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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소장이식' 생존 20년…서울성모병원서 재회

등록 2024.04.22 16:27:41수정 2024.04.22 19: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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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다 소장이식 18건…5년 생존율 72%로 해외보다 높아

소장이식 개척자 이명덕 명예교수 '수술 날이 두 번째 생일'

[서울=뉴시스]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대한민국 장기이식 역사를 이어온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주최로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과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첫 소장이식 수술 성공 환자 이 모씨와 이명덕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재회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04.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22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대한민국 장기이식 역사를 이어온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주최로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과 기념식이 개최됐다. 이날 기념식에서 첫 소장이식 수술 성공 환자 이 모씨와 이명덕 가톨릭의대 명예교수(오른쪽)가 재회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제공) 2024.04.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송종호 기자 = 지난 2004년 4월 당시 56세였던 환자 이모씨는 소장과 대장 대부분을 잘라내어 정맥주사로 영양을 공급 받으며 살아왔다. 그는 조금 남아 있던 장까지 막히는 합병증으로 소장 이식 말고는 더 이상 살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생명이 꺼져가던 이씨는 딸로부터 소장을 이식 받았다. 딸의 소장 끝부분 1.5미터를 잘라내 남아 있던 십이지장과 대장에 직접 연결했다. 이씨는 수술 후 19일 만에 "죽도 지금 한 공기씩 먹거든요.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소장이식 시대가 첫 발을 뗀 순간이었다.

22일 서울성모병원에 따르면 첫 소장이식의 기적같은 성공 이후 국내 장기이식 분야의 개척자 가톨릭의대 이명덕 명예교수와 장기이식센터 의료진은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들에게 새 생명을 전해왔다.

이날 오후 12시 대한민국 장기이식 역사를 이어온 서울성모병원은 장기이식센터 주최로 '국내 첫 소장이식 성공 20주년 기념 심포지엄'과 기념식을 서울성모병원 지하 1층 대강당에서 개최했다.

이날 심포지엄에 앞서 열인 기념식에는 첫 소장이식 수술 성공 환자 이씨와 보호자가 참석했다. 20년 전 치료 과정을 함께했던 의료진들은 환자의 건강을 기원하며 격려 인사를 건넸다. 소장이식 당시 사진들을 보며 눈물이 났다는 이씨는 "감회가 새롭고, 의료진들을 다시 만나 진심으로 감사하고 앞으로도 건강하시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전했다.

지금까지도 소장이식을 받은 환우들과 소통하며 이식 후 건강을 살피고 있는 이명덕 교수는 “소장이식을 처음 시작 할 때만 해도 의료 선진국에서도 성공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수술 때 마다 걱정이 많았다"며 "단순히 넣고 이어줬다고 해서 이식이 끝난게 아니라, 환자가 주사 끊고 밥 먹고 살 붙는걸 봐야 성공이라 할 수 있어서 수술이 끝나도 환자들이 건강하게 회복되는 날까지 하루하루 마음을 같이 졸였었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 교수는 "장기이식과 관련된 모든 병원 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보탠 결과라 생각하며, 난이도가 높은 수술에 늘 긴장했지만 환자와 보호자분들이 어려운 과정을 잘 극복해 나가고 건강하게 생활하게 돼 감사하다"고 말했다.

세계적으로도 소장이식은 장기이식 중에서도 초고난도 수술이라 발전이 더뎠다. 소장은 1억개 이상의 신경세포가 있는 복잡한 기관으로 우리 몸에서 큰 면역기관으로 다른 장기보다 높은 면역항원성을 지닌다.

다른 장기에 비해 면역거부반응이 강해 면역억제제를 더 강하게 써야해서, 이식받은 환자의 면역력이 극도로 떨어진다. 게다가 이식된 소장은 대변이라는 오염원에 노출돼 있기 때문에 감염의 위험성이 이식 장기 중 가장 높다. 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해도 감염으로 패혈증까지 진행될 수 있다. 소장이식 수술이 초고난도 수술로 불리는 이유다.

 가톨릭 다장기이식팀은 은평성모병원 혈관이식외과 황정기(팀장)· 김미형,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간담췌이식외과 최호중·소화기내과 박재명·이식감염내과 김상일·이식면역진단의학과 오은지·병리과 정찬권 교수 등 여러 임상과 전문의가 다학제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까지 서울성모병원의 소장이식 건수는 18건으로 국내 최다이다.
 
장기이식센터장 박순철 교수는 "어려운 시기에 불모지였던 소장 이식분야를 선도적으로 시행해오신 이명덕 교수님과 당시 이식팀은 물론, 꾸준하게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는 현재 소장이식팀과 다장기 이식팀에도 감사를 드린다"라고 말했다.

서울성모병원장 윤승규 교수는 "소장이식은 거부반응이 심하고 면역조절이 특히 어려운 분야로 성공적인 수술뿐 아니라 감염관리와 영양치료 등 다학제 접근이 필수적"이라며 "의료진들의 열정과 헌신적인 노력이 곧 치료받은 환자들의 생명과 행복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앞으로도 서울성모병원은 고난이도 중증 질환 치료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명덕 교수 뒤를 이어 위장관재활과 소장이식을 받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성모병원 소아외과 정재희 교수는 "20년간 총 18명의 장부전환자들이 소장이식을 받았고 2024년 4월 기준 1년 생존율이 78%, 5년 생존율 72%, 10년 생존율 65%로 외국의 1년 86.4%, 5년 61.2%와 비교하여도 높은 수준이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는 우리나라 장기이식을 선도한 가톨릭의대 정신을 유지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1969년 국내 최초 신장이식 성공 후 강남성모병원 시대에 이어 서울성모병원 개원과 함께 장기이식센터가 중점육성센터로 지정되면서 장기이식에 특화된 인프라를 구축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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