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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에선 언감생심" 퇴사하는 워킹맘…저출산 해법은?

등록 2024.04.21 08:00:00수정 2024.04.21 09:0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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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여성 경력단절 확률, 무자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아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 활용해 여성 경력단절 확률 낮춰야"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지난 3월4일 전북 전주시 전주양현초등학교에서 1학년 입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등교하고 있다. 2024.04.20.

[전주=뉴시스] 김얼 기자 = 전국적으로 초등학교 입학식이 열린 지난 3월4일 전북 전주시 전주양현초등학교에서 1학년 입학생들이 활기찬 모습으로 등교하고 있다. 2024.04.20.


[서울=뉴시스]김혜경 기자 = #.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일했던 김모 씨(40·여)는 올해 아이가 다섯 살이 되면서 회사를 그만뒀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으로 옮기면서 등하원 시간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어서다. 오전 9시에 등원해서 오후 4시쯤 하원 해야 하는데 김씨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이다. 이따금씩 야근에 주말근무도 생긴다. 주위에서는 등하원 도우미를 써보라고 하지만, 그럴만한 여유도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이를 '남의 손'에만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거나 재택근무를 하면 좋겠지만, 중소기업인 김씨의 회사에서는 쓸 수 있는 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김씨는 "대기업이나 공기업에서는 시차출근제나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도를 쓸 수 있겠지만, 우리 같은 중소기업에는 언감생심"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김씨와 같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없어 결국 퇴사 수순을 밟는 워킹맘들이 적지 않다. 출산과 육아가 결국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연구 결과, 출산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KDI 포커스: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무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9%였으나, 자녀가 있는 30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은 24%였다.

연구진은 이미 시행되고 있는 육아휴직과 육아기단축근무 제도에도 불구하고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연하고 다양한 근로제도, 단축근무·재택근무 등을 활용해 장기적인 시각으로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연근무제를 시행한 기업에서 여성 취업자수가 더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최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한국노동연구원의 '사업체패널조사'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21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기업은 이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보다 여성 취업자수가 4.7%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연근무제가 저출산과 여성고용률 제고에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유럽에서 자녀가 있는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이 높은 국가들은 대체로 재택근무와 같은 유연근무제 활용률이 높았다. 구체적으로 아일랜드, 스웨덴, 네덜란드, 독일, 핀란드 등 여성 재택근무 비중이 높은 국가에서는 출산율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유럽연합에서는 지난 2019년 8세 이하 자녀가 있는 경우 단축근무, 탄력근무시간, 재택근무 등을 요청할 권리를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위한 지침'이 통과되기도 했다. 유연근무제 활성화와 육아와 가족 돌봄에 대한 지원 강화를 통해 일과 삶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는 재택근무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도 나타났다. 전미경제연구소(NBER)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미국의 출산율이 반등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하면서 육아에 할당할 수 시간이 늘어나면서 출산율이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서구권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제를 통한 출산율 제고에 나섰다. 일본은 내년 4월부터 모든 기업이 유연근무제, 재택근무, 단시간 근무 중 최소 2개 이상의 제도를 채택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또 초등학교 입학 전 자녀를 둔 직원은 야근 등 잔업 면제를 신청할 수도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김영란 박사는 "우리나라 출산율이 낮은 것은 자녀를 낳아서 키우는 것에 대한 경제적, 사회적 부담, 그리고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 등 여러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체감도 높은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15년 이후 출산율이 매우 급격히 감소했다. 2015년 합계출산율은 1.24명이었는데 지난해 기준 0.72명까지 쪼그라들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이 1.00명에 못 미치는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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