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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발빠짐 사고 주1회...휴대폰 하루 2대꼴 빠트려

등록 2022.11.09 11:35:13수정 2022.11.09 12:0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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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9월까지 발빠짐 37건·휴대폰 빠짐 591건

지하철 1~8호선 간격 '10㎝ 이상' 승강장 3397곳

고무발판 설치 19% 그쳐…"구조상 더 설치 못해"

자동안전발판 설치는 2016년 안전성 문제로 제동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 단차. (사진=이명동 기자) 2022.11.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 단차. (사진=이명동 기자) 2022.11.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진형 이명동 기자 = 이태원 압사 참사 이후 출퇴근 시간대 지하철 인구밀집에 대해서도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의 경우 열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틈) 문제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서울지하철 1~8호선 승강장에서 발빠짐 사고는 일주일에 한번 꼴, 틈새에 휴대전화를 빠트리는 일도 하루에 두번 꼴로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 빈번한 사고에 '크레바스(빙하 위의 갈라진 틈)'나 다름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동작갑)이 서울교통공사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서울지하철 1~8호선에서 이용객 발빠짐 사고는 37건, 휴대전화 빠짐 사고는 591건으로 집계됐다.

2020년부터 최근 3년간으로 보면 발빠짐 사고는 135건, 휴대전화 빠짐 사고는 1643건 발생했다. 휠체어 빠짐 사고는 2020년 한 건 발생했다. 다만 이 통계는 보험금이 지급된 사례만 포함돼 실제 건수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매주 한명은 지하철 발빠짐 사고를 당한다는 이야기인데, 이처럼 사고가 빈번한 것은 일부 승강장 간격이 규정보다 넓은 데다가 보완장치 설치도 지지부진한 탓이다. 도시철도건설규칙에서는 차량과 승강차 사이 간격이 10cm 이상 초과할 경우 발판 등 안전장치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1~8호선 승차위치 1만9256개소 중 간격이 10㎝를 초과하는 승강장은 총 3397개소에 달한다. 이중 간격이 20㎝ 이상인 승강장도 14개역 82개소다. 특히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승강장(3-3)은 28㎝에 달했고, 이어 3호선 충무로역은 26㎝, 동대입구역은 23㎝, 2호선 신도림역과 4호선 회현역은 22㎝였다.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3-3 승차위치. 승강장과 열차간 간격이 28㎝로 1~8호선 모든 승차위치 중 가장 단차가 크다. (사진=이명동 기자) 2022.11.09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지하철 4호선 성신여대입구역 3-3 승차위치. 승강장과 열차간 간격이 28㎝로 1~8호선 모든 승차위치 중 가장 단차가 크다. (사진=이명동 기자) 2022.11.09 *재판매 및 DB 금지



기자가 직접 둘러본 성신여대입구역 3-3 승강장은 열차와 간격(틈) 사이로 어두컴컴한 철로 아래가 들여다보일 정도로 넓었다. 28㎝면 성인남녀 평균 발 사이즈(230~275㎜)와 비슷하거나 약간 큰 정도다. 주변 승강장도 카드지갑 등 소지품이 쉽게 빠질 정도로 간격이 넓었다.

역에서 만난 김수현(40)씨는 "애기들이 탈 때 위험할 거 같다고 평소에 생각했다"며 "어렸을 때 발이 빠져본 적 있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는 '10㎝ 초과' 승차위치에 고정식 고무발판을 설치하고 있으나 실제로 설치된 곳은 전체 3397개소 중 643개소(19%)에 불과하다.

나머지 81%(2754개소)는 구조상 설치가 어렵다고 한다. 공사 측은 "운행 중 전동차의 안전운행을 확보할 수 없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대안으로 승강장에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하는 방법이 있으나 2호선 신도림역에 1개소 시험 설치돼있는 게 유일하다.

자동안전발판 설치 사업은 지난 2016년 안전성 문제로 제동이 걸렸고, 높은 비용도 발목을 잡았다. 3397개소에 모두 접이식 자동안전발판을 설치할 경우 약 1767억원이 들 것으로 공사는 추산했다. 1개소당 약 5200만원이 드는 셈이다.

공사는 197개역에 이동식 안전발판을 비치해놓고 사전에 연락을 주면 역무원이 설치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휠체어 이용자 등 교통약자들이 이용하기에는 번거로운 것도 사실이다.

장애인 이동권 전문가들은 8~10량 열차 기준 4곳 정도인 휠체어 전용칸 앞 승강장만이라도 발판과 경사로를 설치하면 적은 예산으로도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전윤선 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는 "대구·부산지하철은 고정식 경사로나 자동발판을 설치한 뒤로 사고가 없다"며 "간단한 조치로 가능한 의지의 문제다. 예산의 논리로만 따져선 안 된다"고 했다.

김병기 의원은 "지하철 과밀을 비롯해 스크린도어 틈과 하중취약 등 안전문제가 산재해 있다"며 "스크린도어 출입문 틈 문제는 장애인이나 교통약자 만이 아닌 일반 시민의 안전문제인 만큼 교통시설 전반의 안전문제를 철저하게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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