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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다가와도 내 갈 길만…'노이즈캔슬링'에 사고 위험↑

등록 2024.03.02 06:00:00수정 2024.03.02 19: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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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 휴대전화 보며 걷는 '스몸비족'

무선이어폰 꽂고 노이즈캔슬링 기능도

노이즈캔슬링 켜면, 0.8m 뒤서 차량 인지

주변 상황 인지 못해 교통사고 위험↑

"길거리선 휴대전화 등 사용 자제해야"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길을 건너고 있다. 다른 시민들도 무선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를 이용하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02.1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헤드셋을 착용한 채 길을 건너고 있다. 다른 시민들도 무선이어폰을 낀 채 휴대전화를 이용하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관악구의 한 보차혼용 도로(인도가 없어 보행자와 차량이 혼재돼 있는 도로). 고개를 숙인 채 휴대전화로 유튜브를 보며 길을 걷던 20대 남성이 갑자기 오른쪽 골목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따라가다 이 남성을 칠 뻔 한 차량 운전자는 창문을 열고 소리를 질렀지만, 무선이어폰을 착용한 남성은 듣지 못한 채 그대로 가던 길을 갔다고 한다.

최근 휴대전화를 보며 길을 걷는 이른바 '스몸비족'(스마트폰+좀비)이 늘며 자칫 교통사고로 번질 수 있는 아찔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무선이어폰을 끼고 '노이즈캔슬링'(소음 차단) 기능을 켠 채 길을 걷다 주변 상황을 인지하지 못해 위험에 처하는 경우가 많이 나타났다.

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길거리에서 휴대전화를 보며 길을 걷던 대학생 이모(24)씨는 뒤에서 차가 다가오던 것을 모르고 방향을 틀었다가 치일 뻔 했다.

이씨는 뉴시스에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켜 놓은 채 노래를 들으며 길을 걷다 보니 주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며 "앞으로는 길에서는 이 기능을 끄고 다니거나 무선이어폰을 빼고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서울 관악구와 종로구, 영등포구에 있는 골목길 일대를 관찰해보면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길을 걷는 보행자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대부분은 귀에 무선이어폰을 꽂은 채였다.

지난 2020년 서울연구원이 15세 이상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9.0%가 보행 중 스마트폰을 사용한 적이 있는 '스몸비족'이라고 답했다.

특히 스몸비족으로 인해 보행 중 불편을 겪은 경험에 대해서는 78.3%가 '불편함을 겪었다'고 답했다. 스몸비족의 어떤 행동이 보행에 가장 불편을 줬느냐는 질문에는 73.9%가 '스마트폰 이용으로 전방을 확인하지 않아 충돌 위험이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02.16.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지난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한 시민이 휴대전화를 보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2024.02.16. [email protected]


특히 개인형 이동장치(PM) 및 이륜차 이용량이 늘면서,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한 무선이어폰을 사용하면서 길을 걷는 것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3년간 보행자 사고는 총 10만9877건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2020년 3만6601건 ▲2021년 3만5665건 ▲2022년 3만7611건으로, 연평균 3만6625건의 보행자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PM 교통사고 건수는 2020년 897건에서 2021년 1735건, 2022년 2386건으로 3년새 2.6배가량 늘었다. 이륜차 교통사고 건수도 2020년 1만8280건, 2021년 1만8375건, 2022년 1만5932건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해 이미연 한국교통안전공단 교수는 "전동 킥보드나 이륜차 등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선이어폰을 이용하면서 운전을 하는 경우 주변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도로교통공단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활성화한 무선이어폰의 주변 상황 인지 방해 효과를 실험한 결과,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켠 경우 엔진소리가 큰 경유 차량도 0.8m 뒤에 와야 보행자가 알아차렸다.

해당 기능을 끄면 약 4.6m 거리에서 차가 오는 걸 인지했고, 주변 음을 허용하면 약 8.7m 거리에서도 알아차렸다.

이 교수는 "길거리에선 난폭 운전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차로 변경 과정에서 보행자를 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며 "'운전자가 알아서 피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지 말고, 길거리에선 휴대전화 및 무선이어폰 사용을 자제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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