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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용산에 '할 말' 하는 여당 비대위 돼야

등록 2023.12.15 12: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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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적 당정관계, 정부 출범 직후부터 제기

당내 민주주의 사라져…용산 뜻 해석만 열중

국민 눈높이 맞는 지도 체제 개편 이뤄져야

[기자수첩]용산에 '할 말' 하는 여당 비대위 돼야


[서울=뉴시스]최영서 기자 =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지도부"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용산 대통령실 눈치만 보다 막을 내린 김기현 체제를 이렇게 평가했다. 여당이 주도권을 쥐고 정국을 이끌어야 하는데도 김기현 전 대표는 스스로 여당을 대통령실 하명만 받는 '용산 출장소'로 전락시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 전 대표는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아 구청장직을 상실했던 인물을 다시 강서 보궐선거에 공천해 참패하는 실책을 저질렀다. 그 여파로 혁신위를 출범시켰으나 김 전 대표는 혁신위의 '희생'을 거부하다 결국 여론에 떠밀려 불명예 퇴진했다. 총선을 4개월 앞두고 수도권 위기론이 현실화하자 이대로 총선을 치를 수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하면서 김 대표 사퇴론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결국 여당은 세번째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정부 출범 직후 이준석 전 대표 사퇴, 3·8 전당대회 국면에서 '수직적인 당정관계'의 문제점을 그대로 노출했다. 존재감 없는 초선 의원들은 용산의 뜻에 당 대표 퇴진에 일사분란하게 움직였고 친윤계 의원들은 서로에게 윤심이 있다며 권력 다툼 양상을 보였다. 실제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는 의원들이 자유발언으로 난상토론, 갑론을박을 벌이는 풍경이 사라졌다. 대신, 발언자의 성향을 분류해 대통령실의 의중을 파악하는 촌극이 연출되고 있다. 한 친윤계 의원은 "내 메시지는 곧 용산에서 내려온 메시지로 생각하니까 가감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당의 중요한 순간마다 대통령실 의중만 살핀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국민의힘에는 '여당에서 대통령이 위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문재인 청와대 때 민주당은 더했다'며 외면했다. 김기현 지도부도 대통령실과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진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당정이 일치된 의견을 보이는 데에는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민감한 국정운영 관련 사안엔 제 목소리를 내지는 못했다. 여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 셈이다.

당이 대통령실 입장만 쫓다가 민심과 멀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과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은 나란히 30%대 박스권에 갇혀있다. 이렇다 보니 새로 선임될 비대위원장 조차 당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 측근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이 후보군으로 거론되면서 자칫 '김기현 시즌 2'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그래서 비대위 구성을 앞두고 수평적 당정관계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당장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전당대회에서 뜻을 접었던 나경원 전 원내대표와 안철수 의원은 전날부터 공개적으로 건강한 당정관계 재정립을 요구하고 나섰다. 같은날 열린 중진의원 간담회에서는 대통령실 뜻만 쫓는 윤핵관과 용산 출신 인사들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 전 대표는 용산 말을 너무 잘 들어서 그만두게 된 것이고, 장제원 의원은 용산을 등에 업고 호가호위했다고 날아간 것"이라며 "용산이 누구를 민다라고 이야기하면 그 사람은 (비대위원장을) 하면 안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에서 배출한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 철학을 공유하는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제 하에서 당이 국정 운영의 책임을 함께 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의견만을 쫓는 것은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 모두 강조하는 '국민적 눈높이'에  맞지 않다. 국민의힘의 세번째 비상대책위원회는 수직적 당정관계의 고리를 끊어내야 내년 총선에서 민심을 얻을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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