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wsis

  •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미중전쟁]⑥더 위험해진 '신냉전'…美·中 '아마겟돈' 경고도

등록 2021.10.02 09:00:00수정 2021.10.02 09:08:1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사내용 요약

'美·소련'과 다른 '차이메리카'…신냉전, 국제경제·신안보 협력 직격타
세계화·다극화로 모호해진 진영…무조건 편들기보다 실익 계산
'핵무기+첨단기술'로 위험 배가…공존 위한 대화 호소 이어져

associate_pic

[베이징=AP/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13년 12월 당시 미국 부통령이던 조 바이던 현 미 대통령과 베이징에서 회담하고 있다. 2013.12.4.

[런던=뉴시스]이지예 기자 = "우리는 냉전의 언덕에 올라서 있다…갈등이 무제한으로 번지게 둔다면 1차 세계대전보다 참혹한 결과를 맞을 것이다"

미국 외교의 '대부' 헨리 키신저(98) 전 국무장관은 미중 관계가 악화일로에 빠진 상황을 이렇게 진단했다. 1970년대 미중 수교의 산증인인 그는 미중 '신냉전'이 인류 전체에 재앙을 안길 수 있다고 재차 경고했다.

'기존 패권국' 미국과 '신흥 강대국' 중국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면서 양국 사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냉전 때와 같은 '철의 장막'이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다. 세계화로 미국과 중국은 상호 간은 물론 나머지 세계와도 이미 복잡하게 연결돼 있다. 억지로 둘을 갈라놓는 신냉전은 '아마겟돈'(인류 최후의 전쟁)이란 결말을 초래할 거란 경고가 나온다.
associate_pic

【베이징=AP/뉴시스】1974년 11월 베이징에서 덩샤오핑과 회담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 1974.11.27.

◆자유시장 민주주의 VS 권위적 국가 자본주의의 '디커플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 미중 갈등 구도는 갈수록 선명해지고 있다. 애틀랜틱카운슬은 미중이 과거 미국과 소련의 '자본주의 대 공산주의' 같은 이념 투쟁은 아니지만 '통치 체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른바 '자유 시장 민주주의'와 '권위적 국가 주도 자본주의' 모델의 충돌이다.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기치에 따라 중국이 홍콩, 신장 위구르 소수민족 자치구에서 인권을 탄압한다고 비판해 왔다. 또 중국이 동·남중국해 내 일방적인 영유권 주장과 역내 국가들에 대한 경제적 강압으로 규칙에 기반한 국제 질서를 위협한다고 맹공했다. 중국은 미국이 내정 불간섭과 주권 존중 등 기본적인 국제법을 어기며 자국을 매도한다고 맞서고 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도 이런 불간섭 원칙을 장려하면서 중국식 국가 자본주의의 성공을 선전한다.

미중이 각국에 유리하게 세계 경제 재편을 서두르면서 '디커플링'(탈동조화) 징후 역시 커지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반도체, 대용량 연료전지, 희토류, 의료용품 등 주요 산업의 공급망 강화를 위해 미국 국내 및 동맹들의 역량 확대와 대중 의존도 낮추기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은 미국의 제재에 맞서 반도체 등 차세대 정보 기술의 '자립'을 추진 중이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과 연결된 기존의 공급망을 인위적으로 훼손하는 행위에 대한 반격을 경고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4월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반도체 공급망 관련 회의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 웨이퍼를 들어보이고 있다. 2021.04.13.

◆美, 동맹 모아 중국 포위…中, 반미 공조·개도국 환심사기

미중 신냉전은 상호 견제를 위한 진영 싸움으로도 비화했다. 미국은 자유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세력을, 중국은 자신들과 같은 권위주의 국가들로 편을 모으는 모습이다.

미국은 동맹·파트너 연합을 짜는 데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사상 첫 '쿼드'(Quad, 미국· 일본 ·인도· 호주로 구성된 연합체) 정상회의 개최에 이어 영국, 호주와 '오커스'(AUKUS)라는 앵글로색슨 3개국 협의체를 꾸렸다. 미 의회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가 결성한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첩보 동맹을 한국, 일본, 인도, 독일 등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미국은 주요 7개국(G7)과 자유 민주주의 가치를 바탕으로 둔 글로벌 인프라 사업 'B3W'(Build Back Better world)도 발족했다.

