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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 부부는 왜 둘째를 낳지 않을까…'저출산의 경제학'

등록 2017.03.19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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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통계청이 10월 출생아 수가 2000년 이래 월간기준 최저라고 밝힌 2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차병원 신생아실에서 아기들이 잠을 자고 있다.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인구동향'을 보면 10월 출생아 수는 3만16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9%(5100명) 감소했다. 올해 1~10월 누적 출생아 수는 3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6.4% 줄며 역시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2016.12.22. suncho21@newsis.com

송헌재 시립대 교수, '저출산의 경제학' 보고서
 소득 상위 20%, 자녀 0.8명, 하위 20%(1.1명)보다 적어 
 소득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투자 욕구 더 커져
 둘 낳아 비용 나누기보다는 한 자녀에 양질 투자
 "소득 높여주기 보단 양육비 감소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송모(34)씨는 슬하에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부인과 맞벌이를 해 소득은 비교적 많다고 볼 수 있지만 아직 아이를 더 낳을 생각은 없다.

 대신 한국의 빈약한 양육 정책과 경쟁 위주의 입시 교육을 피해 호주 등 외국에서 교육을 받게 하는 선택지를 고려 중이다.

 이렇게 되면 양육비가 일반 가정보다 많이 들게 되는데 아이가 둘이면 맞벌이가 사실상 불가능해질 뿐 아니라 아들에게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지 못할 것이란 점이 둘째를 낳지 않은 이유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정책으로는 가구소득을 높여주는 것보다 양육비용을 낮출 수 있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9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득이 증가하는데 출산율이 감소하는 까닭은?-저출산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같이 밝혔다.

 경제는 크게 발전했는데도 출산율은 하락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유사한 역사적 경험을 보이고 있다. 소득이 늘었지만 자녀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게 증가해 결과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송 교수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Gary Becker) 시사코대학교 교수의 모형을 들어 이 같은 저출산의 경제학을 설명했다.

 베커는 인구변화의 고전적 이론인 맬서스(Malthus)의 인구론과 자연선택으로 유명한 다윈(Darwin)의 진화론을 종합해 가구의 출산에 관한 경제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학자다.

【세종=뉴시스】

 베커는 두 가지 이론을 결합해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 및 자녀 양육비용을 고려해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자녀를 낳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제적으로 풀어볼 때 만약 자동차 2대를 사려고 한다면 첫 번째 자동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두 번째 자동차는 비교적 저렴한 중고 소형차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모든 자녀들의 자질이 뛰어나기를 바라는 만큼 첫째는 우수하게, 둘째는 열등하게 자라길 원하진 않는다.

 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한 자녀만을 둔 부모는 둘째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지금의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

 문제는 자녀 한 명을 더 낳고 싶지만 그 자녀에게도 기존 자녀와 똑같이 투자를 해 줘야 한다는 데 있다. 당연히 자녀 수의 증가는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자녀 수가 줄어들면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총비용은 하락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더 낳지 않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며 기존 자녀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가구의 육아비용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부모의 투자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공 인구·주택통계와 민간 신용정보회사의 부채·신용 통계를 연계해 내놓은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고소득일수록  한 자녀 비중은 높았지만 두 자녀 이상 비율은 낮았다.

 2014년 소득 기준 상위 20%를 뜻하는 5분위의 출생 자녀 수는 0.8명으로 1분위(하위 20%) 1.1명보다도 적었다.

 가구의 소득을 늘려 고소득층으로 진입하게하기보다는 중저소득 가정도 아이를 기르는데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지 않도록 양육비용을 줄여주는 편이 출산율 제고에는 더 효과적이란 해석이 가능하다.

 송 교수는 "베커의 이론에 따르면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가구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은 그다지 효과가 없어 보인다"며 "그렇지만 양육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자녀양육 정책이 마련된다면 출산율의 반등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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