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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만난 북중'에 출렁이는 한반도···文대통령 '운전자론' 재시험대

등록 2018.03.28 14: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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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태규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북중 정상회담이 전격 성사되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의 성과에도 한계가 드러난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관측이 제기된다.

 한반도 문제의 직접 당사자인 대한민국이 남북관계 개선의 주도권을 쥐고 풀어나가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운전자론'은 제3차 남북 정상회담과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을 견인하면서 성과를 인정받았지만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28일 중국과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25일부터 28일까지 2박3일간 중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방중 기간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간 새로운 관계 발전과 한반도 정세와 관해 폭넓게 논의했다.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과 관련해 한국은 물론 당사국인 북한과 중국, 미국까지 철저하게 비밀리에 진행됐다는 점에서 다소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김 위원장의 방중 소식을 과연 우리 정부가 '언제 통보받았느냐'는 데 맞춰진 질문들은 이러한 인식에 기반한다.

 실제로 이날  '북한으로부터 사전 통지를  언제 받았나', '청와대가 인지한 정확한 시점이 언제인가' 등 관련 질문이 쏟아졌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특별열차가 출발하기 전부터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말 외에는 함구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남북 정상회담 전에 중국을 먼저 찾았다는 점을 복기해 보면 이번 북중 정상회담은 충분히 사전에 예상해 볼 수 있다는 분석에 더욱 힘이 실린다. 김정일 위원장은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보름 앞둔 2000년 5월에 특별열차편으로 베이징을 찾은 바 있다.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을 가장 먼저 제기한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북한이 핵·미사일 위협을 하는 가운데에서는 만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중국도 내부적으로 시 주석의 '황제 즉위식'이 더 중요했을 것"이라면서 "그러나 북한의 핵무력 완성 선포와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종료 이후에 북중 정상회담이 멀지 않다는 것은 예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번 김정은과 시진핑의 만남은 장기집권을 위한 제도적 틀과 기반을 마무리한 역내의 두 지도자 간에 '안정적인 대내·외 환경요구'라는 이해관계가 일치한 당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김 위원장이 일찍이 '핵·경제 병진 노선'을 선언한 만큼 핵무력 완성의 다음 단계의 경제성장을 위한 대화공세로의 전환이라는 오래된 로드맵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도 조율과정에만 최소 3개월 이상이 걸린다는 점에서 북중 정상회담도 비슷한 기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 위원장이 로드맵 이행의 첫 단계로 북중 정상회담을 가장 먼저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공교롭게도 결과론적으로 그 사이에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라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일련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은 우리가 쥐어야 한다는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은 태생적 한계를 안고 시작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정은의 대화 필요성과 문 대통령의 대화의 의지가 맞아 떨어진 것일 뿐 힘의 역학관계상 문 대통령이 한반도 정세를 좌지우지하는 근본적인 능력을 갖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야당에서 당장 '코리아 패싱'이라며 비판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럼에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꾸준히 남북관계 개선의 접점을 찾고, 특사외교를 통해 남북 정상회담을 이끌어 낸 것과, 사상 최초로 김정은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정상회담 테이블에 앉게 만든 문 대통령의 역할은 분명히 인정해야 한다는 게 대체적인 외교가의 평가다.

 북중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급류를 탄 한반도 정세 변화를 잘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문 대통령이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는 점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은 시험대에 올랐을 뿐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유효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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