중국은 상하이협력기구(SCO) 등 역내 협력체에 힘을 쏟고 있지만 미국처럼 공식적인 동맹체 결성을 추진하고 있지는 않다. 중국과 군사동맹 관계는 북한이 유일하다. 중국은 대신 러시아, 이란 등 대표적인 반미 국가들과 공조를 노골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직후 러시아와는 '선린우호협력조약'을 20년 연장했고, 이란과는 '25년 전략 협정'을 체결했다. 이들 협약 모두 양국 사회, 정치, 경제 전반의 장기적 협력을 목적으로 한다.

미국은 단단한 동맹 파트너십 구축으로 중국을 포위하는 것을 대중 견제 전략의 핵심으로 본다. 반면 중국은 구속력 있는 동맹이 없다는 점을 역이용하고 있다. 중국의 대외 사업 '일대일로'는 개도국들에 정권 교체나 개혁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집권 세력에 무역·투자 기회를 제공하며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식이다. 

스탠포드대학 산하 프리먼소프글리 연구소의 오리아나 마스트로 연구원은 토론토대학이 주최한 신냉전 관련 토론회에서 "미국 정부가 상대국에 경제적 또는 민주적 개혁, 군사 기지 제공 등을 요구하는 반면 중국은 미중 갈등에서 중립을 택하고 홍콩, 대만 같은 민감한 주제에 대한 언급을 피하기를 요구한다"고 분석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호주, 영국 총리와 화상회의를 하고 있다. 2021.09.16.

associate_pic

【브라질리아=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019년 11월 브릭스(BRICS) 5개국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브라질에서 회담했다. 2019.11.13.

◆복잡하게 얽히고 설킨 '차이메리카'…美·소련 냉전과는 달라

미중 신냉전은 미국과 소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벌인 냉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냉전 당시 소련 진영은 세계 경제에서 고립돼 있었고 미국과의 교역도 사실상 전무했다. 전성기 소련의 국내총생산(GDP)은 미국의 40%에 불과했다. 그러나 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의 공장 역할을 하고 있으며 경제 규모도 미국에 종종 비견된다. 일각에선 10년 안에 중국이 미국 GDP를 따라잡는다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상호 의존도도 상당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촉발된 미중 관세 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여파에도 양국 간 상품 교역 규모는 2020년 기준 5000억 달러(약 594조 원)를 웃돌았다. 중국은 1조1000억 달러 상당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미국채 최대 보유국인 일본 다음으로 큰 규모다. 오죽하면 얽히고 설킨 미중 관계를 놓고 '차이메리카'(Chimerica· 중국(China) 과 미국(America)의 합성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겠는가.

마틴 자크 전 케임브리지대 선임연구원 겸 칭화대 명예교수는 중국 관영지 기고문에서 "중국은 이미 글로벌 경제에 깊이 통합돼 있다"며 "우리는 중국과 미국 사이 새로운 종류의 경쟁을 목격하고 있다. 경제, 기술, 통치 방식, 리더십, 사회적 포용성, 개도국과의 관계, 기후 변화, 팬데믹 등 매우 광범위한 문제를 아우르는 포괄적 성격의 경쟁"이라고 분석했다.
associate_pic

[사우스게이트=AP/뉴시스]2012년 2월 당시 중국 부주석이던 시진핑 현 국가주석과 미국 부통령이던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이 캘리포니아의 국제교습소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있다. 티셔츠에는 미중 사이 친선을 조성하자는 문구가 적혀 있다. 2012.2.17.


associate_pic

[모스크바=AP/뉴시스]냉전 중이던 1972년 5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왼쪽)과 레오니드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모스크바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1972.5.29.

◆진영 흐려진 다극화 세계…미중 편들기 전 저마다 실익 계산

미국과 중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도 냉전 때와는 다르다. 냉전 당시 미국은 서구 동맹국들을 총동원한 나토(NATO ·북대서양조약기구)를 이끌며 소련을 견제했다. 소련 역시 공산 국가들을 모아 '바르샤바 조약기구'라는 군사 동맹을 맺었다. 과거 냉전에선 동서 진영의 형성과 대립이 명확했지만 다극화된 현 세계에선 이런 경계가 모호한 탓에 각국이 저마다 실익에 따라 주판알을 튕기느라 바쁘다.

