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행정공백 없다" 관료의 변명…믿음 안가는 이유

등록 2022.09.02 10:01: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기자수첩]"행정공백 없다" 관료의 변명…믿음 안가는 이유

[세종=뉴시스] 변해정 기자 = "언론이 자꾸 국정공백이라고 쓰니 공백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겁니다."

새 정부 출범 넉 달이 다 돼서야 실·국장급 인사가 채워져 "이제 좀 일하겠다"는 농담섞인 질문에 행정안전부 간부가 한 말이다. 실제로는 국정공백이 없음을 주장한 것이다. 청와대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고, 코로나19·호우 재난에 대응하며, 경찰의 집단반발을 부른 경찰국 신설을 일사천리로 진행해왔던 실무자 입장에선 공백이란 단어가 섭섭했던 모양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민의 시선으로 볼 때 공백이 없다는 그 발언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새 정부 출범 후 불거진 이슈들을 찬찬히 뜯어보면 110대 국정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은 잘 보이지 않는다. 찬반이 비등한 사안조차 공론화 과정을 거르고 있다. 조급증과 미숙함만 보인다.    

용산 집무실 이전 비용만 봐도 그렇다. 496억원이 든다는 대통령실 계산과 달리 300억여원이 추가로 투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졸속 이전'에 이어 이전 비용을 고의로 누락·축소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10년 만에 구성된 정권 인계 업무인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활동도 사실 용산 집무실 이전으로 묻혔다.

인수위 기간을 허비한 바람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편이 늦어져 여태 완료하지 못했고, 교육·복지부 장관 공석 사태는 전례 없이 길어지고 있다. 부처 1급 인사는 윤석열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다녀온 뒤에야 겨우 메웠다.

행안부 경찰국은 위법성 논란 속 출범을 강행하고도 김순호 초대 경찰국장의 밀정 의혹이 불거져 연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집중호우 당시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과 이상민 행안부 장관이 만찬 일정에 참석한 것도 몹시 아쉽다. 해명은 더 구차했다. 이 장관은 국회에서 만찬장에 술이 제공된 사실이 알려지자 처음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가 참석자 간 건배가 있었다고 추궁하자 "저는 (술은) 마시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예산·인사·재난 대응 등 국정 공백이 의심되는 상황은 일일이 나열하기에도 벅찰 지경이다. 국민이라면 "정부는 대체 어딨냐"라고 물어볼 만하다.

공직자라면 지금은 공백을 부정할 게 아니라 공백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나가야 한다. 우리 경제·사회에 더 큰 생채기를 남기기 전에 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