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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옥장판 논란'이 드러낸 '스타 의존' 뮤지컬 시장

등록 2022.07.04 14:0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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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이러한 사태에 이르기까지 방관해 온 우리 선배들의 책임을 통감한다."

일명 '옥장판 사태'는 남경주·최정원·박칼린 등 뮤지컬 1세대 배우들까지 한 목소리를 내면서 일단락 됐다. 배우간 고소까지 빚어지며 큰 소란을 겪은 뮤지컬계를 향한 호소였다. 1세대 배우들은 "지금의 이 사태는 정도(正道)가 깨졌기 때문에 생긴 일"이라며 "배우는 연기라는 본연의 업무에 집중해야 할 뿐 캐스팅 등 제작사 고유 권한을 침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도(正道)가 깨졌음'을 알린 건 뮤지컬 배우 김호영의 신랄한 지적에서 시작됐다. 그가 자신의 SNS에 "아사리판은 옛말이다. 지금은 옥장판"이라고 공연장 이모티콘과 함께 올린 글이 발단이 됐다. 뮤지컬 '엘리자벳' 10주년 공연 캐스팅이 공개된 직후여서 '옥장판'은 옥주현에게 시선이 옮겨졌다.  이후 옥주현과 친분이 깊은 배우들에 대한 캐스팅 의혹이 불거졌고, 옥주현은 김호영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그러자 1세대 배우들까지 입장문을 내며 파장이 커졌고 옥주현은 고소가 신중하지 못했다며 '김호영 고소'를 취하했다.

보름 가량 뮤지컬계를 들끓게 했던 이 사건은 양측의 화해로 어느 정도 일단락된 모양새다. 하지만 스타 배우의 파워에 좌지우지 되는 뮤지컬 시장의 민낯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주목되는 사례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뮤지컬 시장의 제작 환경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특정 배우를 떠나 뮤지컬계가 오랫동안 스타 캐스팅에 의존해온 구조가 깊이 자리 잡고 있어 그 영향력이 강할 수밖에 없고, 실제 과거부터 그러한 관행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캐스팅은 제작사의 권한이지만, 스타 캐스팅으로 인해 파생된 문제와 제작 과정에 불공정한 사례가 있었는지 등을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전체 공연계 매출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뮤지컬 시장은 지난 20여년간 급격한 성장을 이뤄왔다. 그러나 화려한 성장 이면엔 불안정성이 도사리고 있다는 데 업계 관계자들도 이견이 없다. 예기치 못한 코로나19 위기 상황 속에 불안정성은 더 커졌다.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합리적인 제작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데 주요 제작사들이 지난해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이번 사태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궁극적으로 브로드웨이 등 해외 진출을 목표로 시장을 확대하려는 한국 뮤지컬계가 그에 앞서 내실을 다질 때라는 또 하나의 신호를 보낸 것과 같다. 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1세대 배우들의 호소문을 잇달아 공유하고 지지를 표한 것 역시 현재의 제작환경에 대한 점검 및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작품은 배우, 스태프, 제작사 그 하나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인고의 과정을 거쳐 무대로 관객과 만나 완성이 된다. 코로나19를 딛고 활기를 조금씩 찾아 나가는 뮤지컬계가 이번 논란으로 분열되며 위축될까 뮤지컬 팬들의 염려가 크다. "우리 스스로 자정 노력이 있을 때만이 우리는 좋은 무대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1세대 배우들의 호소문이 단지 글로만 그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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