이천 물류창고 화재는?

2008년 1년동안 48명의 생명을 앗아간 이천 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12년 만에 악몽이 재연됐다.

4월29일 오후 1시30분 이천시 모가면 소고리 물류창고 공사장 지하 2층에서 우레탄폼 작업 중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04.30. semail3778@naver.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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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과 함께 순식간에 건물은 화마에 휩싸였고, 현장작업자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검경은 화재 원인과 건축·소방·전기 위반사항 규명 등을 위해 수사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공사업체 관계자 6명, 부상자 3명, 목격자 2명, 유가족 17명 등 28명에 대한 조사를 마친 상태다.경찰은 4월30일 공사 관계자 15명에 대한 출국금지와 시공사 ㈜건우, 시행사 한익스프레스, 감리업체, 설계업체 등 4곳을 압수수색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한국가스안전공사, 한국전기안전공사 등 유관기관 관계자 45명은 4월30일(어제)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이천시 모가면 소기리 화재 현장에서 6시간 30분 동안 1차 합동 정밀감식을 진행한 데 이어 다음날인 5월1일 오전 10시30분에 2차 합동 정밀감식에 들어갔다.

검경은 추가 조사를 진행한 뒤 사고 관계인의 혐의를 특정해 입건할 계획이다.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0.04.30. semail3778@naver.com

[이천=뉴시스] 김종택 기자 = 30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당국,국과수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위해 현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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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38명이 숨진 대형사고인 만큼, 검경은 사고 관련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과 형법에 따른 형사처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보인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이천 화재 수사본부 관계자는 "현장 관계자들에 대한 전반적인 수사가 순차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목격자 증언과 공사 관련 관계자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 합동 정밀감식 등을 토대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했다.

◇ 시민사회·민주노총,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촉구

민주노총은 이천 화재참사와 관련한 진상규명을 위해 시민참여 조사단을 꾸리자고 요구하고 나섰다. 산재사고 책임자 처벌을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도 촉구했다. 

민주노총 경기도본부는 4월30일 성명을 내고 "이천 물류창고 시공현장의 억울한 건설노동자들의 사망을 애도한다"며"4월28일은 세계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하루가 지난 29일 38명의 건설노동자들이 또다시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 사회에서 노동자들이 집으로 안전하게 귀가할 수 있는 토대는 기업의 책임"이라며 "돈보다 생명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서 그 책임을 기업에 정확히 물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천=뉴시스】김경호 기자= 4월30일 경기 이천 화재참사 현장에서 최창우(왼쪽) 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외치고 있다.

【이천=뉴시스】김경호 기자= 4월30일 경기 이천 화재참사 현장에서 최창우(왼쪽) 사회시민연대 대표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을 외치고 있다.

그러면서 "기업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고, 노동자들을 무지와 안전불감증으로 몰고 나서야 일부 관리 책임자의 처벌로 끝내려한다"며 "작업자들의 안전불감증이 아니라 환기설치 문제를 비롯한 동시에 작업여건 등 기업의 책임 문제"라고 지적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는 "2008년에 이어 이천 화재참사가 반복됐다. 산재처리, 공상처리 하고 끝낸다. 현장노동자만 처벌한다"며 "안전사고에 대한 재발방지를 위해서는 노동자의 작업중지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이어 "20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관련 법 재정비와 함께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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