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의혹에 여가부 폐지하라?…"책임 미룰 빌미 잡기"
'박원순 의혹' 전 비서, 성추행 의혹 고백
변호인 공격하고, 여가부 폐지 국회 청원
"전형적 백래시…문제 원인 피해자 탓으로"
"성폭력 문화 개선, 논의 대상 아니게 돼"
[서울=뉴시스] 박미소 기자 =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 변호사가 지난 13일 오후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열린 '서울시장에 의한 위혁 성추행 사건 기자회견' 고 박원순 서울시장이 고소인에게 보냈다는 비밀대화방 초대문자를 공개하고 있다.2020.07.13. [email protected]
22일 뉴시스와 통화한 복수의 여성계 전문가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 이후 백래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고 밝혔다. 박 시장을 고소한 전 비서 A씨, 그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대한 공격은 물론, 여성가족부에 대한 폐지 국회 국민동의청원까지 10만명이 넘었다.
손희정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연구교수는 "현재 상황에서 여가부 폐지, 김 변호사에 대한 비난은 의도적인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며 "(사건의 책임을 다른 곳에 미룰) 빌미를 잡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김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도 "서울시는 공공기관이고 박 시장은 인권변호사 출신이어서 인권 친화적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은 현실을 이었다"며 "이런 남성중심적인 문화를 먼저 바꾸지 않고 문제의 원인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토대로 '여전한 남성주의 연대'가 공개되자 이에 대한 백래시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백래시의 사전적 의미는 사회 변화에 대한 대중의 반발이다. 여성계에서는 백래시를 여성주의 운동의 발동 이후 발생하는 여성주의에 대한 반격의 의미로 사용한다.
신지예 여성신문 젠더폴리틱스 연구소 소장도 "소수자를 위해서 힘써야 할 국회나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2차 피해 발언을 하고 있어 문제가 크다"고 했다.
실제 온라인 상에는 눈에 띄는 백래시 현상이 목격되고 있다. 김 변호사에 대한 비난 글도 이어지고 있다. 보수 정치권에서 김 변호사를 이용한다거나, 공작의 일환이라는 등의 주장들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지난 13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차려진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민분향소가 철거되고 있다. 2020.07.13. [email protected]
윤김 교수도 "문제의 본질인 성폭력 문화 개선이 아니라 정치적 음모나 음모론의 허수아비라고 보는 것"이라며 "여성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니게 된다"고 지적했다.
손 연구교수도 "성폭력 문제에서 피해자를 대변하기 보다는 불손한 의도라고 깍아내리려는 태도가 기본적으로 있는 것"이라고 봤다.
지난 17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여성가족부 폐지에 관한 청원'은 게시 4일 만인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성립 요건인 동의 10만명을 넘었다. 이 청원은 이날 오후 5시께 소관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 등에 회부됐다.
이 청원인은 "여성부(여성가족부)는 성평등 및 가족, 청소년 보호 등을 위해 만들어졌지만 하라는 성평등 정책은 하지 않고 남성 혐오적이고 역차별적인 제도만을 만들며 예산을 낭비했다"며 폐지를 요구했다.
손 연구교수는 "(여가부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빌미를 찾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박민석 기자 =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내용이 담긴 대자보와 메모들이 지난 16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도서관 입구에 부착돼 있다. 2020.07.16. [email protected]
윤김 교수도 "원인을 피해자 탓이나 여가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이 사태에서 여성 비서 없애면 된다고 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여가부도 자성할 필요는 있다고 봤다. 여가부가 박 시장 사건과 관련 주요 유관 부처임에도 대처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손 연구교수는 "아무런 말도 안 하는 것에 답답함도 느낀다"며 "정부가 여가부의 운신의 폭을 줄여둔 것을 먼저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 소장도 "여가부가 무책임했다는 지적은 받아야 한다. 박 시장 관련 무성실 및 무능력은 지적받는게 옳다"면서도 "여가부의 한계는 여성 관련 예산이 한 자리 퍼센트대로 아는데, 그 한계와 연관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