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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응급실 뺑뺑이' 비극…'중증환자 우선' 실효성 우려

등록 2023.06.04 09:00:00수정 2023.06.04 09:4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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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응급의료 대책…정보 인력 확대·비번 추가 수당

재이송 사유 '전문의 부재' 1위…"병원 진료능력 부족"

경증 '이송금지법' 촉구…"거부 기준 마련하기 어려워"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04. amin2@newsis.com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6.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권지원 기자 = 최근 응급 환자가 응급실을 찾지 못해 병원을 전전하다 거리에서 사망하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사건이 반복되자 정부·여당이 중증, 경증을 분리해 환자를 받는 이원화 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만 당장 수술을 할 수 있는 전문의 인력과 응급 병실 수 자체가 부족한 만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수술을 집행할 전문의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당정이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중·경증 이원화 확대, 정보관리 인력 확대, 비번 집도의 추가 수당 지급 등을 담은 '응급의료 긴급대책'을 추가로 발표했다

정부여당이 발표한 응급의료 긴급대책에 따르면 지역별 컨트롤타워인 '지역응급 의료상황실'에서 환자 중증도와 병원별 가용 자원 현황을 고려해 환자 이송을 지휘, 관제하고 이를 통해 이송하는 환자는 병원에서 수용을 의무적으로 해야 한다.

특히 경증 환자의 상급병원 과밀화를 막기 위해 경증 환자는 구급대가 권역별 응급의료센터 이하 기관으로만 이송하고 중증 환자는 권역별 응급의료센터에 이송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당정이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고를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3월 대구에서 10대 여성이 응급실을 전전하다 구급차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자 지난 4월 권역 중증응급의료센터를 40개소에서 50~60개소로 확충하고 중증 응급 분야 건강보험 수급인상과 야간 휴일 당직비 지원 등 응급의료 근무요건도 개선하겠다며 추가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또 다시 경기도 용인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70대 남성이 응급 수술이 가능한 병원을 찾지 못해 2시간 이상 전전하다 결국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추가대책을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응급환자를 수용해 치료할 수 있는 인력과 병상을 확충하는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최혜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청에서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구급차가 처음 도착한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못해 재이송한 건수는 3만7218건으로 나타났다. 재이송 사유로는 '전문의 부재'가 1만1684건(31.4%)으로 가장 많았다. '병상 부족'은 5730건(15.4%)이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응급의사회)도 지난달 31일 입장문을 내고 "응급실 뺑뺑이의 원인은 의뢰한 병원의 배후 진료 능력 부족 때문으로, 환자를 치료할 만큼의 의료자원이 없었다는 의미"라면서 "중증환자가 더 많은 치료의 기회를 갖기 위해 취약지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 비정상적인 응급실 이용 행태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상급병원 응급실 쏠림을 줄이려면 경증환자의 상급병원 이용을 금지하는 법 제정 등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급의사회는 "상급종합병원 과밀화 문제 해결을 위한 실무 논의체를 구성하고 경증환자 119이송 금지 및 상급병원 경증환자 이용 금지 특별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응급 환자 특성상 검진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환자 병증의 경중을 구별하는 세부 기준을 마련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수는 지난달 31일 연합뉴스TV 방송에서 "병원에서 CT, MRI 등을 찍고 혈액검사를 해봐야 병의 원인을 알 수 있고 중증 여부를 판단한다. 119구급대가 검사하지 않고 (환자의) 중증 여부를 알 수는 없는 것"이라면서 "경증 환자를 (응급실에) 못 오게 해야 한다는 것은 응급의학 특성상 맞지 않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추가 발굴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인력 확보 방안은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당정 협의를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료 인력 문제에 대해 "의대 정원을 확충해도 현장 투입까지 10년 이상 걸려서 그것은 그것대로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면서도 "추가적으로 단기적으로 중증응급의료센터에 특수근무수당을 부여한다거나 비번 외과 의사가 집도 시 추가 수당 지급 등을 추가하겠다"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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