유럽연합(EU)은 대미 의존도 축소를 위한 '전략적 자주성' 강화를 꾀하면서 중국에 대해선 '체제 경쟁자'이자 '협력 파트너'로서 견제와 협력을 동시 추진해 왔다. 미국의 핵심 동맹이자 나토와 EU의 주도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이런 전략을 이끌고 있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은 남중국해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 사이 군사적 긴장감 속에서 택일을 거부하며 양국 모두와 안보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 역시 4개 회원국의 셈법이 저마다 다르다. 이들은 대중 견제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중국이라는 국가명을 명시하는 직설 비판은 자제하고 있다. 디펜스프라이어티스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은 더힐 기고에서 일본, 호주, 인도의 여전히 높은 대중 무역 의존도와 지정학적 밀접함을 지적하면서 "미국과 달리 이들은 인도태평양 안에 살고 있기 때문에 중국과 함께 탄 배를 흔들기 전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 전 하버드대 교수는 '조지 W. 부시 대통령 센터'와의 인터뷰에서 "냉전에선 엄청나게 효과적인 동맹 네트워크 보유가 중요했다"며 "지금 우리가 전면적인 냉전에 돌입해 같은 동맹들이 분명하게 우리편에 설 것으로 기대한다면 그들 중 많은 이가 이번엔 제휴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걸 듣고 깜짝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미국 백악관에서 쿼드 4개국 정상들이 대면 회담을 진행하고 있다. 2021.9.24. *재판매 및 DB 금지

◆ 핵무기에 첨단기술 더해진 신냉전…"인류 전멸 초래할 수도"

이처럼 구 냉전 때와는 달라진 세계의 모습 탓에 신냉전은 훨씬 더 위험하다는 진단이 꼬리를 물고 있다. 미중의 전면적 갈등은 팬데믹, 기후변화, 테러, 신기술 등 국제사회 공동의 '신 안보' 위협 대응을 어렵게 한다. 공급망 혼란과 기술의 국제 표준화 차질, 보호 무역 주의 심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를 부추긴다.

하인리히재단은 '신냉전과 미중 갈등 위험 완화' 보고서에서 "강대국 경쟁의 장기화는 지난 70년 이상의 무역 자유화로 얻은 이익을 되돌리며 글로벌 공급망을 파괴하고 인터넷을 분열시킬 것"이라며 "세계를 두 개의 상호 양립 불가한 정치 시스템으로 분할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메케인연구소 포럼에서 지금은 핵무기에 더해 각종 군사기술과 인공지능까지 발전했고 미중은 이들 분야를 주도하는 첨단 기술 강국이라며 양국 간 긴장 고조가 '아마겟돈'과 같은 충돌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제한된 시간 안에 스스로를 전멸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associate_pic

[베이징=신화/뉴시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7월 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1.07.02.

◆미중 공존할 수 있을까…"제발 대화하라" 국제사회 호소

국제사회에서는 신냉전을 막기 위해 미국과 중국의 대화와 관계 재정립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두 강대국 간 실용적 관계를 다시 수립할 필요가 있다"며 "코로나19 백신접종, 기후변화를 비롯한 세계적 도전들은 국제사회 내 특히 강대국들 간 건설적 관계 없이는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1월 새 미국 행정부 취임 이후 미중 실무 회담이 몇 차례 꾸려지긴 했지만 미중 정상회담은 아직도 소식이 없다. 다만 이달 초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두 번째 통화 이후 관계 개선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법 위반으로 캐나다에 잡혀있던 멍완저우 화웨이 부회장이 지난 24일 3년만에 석방된 데 이어 중국도 수년째 억류 중이던 미국인 남매를 풀어줬다.

월가 거물이자 미중 금융라운드테이블 공동회장인 존 손튼 전 골드만삭스 사장이 최근 비밀리에 6주간 방중해 한정 중국 부총리와 회담하고 신장 위구르 자치구를 둘러봤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이를 미중 수교의 기틀을 닦은 1971년 키신저의 극비리 방중과 비교했다.

키신저 전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공존'을 촉구했다. 그는 미국이 자국의 확고한 원칙에 대한 중국의 존중을 요구하면서 대화와 협력을 유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중국이 체제 존중을 원한다면 무역, 개인정보, 해양법, 인권 등과 관련해 역사적으로 구축된 규칙 기반 국제질서 역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associate_pic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오른쪽) 전 미국 대통령과 류허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 겸 부총리가 2020년 1월 백악관에서 미중 1단계 무역 합의안에 서명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0.01.16.




◎공감언론 뉴시스 ez@newsis.com

많이 본 기사

이 시간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