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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엔 퇴사하리라"…'워라밸' 찾아 사표 꿈꾸는 2030

등록 2017.12.25 12: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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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12시간 사무실…새벽 야근 뒤 찜질방行"
취업대란? 대졸 신입사원 1년 내 퇴사율 28%
낮은 보수, 긴 노동시간, 경직된 조직 문화 탓
"100세 시대서 젊을 때 인생 설계 다시 시작"
"미래 보장 못하는 사회…현재의 행복 중시"

 【서울=뉴시스】남빛나라 기자 = 최모(29)씨는 매일 틈날 때마다 '태국 치앙마이'를 검색한다. 내년 1월 사표를 던지고 한동안 치앙마이에서 지낼 계획을 세웠기 때문이다.

 현재 재직 중인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2년 동안 준비했던 최씨는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위해 퇴사를 결심했다. 워라밸은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로 갈수록 확산되는 개념이다.

 최씨는 매일 사무실에서 12시간을 보낸다. 해 뜨기 전 출근해서 해가 지고 귀가하는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몸이 먼저 망가졌다. 입사 전엔 거들떠보지 않던 각종 약과 건강보조제도 사게 됐다.

 그는 "이렇게 고되게 살지 않았더라면 애초에 쓰지 않았을 돈이다. 차라리 적게 벌고 적게 쓰면서 더 행복해지자"고 곱씹는다.

 최씨처럼 다가오는 새해를 '퇴사 원년'으로 삼겠다는 2030세대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조직의 말단인 이들은 가족 부양에 대한 부담이 비교적 덜하고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인생의 방향 전환 기회를 잡자는 생각으로 퇴사를 설계한다.
 
 이들은 개인 생활이 없을 정도로 긴 노동 시간과 경직된 조직 문화를 사표의 이유로 꼽는다. 피라미드형 조직 구조에서 복잡한 보고 체계를 따르느라 일하는 시간은 길어지고 '내 일'을 한다는 만족감은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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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지난 6월11일 방송된 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에는 아사히 신문사를 제 발로 나온 이나가키 에미코(52·사진)씨를 비롯해 자발적 퇴사자들의 여러 사례가 소개됐다. 2017.07.27. (사진=SBS 스페셜 '퇴사하겠습니다' 방송 화면 캡처) photo@newsis.com


 식품 회사에 재직 중인 박모(30)씨도 내년 1월 퇴사하기로 하고 회사와 면담을 마쳤다.

 이 회사의 공식 출근 시간은 8시이고 통상 일주일에 이틀은 밤 11시까지 야근이다. 종종 새벽까지 야근하는 경우엔 아예 근처 찜질방에서 잔다. 밤 11시가 넘어가면 택시비를 주지만 야근 수당은 없다.

 그는 "계속 이 회사에 다니면 인생의 반을 엑셀 파일과 보고서를 만드는 데 쓰게 된다"며 "어렵게 임원까지 갔다는 윗사람들을 봐도 부럽다는 생각보단 '저렇게 살까 봐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신입사원 채용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졸 신입사원의 1년 내 퇴사율이 무려 27.7%로 나타났다. 취업 칼바람이 날로 거세지는 상황 속에서도 신입사원의 퇴사율은 2014년 조사결과(25.2%)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했다.

 퇴사 이유로는 조직·직무적응 실패(49.1%)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급여·복리후생 불만(20.0%)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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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꽁꽁 얼어붙은 취업 시장에서 이 같은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15~29세) 부가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첫 일자리 고용형태가 임금근로자(97.8%)인 경우 최종 학교 졸업(중퇴 포함)부터 첫 취업까지 평균 11.6개월이 걸렸다. 역대 최장 기간(12개월)을 기록했던 2006년 다음으로 길다.

 첫 직장의 평균 근속기간은 1년6.7개월에 그쳤다. 1년을 들여 취업해놓고 2년도 채우지 못한 채 첫 직장을 떠난다는 의미다.

 최씨는 "밥은 굶지 않을 것 아니냐. 최저시급도 각오하고 있다"며 "100세 인생에서 취직 준비 기간, 그리고 재취업을 위해 갖는 공백이 그리 아깝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많은 2030 세대가 직장에서 현재의 어려움을 이겨낼 동력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한 차례 압축성장을 이룬 뒤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제 사회가 젊은이들의 미래를 전혀 보장해주지 못한다"며 "결국 젊은 세대는 '현재를 견디면 미래에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보단 현재의 행복을 중시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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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t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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