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궁·인분·계란…급기야 '대법원장 화염병 테러' 충격
대법원장 상대 화염병 투척…소송 결과에 불만
과거에도 판결 불복…고법 부장판사 집에 화염병
군인, 법원·판사집 난입…전화·석궁 테러 사례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70대 한 남성이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출근하는 김명수 대법원장 출근차량에 화염병을 투척하고 경비들에게 제압당하고 있다.사진은 블랙박스영상 캡쳐한 사진을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배열하였다. 2018.11.27. (사진=김정수씨 제공) [email protected]
27일 경찰과 법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8분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인근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성 A(74)씨가 김명수 대법원장이 탑승한 차량을 향해 인화물질이 든 500㎖ 페트병을 던졌다.
A씨는 3개월 전부터 대법원 정문 앞에서 민사소송 확정 판결에 불복해 1인 시위를 해왔다고 한다. 그는 지난 2004년 강원 홍천에서 돼지사육 농장을 운영하던 사람으로, 친환경인증 갱신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에 불복해 국가와 인증조사원을 상대로 1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 16일 최종 패소가 확정됐다.
A씨는 '민사소송 사건과 관련해 자신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아 화가 나 김 대법원장의 차량을 공격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A씨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및 화염병 사용 등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과거 판결에 불만을 품고 사법부를 대상으로 테러가 이뤄지는 경우는 여러 차례 있었다. 대법원장을 상대로도 지난 2010년 1월 극우성향 단체인 대한민국어버이연합 회원 2명이 '광우병 보도 사건' 1심에 불만을 품고 관용차에 계란을 투척한 일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법원장을 상대로 화염병까지 투척된 일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대법원장이 아닌 사법부 구성원을 상대로 벌어진 화염병 테러로는 지난 1989년 4월4일 당시 서울고법 김영진 부장판사 집에서 벌어진 '화염병·인분 투척' 사건이 있다.
투척은 오후 11시40분께라는 늦은 시간에 벌어졌는데, 화염병과 인분이 든 병이 집으로 날아들어 현관 유리창이 깨지고 처마가 그을리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한다.
이때 김 부장판사는 서울대총장실 점거사건과 관련해 학생 2명에 대한 학교 측의 제명처분을 취소하라고 판결한 이후 "재판 똑바로 하라"는 협박 전화와 우편에 시달리던 상황이었다.
대법관을 상대로 한 백색테러도 있었다. 1968년 7월30일 대법원에서 이른바 '동백림(동베를린) 사건' 상고심을 파기환송하자 "용공판사 처단하라"는 등의 벽보와 전단이 서울 시내에 나붙었다.
협박 대상은 주로 사건을 맡았던 김치걸·주운화 전 대법원판사(현재의 대법관)였다. 이때 동백림 사건 파기환송을 비난하는 편지는 조진만 전 대법원장과 주 전 대법원판사의 부인에게까지 보내졌다고 한다.
사법부를 대상으로 한 과격한 테러에 화염병만 이용됐던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지난 1964년 5월21일 당시 육군공수단 소속 군인 등 13명은 법원에 총기를 휴대하고 난입해 소동을 벌였다.
이들은 한일회담반대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자 압력을 넣기 위해 법원에 난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당시 숙직판사였던 양헌 판사의 집에까지 찾아가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1997년 8월7일에는 수원지법 성남지원장이 흉기를 든 괴한에게 습격당해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괴한은 "사법부가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관대한 처벌을 하고 이완용 후손에게 땅을 찾아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정신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비교적 최근인 1999년 10월에는 조계종 분규 관련 판결을 내린 당시 서울지법 민사합의부 이모 부장판사에 대한 협박 전화가 잇따른 사례가 있다. 이 부장판사는 같은 해 10월1일 조계종 총무원장직 부존재 확인 청구 소송을 판결했는데 그 뒤로 "아이들이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알고 있다" 등의 협박성 전화가 이어졌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7년 1월15일에는 영화화까지 되면서 널리 알려진 '판사 석궁테러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교수 재임용에서 탈락한 전 성균관대 조교수 김모씨가 복직 소송 과정에서 항소심 재판에 반발, 박모 서울고법 부장판사를 상대로 석궁을 발사한 것이다. 이후 김씨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복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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