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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동 이후 침수 피해 '0건'"…신월동 빗물터널 가보니[르포]

등록 2024.05.12 12:00:00수정 2024.05.13 15:5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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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저류시설 대비 15~20배 빗물 저장

"시간당 100㎜ 비 견딜 수 있게 설계돼"

경기 부천·부산 동래구 등 지차체도 관심

"향후 녹색산업 수출 아이템으로 확장"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 모습. (사진=환경부). 2024.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 모습. (사진=환경부). 2024.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성소의 기자 = "신월동 빗물터널 이전에는 큰 비를 걱정하고 수천 가구의 침수 피해가 반복적으로 있어 왔는데, 준공 이후에는 침수 피해가 단 한번도 없었습니다."

지난 10일 이기재 서울시 양천구청장은 양천구의 수해 대책이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을 짓기 전과 후로 나뉜다고 표현했다. 4년 전 만들어진 빗물터널로 극적인 침수 예방 효과를 봤다는 게 이 청장의 설명이다.

장화와 안전모를 착용하고 관계자들의 안내를 받아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빗물터널 현장을 직접 살펴봤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40m를 내려가자, 원형의 거대한 지하터널이 펼쳐졌다.

바닥 곳곳에 물이 고여있어 걸음을 뗄 때마다 물이 찰랑거렸고 지하 특유의 퀘퀘한 냄새 났다.

잘 닦아 놓은 지하동굴 같기도 한 이곳에는 조명 시설조차 없었다. 차량 헤드라이트와 작업자들의 랜턴만이 터널 내부를 밝히는 유일한 불빛이었다.

지름 10m, 길이 4.7㎞에 달하는 이 터널은 폭우가 발생했을 때 빗물을 가둬 침수 피해를 방지하는 국내 첫 대심도 빗물 터널이다. 총사업비 1380억원을 들여 2013년 공사를 시작했고, 2020년 5월 완공돼 그해 8월 처음 가동됐다.

겉보기에는 일반 지하터널 같지만, 장마철에는 이곳이 거대한 '물그릇' 역할을 한다. 3개의 유입 수직구를 통해 양천구 신월동, 강서구 화곡동 일대에 내린 빗물을 받아 최대 32만톤까지 저장할 수 있다. 

일반 저류시설과 비교하면 15~20배 더 많은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고, 시간당 100㎜이상의 집중 폭우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과거 신월동 일대는 지형적 특성으로 인한 상습 침수 지역이었다. 하수관 확장, 펌프장 증설 등 갖은 방법에도 침수 피해는 반복돼왔다.

2010년 9월 시간당 93㎜의 집중호우가 쏟아지면서 양천구와 강서구 일대에 6001건의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양천구 관계자는 "이때를 계기로 '최상위 레벨'에 있는 대심도 터널을 계획하게 됐다"고 밝다.

빗물터널이 가동된 2020년 8월부터는 양천구 일대에 단 한번도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2022년 8월 호우로 강남역과 광화문 일대가 잠겼을 때에도, 양천구와 강서구 쪽에는 침수 피해가 없었다.

이 청장은 "당시 시간당 110㎜ 비가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빗물터널이) 32만톤 저류량의 약 75% 기능을 발휘했다"며 “시간당 100㎜의 비를 견딜 수 있게 설계돼 있는데, 그 성능을 완전히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2024.05.1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양천구 신월동 대심도 빗물터널 내부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2024.05.1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심도 터널은 폭우가 발생했을 때 빗물을 가뒀다가 이후 인근 하천으로 방류한다.

비홍수기 때에는 유휴 공간이 되는 만큼 빗물터널을 주민을 위한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위험성을 고려해 현재는 '침수피해 방지'라는 본연의 기능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다만 유사시에 대비해 이 공간을 방공호로 활용하는 방안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양천구 관계자는 "아이디어 차원에서 우리가 분단국가이기 때문에 유사시 대비한 것들에 대해 내부적으로 토론 중"이라며 "계획이 실시된 것은 아니고, 중장기적으로 해야 된다"고 설명했다.

2022년 물난리가 발생했던 강남역과 광화문 일대와 도림천에도 대심도 빗물터널과 방수로 설치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계속되는 고금리와 건설업계 경영난으로 입찰이 유찰됐으나, 정부가 총사업비를 증액해 지난 3월 재공고한 결과 3개 사업 모두 단독입찰로 수의계약을 진행하게 됐다.

3개 사업 모두 올해 하반기에 착공해 2028년 준공이 가능할 것으로 환경부는 내다보고 있다.

서울 외에도 부산 동래구 온천천과 경기 부천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도 대심도 빗물터널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환경부는 대심도 빗물터널을 향후 녹색산업 수출 아이템으로도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빗물터널도 충분한 녹색산업 수출 아이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각 국가의 지하의 특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빗물터널이 녹색산업 수출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는 도시침수 대비 하수도시설 관리를 위해 5월 첫째주(5월1일~10일)을 '빗물받이 청소 주간'으로 정해 시설 집중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17일에는 전국 광역지자체 하수도 담당자를 대상으로 회의를 열고 장마철 전 전국 빗물받이 유지 관리 현황과 맨홀 안전설비 설치 현황 등을 점검했다.

환경부는 오는 10월까지 매달 빗물받이 관리와 맨홀 안전설비 설치 실적을 점검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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