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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 연봉 삭감 요구…사인 안 한다면?"[직장인 완생]

등록 2023.12.09 09:00:00수정 2023.12.09 09: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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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악화로 5% 삭감 제시…근로자 동의는 '필수'

끝까지 서명 거부하면 현재 수준으로 지급해야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서울=뉴시스] 고홍주 기자 = #. 한 중소기업에서 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최근 사측과 연봉협상을 하다 끝내 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못했다. 계약서에는 올해보다 5% 삭감된 금액이 적혀있었던 것. 회사 안팎에서 실적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 큰 인상을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삭감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A씨는 "일단 생각을 다시 해보겠다고 하고 나왔는데 이대로 받아들이는 것도 내키지 않고, 그렇다고 거부하면 해고되는 게 아닌가 싶어 께름칙하다"고 말했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고용 불안을 느끼거나 A씨와 같이 근로조건 악화를 걱정하는 직장인들이 많아졌다. 중소업체뿐 아니라 11번가나 GS리테일, 롯데홈쇼핑 등 내로라하는 대기업들도 실적 악화에 희망퇴직을 받을 정도다.

그렇다면 재직자의 연봉 삭감을 하는 것은 가능할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가능하다. 단, 근로자 본인 '동의'가 있어야 한다.

A씨의 경우를 보자. 만일 A씨가 새로운 연봉계약서에 서명을 하지 않더라도 이 자체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근로기준법 제4조는 "근로조건은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만일 A씨의 회사 취업규칙에 연봉 삭감에 관한 기준이 명시적으로 있지 않은 이상, 회사가 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중대한 근로조건에 해당하는 연봉을 삭감할 수는 없다. 급여를 삭감하기 위해 새로운 급여체계에 관한 취업규칙을 신설하려고 하더라도 근로자인 A씨나 근로자 대표의 동의는 필수다.

A씨가 끝까지 서명을 거부하면 A씨가 받을 급여는 어떻게 될까?

앞서 고용노동부는 "사용자가 근로계약기간 중에 근로자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근로계약의 내용을 변경(저하)하는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부분에 한해 무효가 되고, 무효가 된 부분은 변경 전의 근로조건이 적용된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즉, A씨가 새로운 연봉에 동의하지 않는다면 사측은 올해 지급한 그대로의 급여를 지급해야 한다.

지난 2021년 서울고등법원도 근로 관련 소송에서 이를 지적한 바 있다. 재판부는 "사용자와 근로자 간 연봉액에 관한 의사가 불합치 해 계약이 체결되지 않았으나 연봉액을 제외한 나머지 근로조건은 종전과 동일한 내용으로 근로관계가 계속되면 종전 연봉과 동일한 범위 내에서는 의사의 합치가 봄이 상당하다"고 판시했다.

회사가 계약서 서명을 거부하는 A씨를 해고하는 것은 가능할까?

이 역시 복무규정이나 취업규칙에 '연봉계약 체결 거부' 등이 해고사유로 명시되지 않는 이상 부당해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근로조건의 불이익한 변경은 반드시 근로자 당사자의 동의가 있어야 함을 유념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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