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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수출' 신약, 잇단 권리 반환…"포기 없다" 계속 연구

등록 2024.04.30 08:01:00수정 2024.04.30 08: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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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중외 이어 보로노이, 권리 반환 받아

반환신약에 새 가능성 탐색…타질환 연구

반환 후 옷 바꿔 다시 기술 수출 '반전'도

[서울=뉴시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해외 기업에 기술 수출됐지만 상용화되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해외 기업에 기술 수출됐지만 상용화되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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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송연주 기자 =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해외 기업에 기술 수출됐지만 상용화되지 못한 채 계약이 해지되는 사례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30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특례상장 1호 기업 보로노이는 지난 2022년 9월 미국 메티스 테라퓨틱스에 기술 이전한 인산화효소(키나아제) 저해 물질의 독점실시권을 반환받았다.

당시 보로노이는 메티스에 폐암, 흑색종, 대장암 등 치료를 위한 먹는 키나아제 저해 물질을 이전하며 최대 4억8220만 달러 규모(약 6680억원) 계약을 체결했다.

메티스가 후보물질 도출 전 단계에서 이전 받아 개발을 진행해왔으나 경영 환경 및 개발 전략 변경으로 권리를 반환했다는 게 보로노이의 설명이다. 3~5년 내 상업화 가능성이 낮은 파이프라인을 정리하고 있는 미국 바이오 기업들의 최근 트렌드에 따른 것으로 봤다. 보로노이는 그동안의 개발 데이터를 검토한 후 향후 개발 지속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통상 기술 이전 계약은 ▲임상 1상 신청 시, 1상 성공 시, 3상 성공 시, 시판허가 획득 시 등 각 단계별로 성공했을 때만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과 ▲계약 초기에 성공 여부와 상관없이 받을 수 있는 일종의 계약금 형태의 '선급금'을 더해 총 계약규모가 형성된다.

이처럼 개발 도중 반환되면 기술을 수출한 기업은 선급금과 진행 상황에 따라 일부 마일스톤 밖에 못 챙긴다. 보로노이의 경우 선급금에 대한 반환 의무는 없는데, 이 계약의 선급금, 유지보수·리서치 마일스톤 규모는 170만 달러(약 24억원)에 불과하다.

반환받은 신약 가치에 대한 시장 평가가 떨어지고 회사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때도 많다.

그럼에도 다수 기업이 반환 후 연구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신약 개발을 이어가는 모양새다. 기술 개발이 중단된 질환 외 다른 적응증으로 확장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사례가 많아서다.

반환 신약에 새 가능성 탐색…다른 질환에 가능성 타진

JW중외제약은 작년 10월 덴마크 제약사 레오파마로부터 아토피 피부염 후보물질 '이주포란트'의 권리를 반환받은 후 이 물질에 대한 안과질환 연구를 진행 중이다.

레오파마가 연구하던 임상 2a·b상 초기결과에서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하지 못했지만 안전성은 확인된 만큼 다른 적응증에 대해선 효능을 내는지 평가하기 위함이다. 이 물질은 히스타민 H4 수용체에 선택적으로 작용해 염증과 가려움증을 억제하는데, H4 수용체에 작용하는 다른 질환에 대한 확장성과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 봤다.

한미약품은 당뇨병 치료 신약으로 개발하던 '에페글레나타이드'를 비만치료제로 바꿔 개발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2015년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 수출된 후 2020년 다시 반환된 약물이다. 신약의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한 한미는 이 약을 한국 맞춤형 비만치료제로 개발하기로 하고 임상 3상 중이다.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다.

한미약품은 미국 얀센에서 반환된 비만·당뇨 후보물질 '에피노페그듀타이드'를 MASH(대사이상 지방간염)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2015년 비만·당뇨 치료제로 얀센에 기술 수출됐다가 2019년 반환된 후, 1년 뒤 MASH 치료제로 미국 머크(MSD)에 총 1조원대 규모로 이전되며 반전을 낳은 약이다. 비만·당뇨 치료제로는 반환됐지만, 또다른 대사질환 MASH에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거란 기대를 받은 것이다. MSD가 임상 2상 중이다.

SK바이오팜이 SK그룹 시절인 1999년 존슨앤드존슨에 기술 수출했던 뇌전증 신약 '카리스바메이트'는 2008년 권리 반환된 후 현재 SK바이오팜이 희귀 난치성 소아 뇌전증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임상 3상 중이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는 권리 반환된 폐섬유증 치료제를 적응증 변경 없이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최대 1조5000억원 규모로 'BBT-877'를 기술 이전했지만 잠재적 독성 우려가 나와 2020년 11월 반환된 바 있다.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생체 내 실험을 통한 혜성분석에서 잠재적 독성 문제에 대해 소명하며, 2022년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임상 2상 연구를 진행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아 2상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어떤 질환에서 효능이 안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다른 질환 확장성이 있고 혁신 신약(퍼스트 인 클래스)인 물질에 대해선 계속 연구를 타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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