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1명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조건 달라"
직장갑질119, 직장인 1000명 여론조사
직장인 17.4% "입사 후 근로 조건 달라져"
정규직보다 비정규직이 '다르다' 응답률 ↑
"현실 바꾸기 위해선 정부 감독 확대해야"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은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사진은 지난달 2일 서울 여의도역 인근에서 직장인들이 출근하고 있는 모습. 2024.01.0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직장인 10명 중 1명 이상은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2일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입사 전 제안 조건과 실제 근로조건이 동일하지 않았다'는 응답이 17.4%(174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이 답한 비율은 비정규직이 22.8%(400명 중 91명), 정규직이 13.8%(600명 중 82명)로 고용 형태별로 9%포인트 차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입사 면접 과정에서 불쾌하거나 차별적인 질문 등 부적절한 경험을 했다고 답한 이들은 11.2%에 달했다.
아울러 직장인 10명 중 1명(10.1%)은 입사 이후 근로계약서가 아닌 프리랜서·도급·위탁·업무위(수)탁 계약서를 요구받았다고 답하기도 했다. 비정규직은 10명 중 2명꼴(20.8%)로 이런 '비근로 계약서 서명 요구'를 받았는데, 이는 정규직(3%)의 7배 수준이었다.
'비근로 계약서 서명 요구'를 받은 응답자(101명) 중 86.1%(86명)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결국 '서명 및 입사'를 선택했다고 한다. 서명을 거부하고 입사하지 않았다는 응답은 13.8%(13명)에 그쳤다.
한 제보자는 지난해 10월 직장갑질119에 "면접 후 학위 및 경력상 연봉이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팀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에 기존 직장을 퇴직하고 근무지로 내려왔는데 사측은 입사 이후에도 근로계약서 쓰기를 미뤘다. 이후 급여일이 돼서야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됐는데 연봉이 처음 구두 계약한 것과 크게 달랐다. 제가 이전의 얘기와 다르다며 항의했으나 억울하면 본인을 고소하라는 황당한 답변만 이어졌다"고 제보했다.
이외에도 입사가 결정된 이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응답은 16.8%, '작성은 했지만 교부받지 않았다' 응답은 11%에 달했다. 아울러 입사 이후 임금 명세서를 받지 못했다는 응답도 23.8%였다.
직장갑질119는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은 채용공고 전 단계부터 채용 확정 후 단계까지의 절차에서 노동자를 보호하는 내용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으나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아 한계가 명확하다"며 "불공정 채용 관행 근절을 위해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공정채용법'으로 바꾸겠다고 떠들던 정부 여당은 법 적용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은 외면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로계약서나 임금 명세서는 사업장 규모와 무관하게 작성하고 교부해야 하지만 주요 법 적용에서 제외되면서 5인 미만 사업장 등에서는 관련 법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작은 사업장과 간접고용, 특수고용 노동자들에도 노동관계법을 전면 적용하고 정부의 감독을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번 여론조사는 지난해 12월4일부터 같은 달 11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경제활동인구 조사 취업자 인구 비율 기준에 따라 실시됐다. 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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