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익범 특검 "잠은 하루 3시간 뿐…증거만 보겠다"
허익범, '다모클레스의 검' 설화 얘기해
'머리 위에 칼날이 위태롭게 달려 있어'
여권 실세 수사 불가피…"증거만 본다"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허익범 특별검사가 지난 6월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특검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email protected]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허 특검은 최근 취재진에게 '다모클레스의 검(劍)' 설화를 언급했다. 기원전 4세기 시칠리아 시라쿠스의 디오니시오스 왕과 그의 신하 다모클레스의 일화에서 유래된 얘기다.
디오니시오스는 다모클레스가 왕좌를 부러워하는 것을 알고, 하루 동안 왕좌에 앉아보라고 했다. 다모클레스는 왕좌에 앉은 뒤 천장을 바라보자 한 자루의 칼이 한 올의 말총에 묶여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이 설화는 보통 권력과 위치가 갖는 무게감과 일촉즉발의 위험한 상황을 뜻하는 의미로 쓰인다. 허 특검은 "어려운 일을 하는 입장에서 새겨들을 얘기"라고 말했다.
허 특검은 지난 6월7일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특검으로 임명됐다. 이후 준비 기간을 거쳐 공식 수사를 개시한 허 특검은 임명됐을 때부터 현재까지 3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다고 한다. 매일 '불면의 밤'을 보내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허 특검이 다모클레스의 검 설화를 언급한 것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 유력 여권 정치인이 연루된 사건 수사의 총 책임자로서 갖고 있는 중압감과 부담감을 은연중에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현재 '드루킹' 김모(49)씨와 그가 이끈 '경제적공진화모임(경공모)'의 댓글 조작 의혹과 아울러 김 지사 등 정치권 인사의 연루 정황을 수사하고 있다. 드루킹뿐만 아니라 경공모 회원들에 대한 소환조사 및 주요 포털 사이트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이며 수사를 전개해가고 있다.
【서울=뉴시스】추상철 기자 = 지난6월2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마련된 특검 사무실에서 허익범 특검이 많은 취재진에 둘러싸여 첫 공식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18.06.27. [email protected]
허 특검은 임명된 이후부터 지금까지 줄곧 "증거가 밝히는 방향대로 수사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언론에서 보도되는 수사 상황과 관련해서도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 하겠다"며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앞서 허 특검은 공식 수사 개시 날인 지난 6월27일 열린 첫 브리핑을 직접 진행하며 "(이 사건 수사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축구도 아니고, 있는 그대로 실시간 방송하거나 알려야 할 내용은 아니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정석대로 수사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그간의 수사 상황에 비춰봤을 때 허 특검 스스로 나름의 정답을 찾았다고 보고 있다. 특검팀 외부에서 나오는 목소리에 흔들리기보다도 직접 확보해서 확인한 인적·물적 증거만을 보겠다는 것이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현 정권의 실세라 불릴 만한 정치권 인사가 연루된 사건을 수사하는 입장으로선 부담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증거확보 및 분석에 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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