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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육영수 여사 영어 선생님' 윤득한의 '경계인' 인생사

등록 2021.12.04 09:00:00수정 2021.12.04 15:3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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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빨간 머리카락 마담의 숙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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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빨간 머리카락 마담의 숙소 (사진=평사리 제공0 2021.12.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한국전쟁 당시 육영수 여사의 영어 선생이었고, 한일협정 전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한국전통공예전 '한국전'의 개최자였던 경계인 윤득한 할머니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나왔다.

책 '빨간 머리카락 마담의 숙소'(평사리)의 저자인 윤 할머니는 한국전쟁 당시 중앙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뉴욕대학의 영화과 입학을 허락받지만, 재일교포 사업가인 남편을 만나 1953년 일본으로 건너갔다.

영화에 대한 꿈은 접었지만 당대 일본 연예계와 문화계 인사들과 교류하며 하이쿠, 다도, 이케바나, 토키와즈 등 일본 문화를 익혔고, 1965년 1월 한일협정이 이뤄지기 6개월 전 도쿄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한국전통공예전 '한국전'을 성황리에 마무리했다.

이후 일본 유명 백화점들에서 전시회를 순회하며 한·일간 문화교류의 개척자로, 한국공예품 매장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성장했다.

이를 계기로 상품개발을 위해 당시 각국으로 돌며 세계엑스포에 참가하고,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일본 문화계 인사들과 본격적인 해외여행을 다녔다. 40여 년 세계 각처를 다니는 여행자로, 70여 년 일본 거주 한국인이란 '경계인'으로 살게 된다.

윤 할머니는 마흔한 살부터 예순세 살까지 세계 각처를 여행하며 만난 인연들을 그때그때 쪼가리 메모로 기록한 '하이쿠'를 바탕으로 책으로 엮었다. 

첫 로마 방문에서 만난 숙소 마담과 투숙객, 남미 볼리비아 라파스의 폭우, 드골 정치벽보가 붙은 로테르담 성당에서 클래식 연주를 듣던 연인들, 통일 전 서베를린 공항에서 만난 거구의 흑인 운전사, '빨간 머리 앤'의 집에서 만난 홍콩의 비즈니스맨, 페루자 아시시 광장의 성당 종소리, 케네디가 암살되기 전 키웨스트, 브라이턴 숙소 정원의 첼로 독주, 조각구름 사이로 출몰하던 예루살렘의 보름달 등. 이 책에는 40여 년을 관통하며 경계인으로서 홀로 전진했던 윤 할머니의 자기 프레임 찾기가 펼쳐진다.

구순 나이에도 일본 헌법 개정 반대 모임에 참석하고 있는 윤득한 할머니는 아직도 한국과 일본 사이 경계인, 동양과 서양 사이 경계인으로 살면서 개인과 세계의 경계를 고민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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