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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의 잘먹고 잘사는 법]태아기 영양, 평생 건강 좌우한다

등록 2023.01.17 06:50:00수정 2023.01.18 08: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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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임신부.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아기 울음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통계청의 '2021년 인구 동향 조사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2020년 출생아 수는 26만500명으로 일 년 전보다 1만1800명(4.3%) 줄었다.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합계 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은 2020년 0.81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인구 규모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합계 출산율은 2.1명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에 합계출산율이 1명 미만인 곳은 한국밖에 없다.

이처럼 아기가 귀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정작 태아의 건강에는 의외로 관심이 적다. 태아기 영양은 그 사람의 평생 건강과 지적 능력마저 좌우할 수 있는데도 그렇다.

1990년 영국의 데이비드 바커 교수가 '태아 프로그래밍'(Fetal programing) 이론을 제시했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중 물자 공급이 차단된 네덜란드에서 대규모 기아 사태(Hunger Winter)가 발생했을 당시 태어난 아기들을 추적 조사해 이들의 생애 후반기에 만성 질환 유병률이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지속해서 1900년대초 런던에서 태어난 1만6000여 신생아를 추적 조사해 출생 시 체중이 2.5㎏ 이하였던 아기는 커서 60대가 됐을 때 심장병에 걸릴 확률이 5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태아가 영양실조로 인해 상대적으로 작은 간을 갖고 태어나는 탓으로 추정했다. 즉, 콜레스테롤을 분해하는 간의 활동성이 낮아져 체내에 콜레스테롤이 축적해 심장병을 일으킨다고 봤다.

물론 이 이론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인과성이 명확하지 않아 '가설'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제는 증거가 많이 추가돼 2014년 '사이언스지' 표지에 등장할 정도로 '정설'이 됐다.

[서울=뉴시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9월 출생아 수는 2만1885명으로 전년보다 20명(-0.1%) 감소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7313명이다.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3명 감소한 0.79명으로 3분기 기준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hokma@newsis.com

[서울=뉴시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9월 출생아 수는 2만1885명으로 전년보다 20명(-0.1%) 감소했다.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자연증가는 -7313명이다.  3분기(7~9월) 합계출산율은 1년 전보다 0.03명 감소한 0.79명으로 3분기 기준 2009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적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영양학계에서는 태아 프로그래밍 이론을 후생 유전학 측면에서 특히 주목한다. 태내 환경 영향으로 유전체 내 질병 발생과 관련한 특정 스위치가 달라지고, 이로 인해 생애 후반기 스위치가 발동하면 질환으로 이행한다고 보고 있다.
 
예를 들어 산모가 잘 먹지 않으면 태아 뇌에 있는 식욕 조절 중추가 체내에 들어온 에너지원을 최대한 아끼면서 살아가는 방향으로 프로그래밍 된다.
 
그렇다면 영양이 불량한 산모의 태아만 생애 후반기 만성질환 유병률이 더 높을까.

이에 대한 답은 ‘아니다’다.

태아 출생 체중이 4㎏이 넘는 영양 과잉 상태가 되면 유방암 발생률이 정상 체중 태아보다 30%가량 증가한다는 하버드대 연구팀 발표도 있다.
 
임신부의 경우에도 과유불급은 적용된다.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으면 태아가 스트레스에 취약해져 성인기에 고혈압에 더욱 잘 걸린다는 연구도 있다. 이처럼 임신 환경은 물리적인 것은 물론 심리적 요인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코로나19 사태, 전쟁, 인플레이션, 이상 기후 등 전 세계적인 재난 앞에서 모두가 힘든 상황이다.

그래도 임신부와 그 가족은 임신부와 배 속 아이의 건강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 고른 영양을 섭취하고,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애쓰자.

사회와 정부도 뒷짐만 지고 있어선 안 된다. 우리의 미래가 건강하게 탄생할 수 있도록 정책 마련과 시행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


박주연
식품영양학박사
현 비타믹스 뉴트리미 대표
전 식품의약품안전처, 이화여대, 대상 연구원
전 한국암웨이 이사
[email protected]

[박주연의 잘먹고 잘사는 법]태아기 영양, 평생 건강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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