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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만 남아"…스타트업이 '플랫폼법' 우려하는 이유[기자수첩]

등록 2024.02.02 11:01:00수정 2024.02.02 13: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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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절감만 남아"…스타트업이 '플랫폼법' 우려하는 이유[기자수첩]


[서울=뉴시스]이수정 기자 = "아무리 혁신을 막는 일이라고 외치면 뭐하나요. 위쪽에서는 들어주질 않는데요. 몇 년 후에 규제를 풀어준다고 해도, 그때 가서는 해외기업 뒤를 절대 못 따라갑니다. 퍼스트무버(First Mover)는 꿈도 못 꾸는 거죠."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들에게 '플랫폼법'에 대한 의견을 묻자 너털웃음과 함께 "좌절감만 남았다"는 말이 돌아왔다. 플랫폼 규제 움직임이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얼마나 가로막고 있는지 알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 스타트업 업계는 공정거래위원회가 입법을 추진 중인 일명 '플랫폼공정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전 규제'가 성장 중인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플랫폼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두고 규제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배적 플랫폼이 자사 우대, 멀티호밍 제한, 끼워팔기 등을 들여다보겠다는 것이다. 일부 플랫폼의 독과점을 규제하고 스타트업·소상공인 등의 피해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이 규제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업계는 '사후'가 아닌 '사전' 규제로써 플랫폼 기업들의 혁신 시도가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입점해있는 중·소상공인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소상공인들이 온라인 플랫폼에 의존해 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플랫폼이 위축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이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규제 대상이 되는 '지배적 플랫폼' 선정 기준도 모호해 입법 취지가 무색해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는 공정위가 지배적 플랫폼을 지정하는데 정량적 요건 뿐만 아니라 정성적 요건까지 고려하겠다고 한 점을 이유로 꼽는다. 수익을 내지 못하는 중소·벤처기업도 이용자 수가 많거나 거래 규모가 크다는 이유로 규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앞서 '타다'를 비롯한 스타트업 신사업이 기존 산업과의 갈등으로 위축되거나 좌초됐던 사례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원론적 규제는 혁신을 꺾고 수많은 스타트업의 가능성을 제한할 뿐이다. 일각에서는 플랫폼법의 구체적 내용이 아직 공개되지 않은 만큼, 스타트업의 우려가 '시기상조'에 그칠 수 있다고도 말한다.

스타트업의 목소리가 충분히 반영된다면 가능한 일이다. 일각의 시선처럼, 추후 공개될 공정위의 '플랫폼법'이 스타트업의 우려를 말끔하게 불식시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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