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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공습, 美·러시아 체면 모두 살렸다?…데탕트 가능성도

등록 2018.04.17 14: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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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제한적 응징으로 개입 확대 자제하고 군사력 우위 보여줘

러시아, 대미 경쟁력 과시하고 역내 영향력 유지

시리아 내전 뒷짐진 美, 공습 계기로 다시 목소리 낼 수도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7.11.11.

【다낭=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1일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해 이동하며 대화하고 있다. 2017.11.11.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미국 등 서방의 시리아 공습이 화학무기 사태를 응징하되 추가적인 개입은 삼가고 싶은 미국과 시리아를 통해 영향력을 과시하길 원하는 러시아의 체면을 모두 살렸다는 평가가 나왔다.

 중동 전문매체 알모니터는 16일(현지시간) 미국의 시리아 공습은 제한적이었고 러시아 역시 맞불을 자제했다며, 양국이 서방의 시리아 군사 행동에 따른 여파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응법을 조율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미국 주장대로라면 미국, 영국, 프랑스의 14일 시리아 공습으로 시리아의 화학무기 역량은 수년 전 수준으로 퇴보했다. 러시아는 이번 공격을 규탄하고 군사 경계 태세를 갖추면서도 직접적인 반격을 하진 않았다.

 알모니터는 양측이 각자 고려할 수 있는 선택지 중 가장 용인 가능한 방안을 선택했다며, 이번 공습으로 미국과 러시아 모두 체면치레를 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 역시 미국의 제한적 공습을 일종의 합리적 타협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이 매체는 러시아가 반격을 하지 않은 까닭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대적인 군사 대립에 관심이 없으며 시리아 현지 문제를 놓고 극적인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이 명백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미군을 철수하길 원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는 시리아 정부의 화학무기 재사용을 징벌하면서도 미국의 시리아 개입이 확대되는 상황을 막을 수 있는 군사 행동 방법을 고심했다.
 
 미국은 예상과 달리 대규모 공격을 가하진 않되 화학무기 시설을 정밀타격해 체면을 살렸다. 자칫 러시아를 자극할 수도 있던 러시아 군인 피해도 없었다. 러시아는 서방 공습을 미국에 맞서는 자국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기회로 활용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S300 지대공 미사일 등 자국군이 시리아에 제공한 방공 기술 덕분에 시리아가 서방이 발사한 미사일 103기 가운데 71기를 성공적으로 요격했다고 주장했다.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은 서방 공습 이후 다마스쿠스에서 러시아 정치인들을 만나 '공격자들의 무기보다 뛰어난' 러시아제 무기 덕분에 미국의 군사 공격에 잘 대응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알모니터는 러시아에게 시리아 내전은 시리아 자체를 지키기 위해서라기 보다는 미국에 대항하는 새로운 국제 질서를 구축하는 문제라며, 미국이 현재의 분위기 전환을 추구하지 않는 한 긴장 고조를 무릅쓸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미국 입장에선 시리아 추가 개입을 꺼리면서도 자국의 군사적 우월성이 여전하다는 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재래식 무기 전력은 미국에 못미치더라도 러시아가 사이버전 같은 다른 방식으로 도전을 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마 화학무기 사태에 따른 미국과 러시아의 갈등은 양측 모두의 체면을 살리며 일단락됐지만 언제든 다시 위기가 촉발될 여지가 남아 있다. 내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며 시리아 북부엔 미군과 쿠르드 연합군이 주둔 중이다.

 알모니터는 다만 이번 공습이 시리아 데탕트(긴장 완화)의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시리아 문제에 뒷짐지고 있던 미국이 이번 일을 계기로 시리아 내전의 정치적 해결을 위한 목소리를 다시 낼 것이란 전망이다.

 이 매체는 트럼프가 철군을 원해도 시리아를 이대로 내버려두고 떠날 순 없다며, 러시아 정부 일각에선 미국이 시리아 정치적 해법 마련이라는 게임에 다시 참여하기 위해 이번 군사행동을 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시리아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내전 해결을 위해 대화할 용의가 있다는 뜻을 밝혀 왔다. 미국도 이번 공습으로 시리아 사태에 관한 입지 강화를 꾀한 다음 본격적으로 외교적 수단을 활용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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