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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단식투쟁 15일차, 득실은

등록 2023.09.14 11:22:47수정 2023.09.14 11:4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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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층 등 내부 결속 강화 통한 지지율 반등 '효과'

국민 긍정 여론으로 확대엔 한계…국민의힘 "잘못돼"

당내서도 지적…"여론 냉소적" "유효적절치 않아"

"체포동의안 표결, 이 대표가 가결해달라 말씀해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단식투쟁 14일차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 앉아 있다. 2023.09.1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단식투쟁 14일차를 이어가고 있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당대표실에 앉아 있다. 2023.09.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부로 단식 15일차를 맞았다. 단식 장소를 국회 본청 앞 천막에서 당 대표실로 옮길 정도로 건강이 악화했지만 정작 이 대표가 진행 중인 단식의 실익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부터 단식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지지자들을 비롯한 시민사회계 인사들, 정계 원로들, 민주당계열 전국지자체장 등의 발길이 더해졌다.

특히 지난주까지 실시했던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의 촛불문화제는 민주당이 당초 목소리 높였던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저지 요구를 넘어 경제실정, 삼권분립 훼손, 검찰의 정치탄압, 민생예산 삭감, 외교정책 실패 등 윤석열 정권을 향한 비판을 앞세우며 전방위적 공세를 폈다.

여기에 더해 단식 중 이어진 검찰의 '대북송금 의혹' 조사는 지지층의 공분을 키우기도 했다.

이러한 행보를 통해 민주당 내부 결속을 다지는 효과를 봤다는 평이 나온다. 그동안 갈려있던 세력들이 이 대표 단식을 중심으로 대정부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는 데 단결된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갤럽이 이달 5일부터 7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민주당 지지율은 직전 주와 비교해 7%가 오르며 국민의힘과 동률을 보였다. 직전 주 지지율이 28%까지 떨어졌던 것과 대조된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전국 모든 권역에서 직전 주보다 지지율이 상승했다.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광주·전라 권역으로 18%p 올랐고, 대전·세종·충청,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 등 민주당이 약하다는 지역에서도 적게는 3%p, 많게는 5%p 올랐다.

중도층에서의 민주당 지지율도 34%로 국민의힘보다 7%p 높게 조사됐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방식, 응답률 14.6%. 자세한 내용 중앙여심위 홈페이지 참조)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9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09. photo@newsis.com

[수원=뉴시스] 김종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 의혹' 사건 조사를 받기 위해 검찰에 출석한 9일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 앞에서 이 대표 지지자들이 집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3.09.09. [email protected]


하지만 당 안팎에서 계파 간, 그리고 지지층 간 잡음이 여전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단식 15일차를 맞고 있음에도 여전히 외부에서는 단식의 명분이 약하고, 방탄용이라는 부정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가까운 예가 바로 국민의힘이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단식을 시작할 때부터 사법회피·내분 차단·당권 사수 등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4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이 대표께서 건강을 해치는 단식을 중단하기를 정중히 요청한다"며 거대야당 대표로서 단식을 중단하고 정기국회 시기에 민생 챙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 지도부는 다른 당 관계자들처럼 이 대표 단식 천막을 방문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홍문표 의원도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단식하게 된 건 대장동에서부터의 6가지 범법 행위 때문"이라며 "궁지에 몰리니까 자기 살기 위해서, 당이 박살 나든 뭐하든 상관없고 결국은 드러누웠다"고 비꼬았다.

홍 의원은 "단식 이유가 지금 정권보고 퇴진하라는 것 아닌가"라며 "여당 대표가 이런 잘못된 단식 현장을 찾아가서 중단하라고 하는 건 잘못을 묵인하는 게 된다"고도 했다.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9.14.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봉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9.14. [email protected]


당내에서도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를 걱정하긴 하지만 여론도 좋지 않고 명분도 부족한 단식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비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은 이 대표 단식 6일차였던 5일 "감히 말씀드린다. 이제는 단식을 멈춰달라"며 "명분도 실리도 별로 없다. 공감을 얻기도 어렵다. 여론은 매우 냉소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물론 윤석열 대통령의 실정과 폭정이 이루 말할 수 없는 지경"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윤 대통령의 폭주와 독단을 제어하는데 단식이 유효적절하지도 않은 것 같다"고 보탰다.

이 의원은 "정치는 무릇 국민들 걱정을 덜어드리고 조금이라도 편안하게 해드리는 것 아니겠나. 하물며 걱정을 더 끼쳐드려야 되겠느냐"며 "나아가는 것도 용기이겠지만 멈추고 뒤로 물러서는 것도 때로는 더 큰 용기"라고 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불진압 헬기의 야간운항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4. 20hwan@newsis.com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산불진압 헬기의 야간운항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3.04.14. [email protected]


조응천 의원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이 대표 단식을 계기로 당이 단합됐다는 평가가 일부 나오는 데 대해 "많은 분들이 침묵하고 있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은 "이 대표가 단식을 하고 있지만 지금 민주당과 민주주의, 우리나라를 위해 무엇이 옳은 길인지 반대되거나 결이 다른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있다"며 "그렇지만(이 대표가) 처지가 지금 공공하지 않나. 공공한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비정하고 야박한 상황이니 그 얘기를 꺼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참고 있는 것이다. 못하는 것이고 안 하는 것"이라고 보탰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 대해선 "(이 대표가) 검찰의 무도한 수사에 맞서서 증거도 없고 말도 안 되는 수사인데 내가 당당히 걸어가서 영장을 기각 받고 오겠다, 가결시켜달라고 말씀을 해 주는 게 제일 낫다"고 했다.

조 의원은 "지금까지 말씀을 안 하시는 게 조금 불안하긴 한데 그래도 당을 위해서는 해주지 않을까 싶은 희망을 가져본다"고 밝혔다.

체포동의안 가부결 당론 논의 가능성에 대해선 "국회법에 따라 자유의사로 양심에 따라 표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당론으로 정했다가는 큰일 난다"고 우려했다.

지난 12일에는 "지금 저렇게 단식하고 힘든 분한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한)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게 참 야박하지만, 만약 부결시킨다면 얼마 남지 않은 총선에서 국민들께 뭐라고 얘기하고, 표를 달라고 해야 하나. 저는 방탄지옥에서 헤어나지 못할 거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검찰은 이 대표 체포동의안을 추석 연휴 전에 제출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 대표도 지난 12일 조사 후 측근들에게 이러한 전망을 내비쳤고, 조응천 의원도 "10월엔 본회의가 없다. 그러니까 추석 전에 본회의 표결을 목표로 (검찰이) 더 서두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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