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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규 "하인라인 소설 번역이라니...감회 남달랐죠"[문화人터뷰]

등록 2023.04.15 07:00:00수정 2023.04.18 15:5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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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 SF인 줄도 모르고 읽었던

'로버트 A. 하인라인 전집' 번역 참여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창규 소설가가 15일 서울 노원구 카페 '감각'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4.1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창규 소설가가 15일 서울 노원구 카페 '감각'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마치고 기념촬영하고 있다. 2023.04.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초등학교 때 SF인 줄도 모르고 읽었던 하인라인 소설을 몇십 년이 지나 번역까지 하게 되니 감회가 남달랐죠."

SF 소설가 김창규(52)는 이른바 '성덕(성공한 덕후)'이 됐다. 초등학교 시절 아동용으로 편집된 로버트 A. 하인라인의 소설을 읽으며 SF 덕후로 시작한 그는 마침내 아작 출판사에서 출간한 '로버트 A. 하인라인 전집'에 번역으로 참여하게 됐다.

1993년 '창작기계'에 '그들의 고향은 지옥이었다'를 발표해 데뷔한 그는 SF소설만 30년째 쓰고 있다. PC통신 시절 SF 팬카페에서 활동을 시작해 국내에서 가장 오랜 기간 SF소설을 써온 그는 "지금의 한국 SF 소설의 토대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에서 SF가 번성하기 이전에 소설을 책 형태로 냈으니 한국 SF의 시작을 함께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평가가 과분하기도 합니다. 장르의 다양한 매력을 알리려고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계속 해오고 있네요."

"SF 다양한 매력 모두 국내 독자에게 소개하고 싶었다"…다음은 하드 SF

"하인라인 전집이 국내에서 이렇게 출간된 것만으로도 SF 시장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주는 거예요."

아작 출판사에서 출간한 '하인라인 전집'은 한국의 SF 인기를 보여주는 증거다. 기획부터 번역, 제작까지 4년의 시간이 걸렸고 김 작가를 비롯해 고호관, 배지훈 등 6명의 SF 번역가·작가가 참여했다. 하인라인의 중단편 59편을 모은 전집 출간은 세계 최초다.

"한국 SF 시장이 어느 정도 선순환에 들어선 것 같다"는 평가다. "문학성에 대한 비판이나 논문과 비평이 부족하다는 아쉬움도 있지만 SF를 읽는 독자들이 넓게 퍼졌고 책 출간도 활발하게 이뤄지는 지금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습니다."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창규 소설가가 15일 서울 노원구 카페 '감각'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15. ks@newsis.com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김창규 소설가가 15일 서울 노원구 카페 '감각'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04.15. [email protected]




하인라인 이전에도 김창규는 '이중도시', '유리감옥', '블라인드사이트' 등 다양한 해외 작품을 번역하는 데 참여했다. 그는 "SF에는 다양한 매력이 있는데 이를 모두 국내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었고 개인적으로도 번역된 작품을 읽고 싶었다"며 "이러한 마음을 가진 여러 작가가 번역도 활발히 하며 지금은 한국에도 어느 정도 'SF 명저'라고 불리는 해외 소설들이 출간됐다"고 했다.
 
그가 권하는 다음은 '하드 SF'다. 과학적 지식이나 기술에 대한 묘사가 더 자세한 하드 SF의 매력을 한국 독자들이 조금은 알아줬으면 하는 마음이다. 소설가로서 그도 하드 SF를 쓰려고 노력하고 있다. 대학에서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학에서 공대 수학을 배우고 이공계인 만큼 아는 선에서 소설을 통해 이를 소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최근 출간한 소설집에서도 단편 '양자의 아이들'을 통해 양자역학에 대해 다뤘다.

30년간 이어온 화두는 '인간성'…"다름이 쌓이면 새로운 기쁨 된다"

"30년을 썼다는 건 긍정적으로 이야기하면 오랫동안 소설 쓰기를 유지했다는 거지만 부정적으로 보면 작가로 활동할 수 있는 상당 부분을 썼다는 말이에요."

오랜 기간 다양한 SF 장·단편을 써온 김창규는 남은 작가 생활 동안 "세계 여러 국가가 등장하는 스페이스 오페라"를 쓰는 것이 목표다. 지금까지 대중적인 SF부터 하드 SF까지 여러 소설을 써온 그는 SF 대서사시에 도전하며 "남들이 해놓은 것은 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난 집필 기간의 화두는 '인간성'이다. "SF소설을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새로움 속에 익숙함이 있어야 한다"는 그는 소설에서 기술과 기계를 통해 인간의 생물학적 한계가 극복되며 달라지는 인간성을 통해 '존재'와 '자유'에 대해 고민하는 지점을 만들었다.

'존재'와 자유'에 대한 고민은 다름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존재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다름을 소개하려고 한다. 30년간 써온 이야기도 사실 제각각 다름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SF만큼 현실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현실에 관해 쓰기 좋은 장르도 없어요. 그런 이야기 속 다양성이 현실의 다양성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요. 다름이 쌓이면 새로운 기쁨이 생길 거예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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